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벅벅 허벅다리를 긁어대며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창문에 스며 어느덧 방을 밝힌 어스름한 아침볕
새벽 내내 오른 귓가를 간지럽히던 모기 한 마리가
기어코 허벅다리에 작은 열십자를 긋게 만들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한 손으로 그러모아 빗어 넘기고
땀에 전 티셔츠는 절반쯤 채워진 세탁기로 향하고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담가놓은 그릇들을 씻어 엎고
찌뿌둥한 몸을 달래려 보다 따스해진 볕을 배회한다
목덜미가 늘어난 티셔츠도
마구잡이로 삐친 머리칼도
뾰족이 토막 난 계란 껍데기도
오롯이 내 의지만을 반영한 몸뚱이도 전부 나의 몫
손에 쥐어진 모래시계는 오늘도 고요히 흘러내린다
바람 한 점 없이 평화롭게, 그저 묵묵히 사랑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