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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Oct 02. 2024

[職四] 명상을 통한 배움 - 생활

직장인의 사계 - 봄 (단조로운 삶의 혜택 feat. 명상코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주변의 걱정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총 12일간의 명상코스에 나름 무사히 다녀 왔습니다. 휴대전화도 전원을 끈 상태로 맡겨 놓고, 책이나 노트 등의 소일거리가 전혀 없는 수행생활입니다. 어지간한 마음가짐으로는 선뜻 참여하기 쉽지 않은 코스이지만 나름 숙고한 끝에 참석했습니다. 


    이 코스를 통해 여러가지를 얻었지만 오늘은 그 중 '간결한 삶'에서 얻은 것들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우리내 삶에는 뭐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한 발 앞으로 내딛기도 힘들 정도로 여러가지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눈을 뜨면서 부터 잠들기 전까지 도무지 비어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는 순간에도 휴대폰에 눈과 맘을 두고 있으니 잠들지 않으면 정말 나만의 시간은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들이 여기저기 너무도 많아서인지 고요한 시간은 당췌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명상 코스에서의 삶은 너무도 단조릅습니다.  누군가 울려주는 종소리에 맞춰 기상하고 간단히 씻고 명상홀로 향하는 것을 시작으로 저녁 9시 30분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명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녁 타임에 1시간 반정도의 법문 시청을 제외하면 정말 단조롭기 그지없습니다. 


    명상, 식사, 휴식, 산책, 샤워, 손빨래가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무언가 끼어들 틈이 없는 그 삶이 처음에는 숨막히게 죄어오기도 했지만 어느 날인가 부터 조금 편해지더니 나중에는 나름 즐기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호불호를 가지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건만 아직 수행이 부족한 미물인지라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명상 시간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점심식사 전의 2시간 명상이 제겐 가장 집중하기 좋은 농도 짙은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하루지만 조금씩 과제들을 수행하다 보면 나름의 나아지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미세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하고 호흡에 대한 느낌도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명상 코스 마치고 속세에 나와서 명상을 시도해보니 그 곳에서의 명상이 얼마나 순도 높은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집중의 힘은 단조로운 생활이 큰 몫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했기에 저녁에도 숙소에 돌아오면 떨어져 잡니다. 그러다 보면 종이 울리고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혹자는 '자발적으로 들어간 감옥'이라고도 하더군요. 저는 자발적으로 들어갔으니 망정이지 원치 않는 누군가를 이런 생활의 틀에 가두면 정말 감옥보다 나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자꾸 사라져 버리니 온전히 살아 있는 순간들이 하루를 채워 나갑니다. 지금은 명상하는 시간이니 오롯이 명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쳐다볼 전화기기 없으니 풀도 바라 보고 하늘도 바라보는 건전한 시간이 늘어납니다. 조급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질 일이 거의 없는, 화 낼 일도 걱정할 일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아 보니 왜 나름 깨달았다는 분들이 단순하게 살라고 하시는지 어렴풋이 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 보세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과거와 미래로 옮겨 다니며 나를 흔들어대는지 말이지요.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더 내려놓고 인연따라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절실한 요즘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아내와 큰 아이와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다툼과, 회사에서의 여러 반목들로 속이 시끄럽습니다. 여기저기서 큰 소리가 나니 시끄럽기는 한데 그래도 이제 소리에 감정을 싣지 않고 그저 소리로만 받아 들이려는 노력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수행이 부족해서 무던히 노력해야 위기를 간신히 넘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명상코스 한 번 다녀왔다고 해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지요. 


    그래도 나아 갑니다. 밖의 것들에 덜 흔들리는 삶, 단순한 삶을 지향하며 하루를 채워나갑니다. 


    삶이 단순하고 정갈해질 수록 맘은 더 편안해 지는 같습니다. 뭐든 좋습니다.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세상에서 잠시나마 있는 단순한 삶의 조각을 들여 보세요. 한결 짊어진 짐이 가벼워짐을 느끼실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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