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職四] 명상을 통한 배움 - 음식

직장인의 사계 - 봄 (정갈한 음식이 주는 혜택 feat. 명상코스)

by 등대지기

'그대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하겠다. '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의 책 '미식예찬'에 나온 말입니다. 누군가가 평소에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육체적 건강상태를 비롯해 궁극적으로 정신적 바탕까지를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저 윗분의 말에 따르면 잡놈입니다.


제 위장은 늘 괴로웠습니다. 잦은 폭식과 폭음으로 늘 제대로 쉴 시간이 없었습니다. 가끔씩 하던 하루 간의 단식도 언젠가부터 스트레스를 푼다는 미명하에 슬며시 안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배도 나오고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맘도 그다지 편안하지 못하더군요. 사실 명상코스에서 허락한다면 열흘정도 단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참석했던 명상코스에서는 단식이 불가했습니다. 이유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극단적인 단식이 온전한 명상을 방해할 수 있어서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갈한 채식'을 제공하며, 그나마도 아침과 점심 두 끼만 먹을 수 있으니 제 위장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12일 동안 적절한 양의 좋은 음식을 섭취했습니다.


명상에 좋은 간결한 음식들을 섭취하니 잡생각이 덜 올라옵니다. 물론 몸도 맑아지겠지요.


내가 먹는 것들이 바탕이 되어 생각이 일어나고 몸의 에너지가 생기니 좋은 걸 먹으면 좋은 생각이 일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몸으로 직접 실험해 봤더니 역시나 효과가 좋았습니다. 위장이 비었을 내는 민망한 소리를 제외하곤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특히나 매운 것들과 고기를 거의 먹었더니 더더욱 위와 장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속세에 있을 보다 적게 먹으니 자연 배둘레햄도 줄어들었고요.


사실 정갈한 채식이라고 새 모이처럼 먹는 그런 식사는 아닙니다. 밥과 국과 견과류, 두유, 과일 등 하루에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를 채우기엔 충분한 양질의 음식이 제공됩니다. 다만 명상을 방해하는 너무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과 다른 동물을 해쳐서 얻은 고기가 없을 뿐이지요. 식사 후에 늘 시달리던 졸리고 더부룩한 느낌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혈당피크를 급격히 올리지 않아서 인지 허기지는 느낌이 많지 않았습니다. 점심식사 이후에 다음 아침식사까지 대략 17시간 정도의 텀이 있는데도 전혀 배고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차와 뻥튀기가 제공되지만 저는 차 한잔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굳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가짜 배고픔이라는 말을 어느 기사에선가 봤던 것 같습니다. 초가공식품에 자주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실제로는 음식이 필요하지 않지만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현상입니다. 신체의 조화가 무너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오랫동안 저를 속이던 이 가짜 배고픔에서 잠시 떨어져 보니 식탐이 급격히 줄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다시 속세입니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금방 과거로 회귀합니다. 이미 한 달 전에 다녀왔던 명상코스가 아련한 추억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제 자신을 재료로 한 실험을 통해 삶을 더 나아지게 할 방법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극단적으로 갑자기 채식을 하고 술을 끊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자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급진적인 변화는 늘 부작용이 따르니까요. 종이에 잉크가 스미듯 시나브로 좋은 습관들이 몸에 붙도록 작은 것들을 변화시켜 가려합니다.


오늘도 저녁에 소고기가 도와주는 저녁자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음주도 함께 하겠지요. 그래도 양이나 질적인 부분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려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굶거나 가벼운 채식으로 바꿔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여하튼 입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본인의 생각도 천방지축 튀어 다닐 테고 입 밖으로 내뱉는 것들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어떤 음식으로 내 영혼을 채워 줄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職四] 후배의 질문에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