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기 위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그 어떤 것으로도 나를 덧입히지 않고도, 그저 있는 그대로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꾸만 무언갈 하려는 사람, 성취하려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다.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주제 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음에 안드는 지금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말로 진짜 나를 사랑하는 일 같았다. 뭔가 노력하고 성취해서 스스로를 맘에 들게 만들었을 때 그제서야 자기 자신이 좋아지는 건 뭔가 가짜같았다. 한동안 그렇게 ‘착각’하며 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꽤 오랫동안.
그런 마음을 품을 때 나는 어땠나. 주로 남은 부러워하고 나는 미워하는 날이 많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지도, 그렇다고 더 나아지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살았다. 진짜 자기를 사랑하는 방식이라 믿었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는 일, 그건 도무지 쉽지 않았기에, 마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자꾸만 뭘 하려 했다.
자주 다이어트를 하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려하고, 뭔진 모르겠지만 늘 공부하고 준비해야할 것 같은 마음을 갖고 살았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상태로, 시원하게 뭔가 성취하는 것도, 그렇다고 맘에 다 차지 않는 지금 내 모습을 받아주는 것도 아닌 채로 어정쩡하게, 어정쩡한 하루를 살아온 날이 많았다.
‘다들 자기 자신이 좋은가봐. 사랑하는가봐. 나는 이렇게 어려운데.’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객관적인 조건이 좋거나 크게 잘나지 않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운인 사람일거다. 허나 나는 어려웠다. 가만히 있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할 수 없다면 움직여야했다. 내가 반감을 가지던 그 '노력'이란 것과 마주해야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노오력’과 ‘진짜 노력’,
실은 이 둘을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남들보다 뛰어나기 위해, 앞서기 위해 남들의 인정에 목매는 그런 종류의 ‘노오력’말고,
건강하게 성장하고픈 데서 하게 되는 노력,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자 노력하는 인간으로서의 건강한 욕구 그 자체도 나도 모르게 폄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의 연유는 작은 일상에서였다.
모처럼 청소를 깨끗이 한 날, 모처럼 30분 일찍 나와 출근 전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 날, 피곤하고 귀찮지만 운동화끈 묶고 헬스장엘 가 열심히 운동하고 온 날, 드물게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지각하지 않을만큼의 시간에 대충 일어나 급하게 밥먹고 애기 옷입혀 유치원에 밀어넣듯 아이와 작별하고 정신 하나도 없이 출근할 때,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일 쇼츠, 잘나보이는 사람들 인스타만 기웃거리며 폰만 잡고 있을 때,
그 둘의 기분은 너무 달랐다.
사실 지금 내 삶은 대단한 성취까지도 필요없다. 유행에 휩쓸려 미라클모닝하는 사람들, 갓생이라는 이름으로 빡빡하게 쉴틈없이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을 폄하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해야하는 노력이랄 게 있다면 어떤 저 너머의 대단한 무엇이 되려는 노력의 단계가 수준까지도 아니다.
나는 새벽 4시반에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지금보다 15분만 일찍 일어나야할 필요는 있다. 더 좋기 위해서라기보다, 덜 정신없기 위해서. 나는 그 정도의 단계인 것.
지금의 내가 싫은 마음, 더 나은 사람이 되고픈 마음, 변하고 싶은 마음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약한 사람이하는 생각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기에 하는, 건강한 마음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남들보다 뛰어나야하고, 남들의 인정에 목매는 그런 종류의 노력만 아니라면 노력하는 것, 달라져보려 애쓰는 것 모두 다 괜찮은 마음인 거 아닐까.
나를 사랑하고 싶다. 사랑해주고 싶다. 달라지고 싶다. 대단한 노력을, 무리해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하지는 않게, 내 삶에 작은 여유를 불어넣어주는 자그마한 건강한 노력들을 하고 싶다.
아침 시작을 운동과 글쓰기로 시작하는 요즘, 몸은 힘든데 마음은 꼭 선물을 받은 것 같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