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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Apr 05. 2024

[職四] 나의 하루를 추적하라!

직장인의 사계 - 봄 (씨를 뿌리듯 좋은 습관을 하나씩 삶에 추가하세요)

  직장의 가장 작은 마감 단위는 보통 한 달입니다. 이를 중심으로 모든 팀이 숫자를 예측하고 전산을 마감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곤 하지요. 벌써 정신없던 3월 보내주고 4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전월 마감실적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분석하며 분주히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새 달의 초순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마련이니다. 월말, 월초의 직장인들은 그렇게 비가 오기 전의 농부처럼 바쁘게 숫자와 자료들을 실어 나르곤 합니다. 


  저는 매월초 다이어리를 꺼내어 한 달을 정산해 봅니다. 제겐 특별한 도우미인 'Monthly Tracker(이하 트레커)'가 있어서 하루를 농밀하게 추적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매달 초 다이어리에 인쇄해서 붙여 놓는 것으로 그 미션이 시작되는 트레커를 통해 제 하루의 일들을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크게 발전, 루틴, 건강의 세 가지 테마로 관리하고 있으며 매달 항목의 변경은 있을 수 있지만 되도록 반년 정도는 유지해서 습관이 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럼 제가 삶의 중심에 두고 활용하는 '트레커'의 항목들을 소개해 드려 보겠습니다.





  첫 번째 테마 -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끌어주는 '발전'


 발전 테마는 덕목과 창작이라는 두 개의 소과제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덕목'은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고 제 삶에 끼워 넣은 실천과제입니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성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이라는 13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기반으로 매주 1가지 덕목을 과제로 삼아 실천여부를 기록합니다. 현재는 '절제'라는 테마를 이번 주의 덕목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이 덕목의 세부 내용은 '배부르도록 먹지 말고,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입니다. 식탐과 주탐이 있는 제게 늘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노력해 봅니다. 3차 갈 거 2차에서 줄이면 성공 아니냐며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긴 하지만요.


  다음 과제는 '창작'입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제겐 창작입니다. 창작은 제 자신이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들로 건너갈 수 있는 무지개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활동입니다. '작가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니까 작가다'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것이 제겐 '창작'입니다. 부족한 나의 글도 나보다 딱 한 발 뒤에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삶을 반추해 보곤 합니다. 3월의 성적표를 살펴보니  총 20회의 창작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추적을 통해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창작과 같은 건설적인 활동은 파괴적인 '음주'와 같은 활동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이 파괴적인 활동을 덜 하기 위하여 건강 테마에서 '음주'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창작과 음주라는 이 두 과제의 상관관계는 아주 단순합니다.


  음주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늦은 시간에 귀가를 하게 되고 다음날 이른 시간에 일어날 확률이 낮아지고 연쇄적으로 회사에 제가 좋아하는 이른 시간에 출근하기에도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음주량이 많지 않더라도 늦은 시각까지 음식을 뱃속에 집어넣는 활동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다음날 피곤해지고 하다 보니, 아침 일찍 일어나 책 보고 마음공부하고 체조까지 마친 날과 비교하면 '창작'욕구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1잔이라도 술을 마신 날이 17회니 자연 창작의 양과 질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이게 바로 '트레커'의 힘입니다. 이런 페이지를 관리하지 않았다면 음주가 제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극명하게 발견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 테마 - 제 삶을 단순 명료하게 도와주는 '루틴'

 

  루틴테마에는 명상, 일기, 운동, 계단이라는 네 가지 소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명상, 일기, 운동은 아침에 마음공부를 위해 수행하는 루틴으로서 5시 이전 기상만 하면 거의 습관적으로 수행하는 그야말로 루틴입니다. 아침 루틴인지라 이 또한 '음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계단' 소과제는 18회 수행한 걸로 나오네요. 보통 13층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이 목표이니 출근한 날을 따지면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목표네요. 계단 오르기의 장점은 하체 근력 단련도 있겠지만, 특히 오후의 계단 오르기는 내 일과에 잠시 쉼표를 찍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다. 이것저것 휘둘리다가도 약 7분여의 시간 동안 오로지 나와 내 숨소리에만 신경 쓰다 보면 명상과도 같은 마음 비워내기의 역할을 해 아주 조금은 해주기도 하구요. 



  세 번째 테마 - 저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건강'


  '건강' 테마는 말 그대로 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감정, 신체, 수면이라는 3가지 상태 관리 트레커가 있고, 추가로 음주 횟수와 식사량을 추적하는 트레커가 있습니다. 앞의 세 가지 상태 체크 항목은 말 그대로 제 감정, 신체 상태가 어떤지 수면 시간은 적정한 지 등의 건강관리 상황을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합니다. 숫자로 기록하며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므로 기록 자체의 의미보다는 월 마감 이후 한 달간의 삶을 돌아볼 때 유용합니다. 원하는 수면목표에는 도달했는지, 왜 감정이 요동을 쳤는지, 몸 상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 지를 체크함으로써 저의 진짜 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게 도움 주곤 합니다.

 

  '음주' 트레커는 제가 생각해도 참 잘 선정한 항목입니다.

  

  3월에 17회의 음주를 기록했으니 한 달의 반 이상을 촉촉하게 젖은 상태로 보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정도면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수치네요. 게다가 음주의 양을 보니 거의 인사불성에 가깝게 새벽 2시 전후까지 마신 날이 6일 정도가 되는 걸 보니 관리가 꼭 필요한 항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 모든 자리들이 꼭 마셔야만 하는 자리였는지, 그렇게 많이 마실 필요가 있었는지 반성해 보게 됩니다. 다이어리를 살펴보면 저녁 약속이 있었던 날이 다 기록되어 있으니 금방 민낯이 드러날 것입니다. 음주의 횟수가 늘면 제가 삶에서 중심에 두고자 하는 테마인 '발전'이나 '루틴'의 과제들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으므로 꼭 관리해야겠습니다. 


  4월에는 음주 횟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이게 3월 트레킹의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활동인 테니스를 얼마나 치고 있는 지도 추적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조금 더 횟수를 늘려야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나중으로 미뤄 놓아야겠네요.




  데일리 트레커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냥 하루하루를 좀 더 세밀하게 기록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또한 삶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나마 맞춰 갈 수 있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트레킹 하는 귀찮음 보다 얻는 것이 더 큰 수지맞는 장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이 있고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 있을 터이니 그에 맞는 트레커를 하나씩 장만해 보는 건 어떨까요? 


   매월 1일 한 달을 반성하고 새로운 한 달을 디자인해 봅니다. 이렇게 의도된 한 달 한 달이 쌓이다 보면 저의 삶도 제가 원하는 곳으로 향해 가리라는 흐뭇한 상상을 하며 새로운 달을 맞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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