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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Jan 02. 2024

“우리 엄마 아빠가 내일 그곳으로 갈 거야!”

콜롬비아 친구의 디엠이 왔다.

3화에서 만난 남미친구들과 프랑스친구의 동화 같은 만남을 기억하는지.


그들을 몽상가에서 만나고 정확히 2주가 지난 10월 23일. 그 동화 같았던 만남 중 한 손님, 콜롬비아친구 마야에게서 연락이 왔다.


‘Hiiii Hope you are doing weell
My parents are coming tomorrow to brunch at your place
They are very excited
Could you send me the address? '



‘Oh, my god!! Really???? Oh..! I can’t believe it! I’m so excited!!! Are your parents coming to korea??! And coming busan???’

‘Yesss they are in busan right noww!! They are coming tomorrow to your brunch place

Very happyy’


그리고 10월 24일.

너무도 사랑스럽고 따뜻했던 기억이라, 잊을 수 없는 날이 또 하나 생겨버렸다.



영어가 매우 서툰 나이지만 내가 읽어내고 이해하기에 충분했던 그 연락은, 그녀의 부모님이 잠시간 한국에 지내고 있던 그녀를 보기 위해 콜롬비아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왔고, 지금은 부산에 있으며 당장 내일, 나의 가게로 브런치를 먹으러 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건네받은 다음날의 반가운 소식과 연락에 ​나는 이 연락마저도 꼭 동화 같은 일처럼 느껴졌다. ‘'magic space!’ 라며 동화 같은 순간을 함께 보낸 손님분들이 또 다른 동화 같은 일을 내게 선사해주려나 봐!!!’ 생각했고 나는 이내 그녀의 부모님을 만날 생각에, 메시지를 받은 이후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저녁 내내 가슴을 콩닥거리며 설레었는데, 한 편으로는 조금 긴장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먼 한국으로, 그리고 부산으로 여행 오신 부모님에게 그녀가 몽상가를 추천해 준 것은 어떠한 기대감이나 충족되었던 바가 있었을 터인데 무엇보다 내가 전해주고 싶은 음식과 마음, 기대감에 충족되는 바를 그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을지, 그것이 너무 걱정이 되었다. 문제는 언어였는데, 영어는 서툴더라도 어느 정도의 내 마음과 언어전달이 가능했다면, 스페인어에 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기에 음식을 설명드리고 소통하거나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게 가능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언어의 장벽이 가로막는데 젊은이들이 아닌 부모님이 오신다니 더 걱정이 되었다. 과한 걱정이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그랬다. 아주아주 먼 거리를 돌고 돌아와 밟은 땅에, 사랑하는 딸의 추천을 받아 두 분이 시간을 내어 걸음을 옮겨오는 곳이 아닌가. 그 시간과 정성과 기대감에 최선을 다해 맞이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래서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두근거리며 잠에 들었고 밝아오는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몽상가로 출근을 하고 오픈을 준비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미리 알게 된 당일의 즐거운 이벤트를 품에 안고 더 큰 설레임을 가지고 출근길에 올랐다는 것.



오픈 준비를 마치고부터 나는 내내 그들을 기다렸던 거 같다. ‘두 분이 들어오시면 뭐라고 인사말을 건네는 게 좋을까? 영어로 인사를 드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간단한 스페인어 인사말을 익혀서 그들의 언어로 인사를 건네드리는 것이 좋을까?’, ‘이른 아침에 오시려나? 혹은 조금 늦은 오후에 오시려나?’ ‘그들의 입에 맞을 만한 음식은 여기에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들로 기다리던

그때!


손님 두 분이 양팔을 활짝 벌리고 환하게 얼굴을 밝히곤 스페인어를 외치며 들어오시는 게 아닌가! (격하게 환영하는 반가움의 제스처란 제스처는 몽땅 들어가 있는 그들의 인사였건만 정작 나는 그 말의 정확한 뜻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채 무방비상태로 스페니쉬를 한가득 들이 맞았다!!! 그치만 그게 무슨 말인지 뭐가 그리 중요하던가. 그들의 그 활짝 핀 미소가 중요했다!!! 세상에. 꼭 이산가족 상봉한 듯, 오랫동안 못 본 가족을 오랜만에 만난 듯한 그 환영은 예상치 못하게 내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과장이 아닌 사실을 말하자면 그들과 헤어질 땐 눈물이 차오를 뻔하기도 했으니,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걸까.)


