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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Nov 17. 2020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과  두 가지 모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요즘 새삼 이 생각으로 고민이 많다.

어떤 인생이 괜찮은 인생인걸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건가.



어떤 인생이 되지 않아도 괜찮고, 무엇이 되지 않아도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다 요즘처럼 또 마음에 바람이 부는 시기가 한 번씩 온다.       


가끔 눈에 보이는 결과나 성과를 좇으며 목표지향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물흐르듯 여행하듯 살아야겠다 싶다가 또 어떤 날은 치열하게 살고 싶기도 하고,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사는 것에 만족하다가도 좀 더 ‘큰 그림’ 안에서 나의 하루를 살고 싶기도 하다. 적당히 나를 풀어놓고 살고 싶다가도 스스로에게 적당한 루틴이나 규율을 부여해주고 싶기도 하다. 또 때론 자신의 업에 푹 빠져 성과를 내면서 사는 이들을 보면 괜히 부러운 마음도 조금 든다.



성취에의 욕구와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것에 대한 마음이 내 안에서 공존하는 것 같다.

... 괜한 고민일까? 백프로 성공, 목표만을 좇는 사람도, 백프로 욜로인 사람 모두 아마 극소수일텐데. 대부분의 사람들 모두 두 가지 욕구를 거의 다 갖고 있을 것이고, 그 비중이 어느 쪽이 더 크냐 적으냐의 차이일 것 같다.


요 몇 년 간 나는 현재에 만족하며 소소하게 살자는 쪽으로 더 비중이 컸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내게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며 큰 욕심없이 살기. 나름 의미있는 일상이다.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인생이다. 그런데 가끔은 왠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이 인다.

‘내가 너무 그냥 흘러가듯 사는 건 아닐까? 너무 목표도 없이 계획도 없이 사는 건 아닐까...’하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표지향적으로 살고 싶으면 그렇게 살면 된다고.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목표를 만들고 행동으로 옮기고 시간을 쪼개고 습관을 만들고 반복에 반복에 반복을 하면 될 것이다.

무언가에 푹빠져 치열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그렇게 살고플 만큼 좋아하는 일이라면 나도 그렇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하나의 무언가에 내 온 하루를, 인생을 걸 만큼의 것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발견하였으나 올인할 만큼의 용기는 없기에 지금의 내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삶의 방식은 크게 중요친 않은 것 같다.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시기별로 목표를 갱신하며 그것들을 이루며 사는 삶이든 하루하루 적당히 잘 보내면서 좋아하는 영화나 예능프로 보며 맛있는 걸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삶이든, 각자의 방식은 모두 다 ‘옳다’. 목표지향적으로 살든 현재지향적으로 살든 사실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살면 될 것이고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어떠한 목표를 좇기도, 또 여행하듯 여유를 가지며 살기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면 된다.  



다만, 살아가면서 때때로 누군가의 멋진 인생을 볼 때 좋은 자극은 받을지언정 내 삶이 이리저리 맥없이 휘청거리지는 않았음 좋겠다. 누군가의 인생이, 어떠한 무엇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킬지언정 내 삶의 궤도 자체를 바꿀 만큼 그렇게 얕게 형성되어 있지는 않았음 좋겠다. 단단한 나의 세계가 있으면 좋겠다.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을거야, 내 세계를 바꾸지 않을거야' 하는 딱딱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중심이 서 있고 싶다는 뜻이다.


이런 인생을 볼 땐 이 인생을 부러워하고, 저 인생을 볼 땐 아 저렇게 살아야 하나, 가 아니라 '음 좋다, 저런 삶. 참 배울점이 많네, 멋지다. 내 삶에 저런 좋은 점을 조금 적용해볼까' 정도의 마음이 들게끔.


그렇게 어느 정도의 뿌리를 땅에 둔 채 유연하게 흔들리는 정도로 살아가면 좋겠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람. 속은 단단하고 겉은 부드러운 사람. 그걸 만드는 것은 무얼까. 아마 내가 무얼 가치에 두고 사는지가 나를 만들 것 같다.


나는 무엇에 가치를 두며 살고픈 걸까. 어떻게 살고 싶은가.

우선은 내가 나인 것, 그렇다. 나는 내가 나이고 싶다. 이상한 말 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이고 싶다. 내가 나이기 위해서 '이 정도 거짓말은 해도 뭐 서로에게 나쁠 것 없잖아' 싶다가도 조금이라도 더, 남도 나도 속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한발짝 더 솔직한 말을 뱉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고 싶지만 그 일이.. 더 마음에 드는 내가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운동을 하기도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더 나이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위해 노력한다.


그럼 된걸까. 내 인생의 가치는 그것으로 된 걸까.

잘 살고 있는 인생은 어떤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이런 물음들 앞에선 자연스럽게 ‘마지막’, ‘끝’을 떠올린다. 즉 죽음을 떠올린다. 삶의 끝에 다다랐다고 상상을 한다.


그럴 때 나는 윤기나는 사람, 매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다가 하루에 한 사람이라도 남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쳐 쓰게 된다. 집안을 깨끗이 정리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쓰다가 내 방은 더러워도 분리수거는 확실하게 하는 사람, 일회용품을 적게 쓰는 사람이라고 다시 쓴다. 강하고 힘있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기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이 고통받는 걸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고싶다,라고 써본다.


점점, 내가 나인 사람이 되고, 매일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주거나 사랑을 전하는 사람,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 나쁘지 않은 인생일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자기계발, 자기관리를 해서 내가 빛나고 내가 멋져지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겠지만 눈을 감을 때를 상상하면 그것만으론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겠다. 철저히 나 위주이고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면서도 괜찮은 인생을 살았다 싶은 인생을 말하라할 땐 자아실현만으로는 어딘지 쓸쓸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물음 앞에 나는 나만 생각하지 않는 삶, 더 나아가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삶, 조금 더 나아가서는 그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는 삶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원하는 나에 더 가까워지는 것만 같다.

 


이젠 말보다, 그렇게 사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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