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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職四] 출근길 5분의 투자

직장인의 사계-봄(아침의 여유를 통해 삶의 방식을 돌아보다)

by 등대지기

직장인의 아침은 매우 바쁩니다. 피곤한 세상살이에 지쳐 늦게 잠들다 보니 아침에는 늘 잠이 부족하고 시간에 맞춰 출근하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됩니다. 제 아침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만, 오늘 오랜만에 5분을 투자해서 여유를 부려 봤습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출근길에 늘 서두르던 마음이 다소 느긋해지면서 호흡까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4시 10분에 기상을 해서 루틴대로 일기 쓰고, 마음공부 하며 새벽을 채워 나갑니다. 원래는 코어 운동을 가볍게 하는데 오늘부터 저는 아침에 달리기로 했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멀리 했더니 허리둘레는 금세 두터워지고 하체 근육은 사라지고 무릎은 시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이라는 몸의 신호이지요. 그래서 1년여 만에 다시 아침에 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서 새벽 공기를 마셔 봅니다. 역시나 힘듭니다. 몸이 늘어질 대로 늘어져서 제 기능을 못하니 당연한 현상입니다. 40분 정도를 그렇게 바깥에서 보내고 다시 샤워하고는 출근길에 나섭니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문을 나서고부터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지하철 출발 시간까지 어설프게 7분 정도가 남았습니다. 어제의 저였다면 서둘러서 움직이고 중간중간 달리기 신공을 집어넣어 딱 맞춰서 갔을 텐데 오늘은 다릅니다. '다음 지하철을 타기로 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현재에 살려면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니 걸을 때는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을 느끼며, 내 숨소리를 느끼며 걸어야 제대로 살아 있는 거지요. 그저 이동을 위해서 걷는다면 그건 제대로 걸은 게 아니니 그냥 낭비해 버린 시간입니다.


오랫동안 제 삶에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들이라 여기던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어떤 행복이나 만족도 느끼지 못하는 그저 수단으로써의 시간들. 어딘가 여행을 갈 때도 길을 떠나는 자체에 의미를 두지 못하고 차가 막히면 툴툴대고 길을 잘 못 들거나 하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일만한 여유가 제겐 없었나 봅니다. 현재에 온전히 살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제 10분 걸리던 거리를 15분 정도 걸려서 가보려 합니다. 물론 출근시간이 좀 더 길어지기는 하겠지만 뭐가 중요한지 생각해 보면 답은 극명합니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주변을 온전히 느끼며 삶의 태도를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이동하는데 이 정도 시간이야 투자해야겠지요.


오늘 출근길에 만난 사람들은 모두들 빠른 속도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서 아주 조금의 여유를 가졌는데 마치 잔잔한 시냇물에 흘러가는 나뭇잎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세상은 참 단순한데 너무 복잡하게 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오늘 저는 느림보로 하루를 살아 보려 합니다. 제 삶에서 여유를 가지는 연습을 위해 매일 아주 사소한 여유를 부리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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