두 분이 오늘의 첫 손님이 될 줄이야! 물어보지 않아도 단번에 그들이 마야의 부모님이며 먼 콜롬비아에서 오신 부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단 한마디, “엔 깐타도 디 베르떼!”하고 외쳤다. 엔 깐타도 디 베르떼가 뭐냐고? '반가워요!!'라는 말을 구글번역기로 돌려 수없이 입에 올리며 연습한 문장이었다! 적어도 반갑다는 말은 스페인어로 인사드리고 싶었으니까!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는 두 분의 얼굴과 표정, 제스처, 온기, 그 모든 것들이 너무도 환영에 겨워서 감동을 크게 받은 나였다. 푸근하고 온정이 가득 품어진 환영. 가게 전체가 순식간에 사랑으로 가득 차는 그런 환영.

마야가 나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한 걸까, 그런 건 분명 아닐 텐데 두 분은 가게에 들어서서부터 내내 가득 찬 호의를 보내주신다. 연신 푸근한 미소를 거두지 않으시고-.


당당하게 건넨 나의 첫인사가 스페인어였으니, 그들은 내가 스페인어를 잘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분명 내가 알아듣지 못할 스페인어였는데도 두 분은 아랑곳 않고 굉장히 많은 걸을 내게 쏟아내셨다.

근데 왜였을까. 그 모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던 그 감정은.

마음과 마음이 전달되고 전달받는 것에는 언어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몽상가를 통해 너무도 많이 알게 되었다. 숨길 수 없는 진짜 표정엔 수많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 마음에 무언가가 담겨있다면 표정을 바라보는 상대방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마음으로 받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날 두 분에게 받은 마음이 부모의 마음과 같은 것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자꾸 마음이 차올랐던 걸까.

내가 너무 감성적인 걸까.

두 분의 눈이, 날 자꾸만 차오르게 만들어 눈을 붉혀버렸다. 날 바라봐주시는 눈빛에 가족에게서 느낄 수 있을 그런 사랑이 담겨있어서, 그것이 너무 행복해 슬펐던 거 같고 난 엄마를 떠올려버렸다. 두 분에게 이 마음까지 들킬 일은 없을 테니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그 마음은 꼭꼭 숨기며 생각했다. 꼭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눈빛을 나에게 안겨다 주었을까- 하며.



어느 순간엔 두 분이 내가 스페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으신 듯, 중간중간 영어로 말을 건네주시기도 했는데, ‘카페가 정말 사랑스럽다’, ‘너도 정말 사랑스럽다’, ‘만나서 정말 너무 반갑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건네주셨는데 그것에 벅차도록 행복하면서 동시에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두 분은 마야가 주문하라고 했다던 프렌치토스트와 과카몰리&비건통밀빵, 그리고 말차라떼와 비건소이라떼를 주문하셨다. 말차라떼는 메뉴에는 없지만 아주 가끔씩 외국손님분들이 찾는 경우가 있어, 소량을 늘 구비해 두었던 비싸고 좋은 찻가루가 있었고 마침 아버님이 말차라떼를 찾으실 땐 그것을 내어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저 그런 말차가루가 아니라, 여러 번을 마셔보고 테스팅까지 마친 뒤 엄선해서 골라둔 비싼 말찻가루였기에 언제든 주문을 받으면 맛있게 해 드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기뻤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주문하신 음식을 자신 있게 내어드려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자신 있게 내어드린다는 건 그만큼 이 음식에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고 그 뜻은 맛이 좋다는 뜻이니까! 그것이 비록 메뉴에 없는 음식과 음료라 하더라도.)


