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틀 연속으로 술약속을 잡았더니 침대 위에서 주말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가기 전에 빨래를 돌려놓고, 운동 다녀오고 난 뒤에 청소를 하겠다는 나의 계획표는 지켜지지 못한 채 아무 의미없는 계획표가 됐다. 심지어 은행 어플 알람을 보니 4차까지 모든 결제 내역이 내 카드로 되어있다. 잘 먹었다는 카톡이 남겨져있다는 것은, 분명히 내가 술기운에 신나서 쏘겠다고 한 거겠지? 오.. 마이.. 갓..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금주를 하기로 결심했다.
금주 결심만 벌써 몇 번째 인지. 이렇게 통장이 거덜나야 시작할 마음을 먹는 건지. 물론 술 잘못은 없다. 나의 친구 소주는 나를 위로해줬을 뿐이다. 그래서 술을 원망하고 싶지 않다. 절제하지 못하고 들이부은 그때의 나를 원망할 뿐이다. 그렇다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때의 나는 술을 너무나 마시고 싶었던 모양이지.
그리고 금주를 하려면, 혼자 해야 한다. 친구 한 명이라도 이 결심에 함께 하게 된다면 일주일도 못 간다. 길어야 일주일, 금요일 저녁이면 서로의 마음이 약해져서 분명히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다음주부터 할까..?' 누군가에겐 이 말이 다이어트할 때 나오는 말이지만, 나한테는 금주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결심했다는 말을 아무한테도 하지 않고, 홀로 일기장에 적어본다.
신기하게도 가족 중에서 술을 즐겨마시는 건 나뿐이다. 보통 술 좋아하는 건 닮아간다던데, 늦게까지 먹고 들어오는 사람도 나,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것도 나, 외식하러 가서 술을 주문하는 것도 나. 어릴 땐 아버지가 가끔 반주를 하는 걸 봤지만,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집에서 반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건강을 위한 건 아닌 것 같다. 담배는 그대로 피우고 있으니까.
그래서 가족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술이 그렇게 맛있냐며 질문을 할 정도였으니. 나도 맛있어서 마시는 건 아니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좋고, 친구들과 술마시면서 할 수 있는 대화의 분야가 다르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깊은 친분을 나누고 싶은 관계가 있을 때 술을 마셔서 도움이 된 경우가 있다. (핑계도 조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금주를 하려는 건, 오히려 이유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위에서 얘기한 것들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평소에는 잊어버리거나 그냥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말 금주를 성공해야한다. 금주를 결심해서 가장 오래 유지했을 때가 세 달이었나? 결국 술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실패했지만, 이제 다시 성공할 것이다. 어린 나이도 아니고, 운동도 두 가지나 해야 하고, 내 통장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고. 무엇보다 흑역사를 그만 만들기 위해.
나의 목표는 1년이다. 2022년 7월 11일 월요일 시작. 난 꼭.. 1년의 금주를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