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대한 열등감 인정하기
나는 아내에게 열등감이 있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성이 가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학습한 남자가,
동일한 학벌과 같은 직급으로 같은 월급을 받으며 집안일을 균등히 나누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남편이 중심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이런 걱정은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무의식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2016년은 남편의 열등감을 깨닫게 해주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영관장교로 진급하면 더 많은 군사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군의 최고교육기관에 입교하여 1년여간
군사교육을 받는다. 매 순간순간을 평가하여 점수로 수치화하기에 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중간성적 공개 때마다 남편은 아내보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점수가 그 사람의 능력을 수치화한다는 인식이 강한 교육기관에서 함께 입교한 가족조차도 경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환경,,, 이 가운데 점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군자에 이르는 과정과 같이 요원할 것이다.
늘 이런 부담감이 있었기에 남편은 주변 시선에 더욱 예민하다.
주변에서는 이런 남편의 불안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부부사이가 경쟁구도가 아닌지 항상 묻곤한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사이좋은 부부"임을 특히 강조하며 그렇지 않다고 얘기를 한다.
어느 날, 아주 유명한 컨설팅 회사의 대표 초빙강연이 있었다.
강사는 5분의 시간을 주며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 지금 가장 신나는 일, 미래에 비전, 지금의 고민”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했다. 남편은 고민도 하지 않고 아내를 떠올리며 기쁘게 생각을 정리했다.
5분이 지나자 강사는 기막히게도 아내를 지목하며 발표를 권했고
아내는 300여명이 모인 강단에 서서,
군인이 된 것이 가장 자랑스럽고,
지금 공부하는 것이 가장 신나며
미래엔 책을 쓰고 싶고 육아와 학업의 병행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하였다.
강사는 이야기를 듣더니 참 멋지고 훌륭하다며
대한민국 군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추임새까지 넣어주었다.
나는 가슴이 탁 막혀왔다.
평소 주변 동기들에게 아내와의 화목함을 자랑해왔고,
아내와 가족에 대해 공동의 인식이 있으며
함께 행복을 찾고 있음을 수차례 강조하였는데
아내의 대답은 이와는 전혀 반대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마주친 동기들은 저마다 나를 놀리기 시작했고
난 영문도 모른 채 불쾌감과 서운함, 심지어 배신감마저 들었다
민망하고 부끄럽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불쌍히 보거나 놀리면 어쩌지??
아내가 나보다 먼저 진급하면 어쩌지? 극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가장으로서의 입지가 약해지는건 아닌가?
왜 항상 나만 가족 중심적이지? 가족을 더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건가?
이런 상황에 아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더 치켜세워 줄 수는 없었나?
내 그릇이 부족한 것인가?
뭐 저런 일로 이리도 복잡하게 생각하나 할 수도 있지만, 내 감정의 소용돌이는 생각처럼
쉽게 잡히지 않았다. 어쨌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고,
결국 내 그릇이 부족한 것이고
내 마음이 편하자고 아내에게 다른 감정을 강요하는 건 하수이자 비겁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이제는 어떻게 내 그릇을 키울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더 노력하자.
더 그릇을 키우자.
정말 아무 일도 아니다.
그렇다.
인정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그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내 첫 발걸음은 내 열등감을 아내에게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