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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r 01. 2024

휴대폰은 오늘도 지구정복을 꿈꾼다.

#직장인의 사계 - 겨울 1

이른 아침 출근길 풍경입니다. 보통 6시 30분쯤 길을 나서니 밖은 아직 달이 휘영청 떠 있는 한밤중 같습니다. 하얀 입김으로 안경이 온통 가려진 채로 길을 나섭니다. 온 세상이 함박눈이 내린 새벽길처럼 뽀얗습니다.  조용한 새벽길을 나서다 보면 독립운동 같은 거창한 일을 하러 나가는 것 같은 비장감마저 느껴지곤 합니다.


이미 기상을 하면서부터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넘쳐 납니다. 씻으면서도 이 생각 저 생각하느라 샤워의 기쁨을 그대로 누리지 못하네요. 내려놓기 수행이 부족한 탓이려니 하며 짧은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머금어 봅니다.


다행히 지하철역이 가까운 편인지라 걸어서 5분여 거리니 뭐 훌륭합니다. 언젠가부터 지하철에 타면 유심히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을 찬찬히 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늘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다니다 보면 왠지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자주 보는 분들도 생깁니다. 서로 눈을 맞춤으로써 인사를 대신합니다. 또 하루를 일찌감치 시작한 사람들에게서 피곤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용감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건강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 늘 좋아하는 시간이네요.


자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하철에서건 길거리에서건 회사에서조차 모두들 무언가에 홀려 사는 것 같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너무도 열심히 휴대폰에 푹 빠져 있는 모습에 어리둥절 해지곤 합니다.  


언제부터일까? 모두들 휴대폰에 넋을 빼앗긴 채 넋을 놓고 다닌 것이.


저는 꼰대 감성인지 몰라도 여전히 책을 한 권씩 들고 다닙니다. 출장을 갈 때, 특히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경우 제가 늘 우선적으로 챙기는 건 이번 출장은 어느 분의 책을 모셔갈까였습니다. 요즘은 책 들고 다니는 분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들 정도로  만날 확률이 낮습니다.


다시 지하철 풍경입니다.

거의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정말 주무시는 분을 빼면 모두 휴대폰과 무언의 대화를 시도하고 계시더군요.

물론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도 있고 인강을 들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웹툰이나 동영상이 화면을 차지합니다. 잠시나마 이동 간에 머리를 식히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자기 전에 휴대폰을 멀리하라고 하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세계에 그다지 좋을 턱이 없겠지요.


온갖 신호들을 빠르게 흡수한 뇌는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누군가 의도한 대로 뿌려주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게 됩니다. 동영상 플랫폼의 주요 수익원이 광고라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 휴대폰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팔고 싶은 것을, 마치 내가 원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요술지팡이가 되었습니다. 저도 가끔 테니스 관련 영상을 보러 유튜브를 볼라치면 어찌나 내가 관심 있는 재미진 영상을 그렇게 계속해서 추천해 주는지 헤어 나올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니 내가 원하는 영화, 드라마, 쇼츠 등이 넘쳐나는 휴대폰을 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온전히 현재를 즐기고, 내가 주도하는, 나의 삶을 살고자 한다면

가끔은 잠시 고요한 책 속 오솔길을 산책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잠시 삶에 작은 휴식을 주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멈춤의 시간도 좋구요.


오늘도 휴대폰의 꿈은 그렇게 우리를 먹어 삼키고 있습니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사람에게 딱 들러붙어 자신의 얘기를 끊임없이 지껄이고 있습니다.


예전엔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휴대폰은 바보뭉치라고 불러야 하나 고민해 보지만, 이 분은 너무 똑똑합니다. '똑바(똑똑한 바보뭉치)' 정도로 불러야겠네요.


인간을 지배하려는 똑바족의 공격이 전방위 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똑바족의 포로가 될 것이니 정신 단단히 차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요?

3일간의 연휴 동안 의도적으로 이 분과 좀 떨어져 태양의 에너지와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산책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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