그렇게 두 분의 메뉴를 받아 들고 있을 때쯤, 갑자기 손님분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두 분이 앉은 테이블 양쪽엔 네 명의 단체손님과, 두 명의 커플분이, 그리고 바로 앞쪽엔 또 다른 연인 두 분이 자리를 연달아 잡으신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메뉴들을 한가득 받게 되었고,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

마음이 급하니까 급한 만큼 손과 몸도 더 급해지고, 조급한 마음에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흐르기도 했다.(홀로 운영하는 매장에, 내부 테이블 4자리가 다 차고 10인분의 음식과 커피를 단번에 준비하려면 아주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또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 모든 손님분들이 한참 주문을 기다리던 와중에 겨우 두 분의 음식을 내어드릴 수 있었고, 그렇게 음식을 내어드린 후 한참 동안 다른 손님분들의 메뉴를 조리하느라 진땀 빼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던 나였다.

멀고 먼 곳에서부터 이 작은 가게를 찾아오셨으니 꼭 신경 써서 챙겨드리고 싶었지만, 바빠서 그러질 못 한 거 같아 그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았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 하시는 두 분의 분위기가,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는 긴 시간 동안 내도록 나에게 닿아왔으니 내 마음이 더 조급했을 터. 다른 손님분들의 음식을 다 내어드리는 동안 어느새 두 분은 음식을 다 드시고 커피잔도 비어있었다. 두 분이 날 기다리던 모습이 역력한데도 한참이 지나도록 바쁜 시간이 멈추질 않았고 결국 두 분은 이 내 내 눈과 마주쳤을 때 중간 빌지를 달라며 웃으셨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급히 영수증을 건네드리고 드디어 두 분이 틈을 타 계산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렇게 두 분을 그냥 보내드리는 것이 아쉬워, 사진을 하나 남겨드리기로 하고 두 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드렸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사진을 남기길 잘했다고 백번도 더 생각한 거 같다. 두 분을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면 어렵지 않게 두 분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이렇게 찍은 두 분의 사진을 그 후에도 참 자주 들춰보았다.

그렇게 계산을 마친 뒤, 문 앞까지 마중을 드리는데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정말 많은 문장들을 수없이 나에게 쏟아내셨다. 모두 다 칭찬과, 애정과, 응원과, 사랑이 담긴 말들이었다. (다시 그날을 기억하니, 또 눈물이 터질 것만 같다. 두 분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순간마다 눈빛엔 사랑으로 가득 찼고 그건 차마 잊을 수 없는 호의의 눈빛이었고 부모의 눈빛이었다. 아마 그 눈빛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을 거 같다. 가슴 깊이 담긴 형상이나 이미지는 두고두고 쉽사리 잊혀지질 않는다. 그것이 나에게 감동을 안겨다 준 순간이라면, 더욱이.)

​​

그리고 아버님께서 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 꺼내시더니, “우리 함께 사진 찍자!!” 며 어머님과 아버님 사이에 나를 두고 셀카를 연신 몇 장 찍으신다. 그리고 그렇게 사진을 찍어둔 것이 만족스러우신 듯,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으셨고 뒷모습을 보이시는 때까지도 그 미소 그대로 가게를 나서셨다.


두 분은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내게 그들의 딸 마야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건네주셨다.

모든 말에는 마야를 향한 그들의 자부심과, 애정, 사랑만이 가득해 길고 긴 자랑과 다름이 없었는데 나는 그들의 딸자랑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녀를 이야기할 때 너무도 행복해 보였기에. 그들은 딸에게 온전한 부모의 사랑이 있었고, 처음 보는 모르는 이에겐 먼저 건네주는 순수한 호의와 사랑이 있었다. 나라를 불문하고 부모의 마음은 같고 그 사랑과 모습도 같다. 그리고 푸근하고도 인간미 넘치는 얼굴. 사랑스런 하회탈의 모습을 간직한 얼굴.


훗날, 마야에게 작게나마 이 얘기를 건네주었다.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의 얘기를 할 때,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그들의 눈빛이 사랑으로 가득 찼다고. 그리고 그런 만남을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지금도 두 분은 아마 콜롬비아, 혹은 아르헨티나에서 멋진 사랑을 나누며 따스한 순간들을 살아가고 계시겠지. 두 분도, 언젠가 한 번이라도 더 나를 기억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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