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팔자

by gulogulo

집 옥상에 만들어둔 흡연실에

손가락만 한 나방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갈 길을 못 찾아

바람막이 비닐 앞에서

펄럭펄럭,

헛되이 날갯짓을 한다.


빗자루로 방향을 틀어주며

길을 안내해 줬는데,

이 가여운 존재는 그만

방한 비닐과 벽 사이 좁은 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거기서 죽으면… 그건 니 팔자다.”


신경을 끊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큰 이 녀석이

계속 펄떡거리는 소리를 낸다.

나갈 구멍을 찾아

자꾸만 부딪히는 소리.


듣다 보니 안쓰러워져서

비닐장갑을 끼고

조심히 잡아서

밖으로 빼줬다.


조금 날더니

이번엔 비닐과 바깥 벽 사이로

또 쏙 들어간다.


그 순간 다시 떠올랐다.


“이건 진짜… 니 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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