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게 있다.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을
많이 볼 수 있게 된다.
요즘은 담쟁이넝쿨이 제법 팔랑 팔랑
초록 잎으로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볼 수 있다.
눈앞에 들어오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감탄하면서 산에 오르게 된다.
담쟁이는 소나무가 좋아서 올라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소나무를 괴롭히려고
소나무 몸을 칭칭 옭아매고 있는 걸까?
소나무는 담쟁이가 귀찮고 답답하지 않을까?
소나무와 담쟁이는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공생 관계일까?
어떻게 보면 담쟁이넝쿨은 소나무에게
재롱을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밋밋한 소나무 기둥에 반짝이는 초록 잎으로 옷을 입혀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소나무는 사계절 한결같은 모습으로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호기심 많은 어린 담쟁이는 무뚝뚝한
소나무에게 말을 걸어 본다.
'그렇게 높이 올라가 있으면 무섭지 않나요.'
바람 많이 불고 천둥 번개가 치면
흔들흔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소나무가 걱정스러웠다.
땅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풀들만
보면서 자란 담쟁이넝쿨은
키가 큰 소나무가 부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봄이 되면 갈색 나무들도 하나둘씩
반짝이는 초록잎 새 옷으로 갈아입는데,
키가 큰 소나무는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눈부신 봄날에도
한결같이 똑같은 옷만 입고 서 있는 소나무가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날 담쟁이는 키 큰 소나무에게
깜짝 선물을 해 주기로 했다.
눈부시게 화창한 어느 날,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담쟁이넝쿨은 그동안 연습하며 준비한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변 담쟁이들은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담쟁이는 한걸음 한걸음 소나무에게 다가가 안겨 본다.
괜찮아, 난 잘 해낼 수 있어!
눈보라 치는 한겨울에도 포기하지 않고
준비해 온 화려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작고 어리지만
한 땀 한 땀 초록잎으로 만든
반짝이는 옷을 소나무에게
입혀 주기 시작했다.
키가 큰 소나무에게 맞는 옷을
입혀 주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담쟁이는 오늘의 공연이 헛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처음부터 다 잘할 수는 없어.
더 크고 화려한 공연이 아니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최고의 무대로
보여졌을 거야.
고맙다고 인사하는 키 큰 소나무의 흔들거림에
담쟁이넝쿨도 덩달아 몸을 맡겨 본다.
키가 큰 소나무에게 딱 맞는
예쁜 옷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소나무와 담쟁이넝쿨이
서로 어떤 모습으로 보여 질까?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