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내수까지, 금리가 좌우할 시장의 방향
아파트 매수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금리다.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100% 현금으로 주택을 매수하기란 쉽지 않다.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대출을 통해 잔금을 충당해야 한다. 올해 초만 해도 시중 1금융권 은행의 변동금리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3.4% 수준이었으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정부는 시중은행을 압박해 대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3%대 금리를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4%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이례적으로 대출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만큼 정부는 부동산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금리가 하락해야 할 몇 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나선 상황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에 비유되는 미국 경제는 한 번 방향을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연준은 이미 점도표를 통해 지속적인 금리 인하 의지를 시사하며,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둘째, 국내 내수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다. 자영업을 비롯한 각 분야의 경기가 부진하고, 계속된 강달러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급증했다. 인건비는 그대로인 반면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스타트업의 위축이다. 스타트업은 미래 성장을 담보로 현 자금을 운용하는 구조인데, 높은 금리로 인해 투자 유치와 대출이 어려워졌다. 청년들의 혁신 활동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낮은 금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려는 정책적 이유로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고정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주거 공급을 통해 자산 시장을 균형 잡는 것이 더 필요하다. 금리 인하를 미루다 자영업과 내수 시장에 더 큰 악영향이 올 가능성도 있다.
향후 투자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자금이 원활히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의 혈관이 막혀 피가 돌지 못하면 다른 장기가 손상되는 것처럼, 시장에 자금이 흐르지 않으면 경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