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계 - 봄(Monthly Tracker를 통한 '24년 결산)
연말연시 바쁘다는 핑계로 '24년도 결산을 이제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리 바쁜 것 같지 않은데 온갖 잡스러운 일들을 중요한 일 삼아 살아온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구차한 변명을 끌어다 '24년도 결산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결산은 그동안 매월 하루하루를 추적해 둔 Monthly Tracker를 활용하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크게 발전, 루틴, 건강이라는 커다란 세 기둥을 기반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역시나 매일매일 추적하다 보니 한 해가 예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우선 '발전' 영역을 살펴봅니다.
독서 일수가 꾸준합니다. 다행히 손에서 책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매달 4~5권 정도는 읽어 왔으니 그런대로 선방한 편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썼던 '창작' 영역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2월에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되어 반짝 쓰다가 조금씩 그 에너지가 감소하더니 9월을 정점으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9월의 경우 12일간 명상코스에 있었기 때문에 부득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술로 얼룩져 아침을 허덕이며 보낸 12월에 대해서는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25년에는 이 수치를 높이는데 집중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발전' 영역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늘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제겐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에 그다지 어려운 영역은 아니었습니다.
다음은 '루틴' 영역입니다.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이나 기적수업과 같이 심적 성장을 위한 시간 할애는 하반기에 눈에 띄게 좋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9월에는 명상코스에 있었으니 거의 반달을 자신의 맘을 정화하는 데 사용했네요. 이후에 잠시 뜸하다가 12월에 시작한 '기적수업' 과제들을 수행하며 다시 한번 마음 관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왓칭'에서 파생한 명상과 '기적수업'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자꾸 관심을 가지다 보니 무의식에 대한 공부로 발전해 나가고 있네요. 조금만 더 배우면 편한 맘으로 삶을 관조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25년에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겠습니다.
일기를 쓰고, 운동을 하고 하는 횟수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침에 13층에 있는 사무실까지의 '계단 오르기'도 습관처럼 잘해나가고 있어 앞으로도 유지만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제가 가장 개선해 나가야 할 분야인 '건강'입니다.
우선 10월에서 11월에 찾아온 '삶의 깊은 허무'가 제 가슴을 할퀸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혼자 미친 듯이 엉뚱한 동네를 걷기도 하고, 걷다 지쳐 찾아간 낙원동의 허름한 식당에서 머리 고기 친구 삼아 혼술을 하기도 했던 시절입니다.
명상 코스나 마음공부로 뭔가 나아질 것만 같던 삶이 여전히 진창임을 알았을 때 제가 받은 데미지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전혀 바뀐 게 없는 것 같고 오히려 퇴보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상태에 빠진 저를 발견했을 때는 '우울'이라는 단어로 다이어리가 얼룩져 있었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도무지 이놈의 진창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꼬라지에 수치심과 분노가 일었습니다. 지금도 ing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다시금 길을 잡고 걸어보고 있습니다. 옳은 길이 따로 있진 않겠지만 제가 걸을 만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서 나아갑니다.
몸 상태는 늘 꾸준한 것 같습니다. 11월에 시작한 새벽 달리기 이후로 컨디션은 많이 올라왔습니다. '25년 1월에도 달리기는 계속 유지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몸 상태는 나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면의 양과 질에 있어서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저는 6~7시간 정도를 잤을 때 컨디션이 가장 좋습니다. 저녁 10시에 잠들고 새벽 4시경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면 가장 상큼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저녁 술자리가 이 습관을 방해하는 가장 큰 방해 요인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특별 관리가 필요할 듯합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음주' 트래커 부분입니다.
월평균 14.4회의 음주를 했으니 거의 반 정도를 취해 살았습니다. 음주의 양도 얼큰하게 취하는 정도인 4에 가까워서 적지 않은 양을 마신 걸로 보입니다. 특히나 '과한 상태' 즉 집에 정신줄을 놓고 들어간 횟수도 월 2.1회 정도는 있어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알코올 의존증 정도는 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루틴이 망가지는 날은 보통 전날 과음을 한 날이니 횟수가 어렵다면 양이라도 줄이는 노력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25년도 연말 결산에서는 이 수치가 나아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식사'는 여전히 많이 먹고 있네요.
이 부분도 지속적으로 양을 줄여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2끼 혹은 가볍게 저녁을 먹어서 편안한 상태가 3이니 3.8의 수치는 배가 빵빵하게 지낸 날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관리가 필요합니다. 비만은 많은 성인병의 원인이므로 적극적으로 관리해 보려 합니다. 배가 찢어질 정도로 과식을 한 횟수도 월에 3.3회이니 이 또한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어떤 심적인 결핍이 이런 폭식을 불러오는지 찬찬히 내면을 들여다보며 치유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테니스는 월에 5.8회 정도 쳤습니다.
'25년에는 8회 이상 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 합니다.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바에는 가능하면 테니스장에서 땀 흘리며 몸과 마음에 쌓인 노폐물들을 적극적으로 공에 담아 날려 보려 합니다.
늘려야 할 것들과 줄여야 할 것들이 명확해졌습니다. 이제 제가 정한 방향대로 한 해를 살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 외에 특별 과제로 선정한 '부모님 자서전 완성하기' 등의 프로젝트는 별도로 정리해서 실행할 예정입니다.
'24년도 결산을 하다 보니 월별 주요 이벤트들이 눈에 띄네요. 분기마다 행하는 팀 회식 부분이 특히 눈에 들어옵니다. 3월에 롯데월드, 6월에 축구경기 관람, 9월에 한강 나들이, 12월에 서바이벌 이렇게 4차례 분기마다 행사를 함께 했습니다. 중간중간 팀원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팀 문화가 되어버린 이 회식을 '25년에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매달 있는 팀원 생일축하 파티인 점심 식사 자리도 '24년처럼 즐거이 같이 했으면 좋겠구요.
특히나 '24년도 9월에 다녀온 12일간의 명상 코스는 제 삶에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 줬으며,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특히 확실한 깨달음은 명상 코스, 세미나 등이 어떤 계기는 제공해 줄 수 있지만 그것 자체로는 어떤 해답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얘기한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라는 명제와도 비슷한 당연한 것의 발견입니다. 그러니 '내 안이 아닌 밖에서 아무리 찾아봐야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는 단순한 명제를 깨달은 것이 '24년의 가장 커다란 소득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25년은 내 자신 안으로, 또 안으로 침잠하는 그런 한 해로 삼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24년은 어떠셨나요? 잘 마무리하고 보내 주셨나요? 아직 지난 12월의 잔상이 남아있는 1월에 결산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꼭 많은 기록이 아니더라도 구글 캘린더도 좋고 기록의 조각들도 괜찮습니다. 그냥 곰곰 생각해 보는 겁니다. 내 '24년은 어떤 일들로 채워져 있는지 말이지요. 기록하고 기억해주지 않으면 '24년이 너무 슬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