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해내듯 쓰고 싶어질 때
누가 오늘 물었다. 자살은 하면 안 되는 거냐고. 안된다면 왜 안 되느냐고. 전혀 죽고 싶지 누군가가 순전한 학구열과 호기심과 또 무언가로 똘똘 뭉쳐 던진 질문이었다. 나는 이런 질문이 별스럽지 않은 환경에 있다.
도무지 왜 죽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나는 이미 오랜 시간 치열하게 물고 늘어진 전적이 있다. 적어도 나는 내 지겨운 집착을 한풀 꺾을 만치의 답은 스스로 얻은 셈이다. 그건 그런 걸 그리 오래 열렬히 고민해야 했던 시간의 무게와 상처의 깊이에 비하면 허무하게 빈약한 논리였다. 그러니까 내 답은, 세상 유일하게 자살만은 돌이킬 수가 없다. 사람의 생각도 감정도 상황도 그 무엇도 언제든 어떻게든 변할 수 있는데, 죽음은 도저히 되돌릴 수가 없다. 살아서만 허락되는 그 모든 가능성을 제 스스로 영영 닫아버리는 선택을, 나는 도저히 옳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정말로 나는 그래서 살았다. 번개탄을 침대 밑에 두고 며칠을 지내다가, 그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 끊었던 정신과를 다시 갔다. 말하자면 죽고 싶었지만, 그게 옳지는 않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나를 다시 삶으로 이끌었다.
그 덕에 나는 내게 없을 줄 알았던 서른을 산다. 그런데 또, 그 탓에 다시 안 올 줄 알았던 우울에 허덕인다. 스스로 비수를 꽂자면, 그때 죽어버렸으면 이제와 더 겪지 않아도 되었을, 그런 우울을.
한동안은 그냥저냥 산 것 같다. 어쩌면 잘 산다는 건 잘 사는지 모른다는 것 같다. 괜찮았던 시절엔 죽고 싶지도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살아져서 살았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흘러 흘러 살아졌다.
그런데 요즘은, 다시 브레이크가 걸린다. 불쑥불쑥 살기 싫단 생각이 치민다. 이건 내 의지가 아니다. 죽음을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이런 게 의지라면, 이런 게 내 맘이라면, 억울해서 펄쩍 뛸 것이다. 그냥 단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 하나하나를 무찌르고 가던 길 다시 가기에는, 내가 너무 지친 것이다.
그러고 나면 속아 넘어가고 싶다. 실수하고 후회하고 싶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믿기로 한 것들을 저버리고 싶어진다.
나는 삶을 비참하게도 찬란하게도 만드는, 그 빌어먹을 '가능성' 때문에 결국은 삶이 아름다운 거라고 지금도 믿는다. 그리고 동시에 그 믿음이 보기 좋게 꺾여 속수무책으로 항복하기를 또한 바란다. 이게 내가 징그러워하는 나에 대한 진실이다.
항우울제를 올려야 하나 생각한다. 올리면 나아질까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아지길 내가 바라는지 생각한다. 나는 약 한 알로 나아지고 싶기도, 겨우 약 한 알로는 괜찮아지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 원 없이 자고 싶다. 자도 자도 만족을 모르고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지는 몸을, 실컷 누이고 재우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 아무 일도 안 생겼음 좋겠다.
이만큼을 써도 머리는 여전히 아프고 잠은 안 오고 눈물은 안 나오고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다. 머잖아 내가 다시 괜찮아질 것을 알지만, 운이 좋으면 당장 내일 깔깔 웃고 떠들 수도 있겠지만, 그게 반갑지가 않다. 모든 것이 지겹다. 그 모든 것에 이 모든 것도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