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 줄 수 있는 사람

by 글나라

초등학교 친구들이 만나는

반창회 모임이 있다.

주변에 동창회는 많이들 하고 있지만

반창회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벌써 20년을 넘게 반창회 모임이 유지되고 있다.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성격도, 취향도 다 다르지만 어릴 적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부대끼며 함께 자라왔던 소중한 추억을 부끄러움 없이 꺼내 놓을 수 있는 6학년 2반

친구들이 모여 있다.


화사한 봄꽃들이 피어나고,

여기저기서 꽃 축제가 진행될 무렵이면 국민학교 소풍 가는 날이 떠오르고, 6학년 2반 친구들과 함께한 그 시절이 아스라이 스쳐 지나간다.


벚꽃이 한창 망울망울 피기 시작할 때면

국민학교 봄소풍 가는 날이 돌아온다.

평소에는 잘 입지 못하는 정갈한 옷으로 단장하고 한껏 뽐을 낸 아이들의 신이 나서 들떠있는 재잘거림이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잔뜩 부풀려져 있는 배낭을 메고 있는 아이,

플라스틱 물병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 아이,

사이다병을 손에 들고 있는 아이,

빈 몸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아이,

봄소풍 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운동장 담장을 넘어 이미 소풍장소에 먼저 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반 3학년 4반 담임 선생님은 풍금을 치시며

노래를 잘 부르셨고, 합창부를 지도하는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도 인기도 참 많으셨다.


대부분은 학년이 올라가면 반편성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3학년 때 반편성이 되어서 만난

친구들이 그대로 6학년을 마칠 때까지 쭉 같은 반으로 지냈다.


무려 4년을 같은 교실에서 지내면서 엎치락뒤치락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버렸다.

그래서 아이들은 50명이 넘는 반 아이들의 성격,

집안사정 등 모든 것을 다 꽤차고 있었다.


공부를 잘 하지만 숫기가 없어서 반장자리를 양보한 부반장,

공부는 부반장보다는 좀 못하지만 똘똘하고 활달해서 반장이 된 아이,

여자아이들 고무줄놀이 할 때면 나타나 몰래 고무줄을 끊고 가는 아이,

숙제 검사할 때마다 친구노트 빌려서

정신없이 베끼는 아이,

코 묻은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아이, 등

성격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아이들은 같은 교실에서 복닥거리면서 4년을 함께 했다.



그리고, 세월이 훌쩍 지나고 2002년 월드컵 때 다시 만나게 된 6학년 2반 친구들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몰라봤고, 이름을 듣고 다시 보면 어렸을 때 얼굴이 되살아나고 추억까지도 싹 다

떠오르게 되었다.


'너는 그때도 얌전하더니 지금도 여전하구나.

하나도 안 변했어.'

'야, 너 그때 내 고무줄 많이 끊었었지?'

'너는 배구선였는데 지금도 잘하니?'

'너는 숙제도 잘 안 해오고 내꺼 보고 베껴

썼잖아.' 하 하 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국민학교 6학년 2반 교실에 모여 앉아 있는 듯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떠들고 웃느라 바쁘다.


모임 초창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을 불러내서 만났고,

어릴 적 빛바랜 추억을 끄집어내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느라 밤을 꼴딱 샐때도 많았다.

개업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 핑계로 우르르 몰려가서 축하해 주고,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번개팅하자고 불러내고,

기분이 우울해서 술 한잔 하자고 불러내고,

이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만나는 11월의 정기모임을 친구들은 손꼽아 기다리면서 좋아한다.

20명이 넘는 친구들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흉허물없이 터놓고 주고받는 이 시간을

친구들은 기다리며 즐긴다.

우리 반창회 모임은 같은 초등학교 친구들한테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반들도 반창회를 시작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나이 먹어서 영희야!. 철수야!라고 불러 줄

사람은 아마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누구 엄마, 아빠로 언젠가부터는 공적장부에만 기록되는 이름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내 이름을 스스럼없이 다가와 불러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어릴 적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함께 부대끼며 자란 친구들이 내겐 어디에서든 꺼내 자랑할 수 있는 값진 보석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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