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을까? 난 예상했다. 인생이 뜻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나라에서 불행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매일매일 계획을 세우지만 (그렇다고 MBTI에서 J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일찍이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세우는 건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에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금주 역시 그랬다. 금주를 하기로 한 건 통장 지키기와 더 이상의 흑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지만, 최종 목표는 건강이었다.
일주일동안의 금주를 실패하는 원인이 나한테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친구를 불러내서, 혹은 혼술로. 다 참아냈는데, 우리 팀에서 회식이 잡힐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술 얘기를 하지도 않고, 술을 좋아하나? 싶을 정도로 잘 알지도 못했다. 가벼운 와인 한 두 잔으로 끝나긴 했지만, 어쨌든 음주는 음주기 때문에 리셋했다. 아쉽다... 금요일만 버티면 주말은 금방 지나가니까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위로 받았다. 역시 불금엔 음주지.
오랜만에 마신 와인은 의외로 독했다. 발효주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막걸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창 막걸리에 빠졌을 때는 유명한 막걸리집도 가보고, 과일과 섞인 막걸리도 먹고, 전국의 막걸리는 다 먹었다. 물론 많이 마신 다음 날은 숙취로 조금 힘들었어도, 미친듯이 힘들진 않았다. 근데 와인은.. 막걸리처럼 마시면 훅 가는 걸 떠나서 한 이틀 동안은 움직이지 못할 것 같다. 이번엔 조절해가며 마셨지만, 나중에 내가 일을 쉬거나 백수가 됐을 때 마신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는 소주가 좋다. 와인을 사먹으려면 뭔가 와인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생기는데, 소주는 그냥 초록병! 아무거나! (라고 하지만 처음처럼보단 참이슬을 선호한다) 마시면 된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나이가 몇인데 금주를 하고 술 얘기를 하냐.. 하는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즐겨마신 사람이 즐겨마시지 않은 사람보다는 할 얘기가 많지 않을까...? 소심해진다.
여튼, 금요일에 그렇게 음주를 한 뒤에 못 참고 맥주도 마셨다. 물론 무알콜 맥주! 운동을 끝내고 왔는데 탄산도 마시고 싶고 맥주도 마시고 싶어서 무알콜로 샀다. 대형마트에서는 저렴한데 편의점에서 1,600원이다. 낱개로 구매하면 1,500원인데 다음엔 그냥 대형마트에서 여러 개 사오는 게 마음 편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