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경계의 순간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갈등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나와 타인 사이의 갈등, 그리고 나만의 내적 갈등!
내적 갈등은 길거나 짧은 고민을 거쳐 결국 선택으로 마무리된다.
자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지인이 건네는 담배를 받아 필지 말지,
애매한 지인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낼지 말지,
노란색 신호에서 직진을 할지 브레이크를 밟을지.
내가 흔히 겪는 갈등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결국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논리를 만든 뒤 행동하게 된다.
추수가 끝나갈 무렵 늦은 가을 오후, 마을 뒤편 벼논에서 집으로 내려가는 길, 두 살 어린 상철이네 집은 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이도록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원래 그 집은 대문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붉은빛이 진하게 도는 황토가 곱게 깔려 잘 다져진 마당 한가운데 상철이가 놀다 둔 장난감 자동차와 포클레인이 놓여 있었다. 인기척이 없는 걸 보니 집은 비어 있었고, 집도 외진 길목에 있어서 아무도 보는 이가 없었다.
순간 충동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당 안으로 발을 서너 발자국 들여놨다.
"몇 발자국만 마당으로 들어가서 저것을 들고 나오면 저 멋진 장난감은 내 것이 된당께"
"아니여! 도둑질을 한번 시작하면 담에는 더 쉽게 남의 것에 손을 대게 돼, 지금 저것을 가져오면 나는 오늘부터 도둑놈이 되는 것이여!"
"그래도 아무도 안보잖애, 오늘 이것만 슬쩍하고 다음부터 안 하면 되제!"
그 짧은 순간에 내 안의 선악 요정은 내 양팔을 잡고 서로 자기에게 오라고 잡아끌었다. 나의 내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은 마치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앞발을 슬금슬금 한발 한발 목표물을 향해 다가가는 고양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장난감을 손으로 잡아들려는 순간 또 한 번 착한 요정이 나에게 말했다.
"이봐 친구!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밝게 웃고 있는 상철이를 상상해 봐, 그리고 장난감이 없어진 걸 알고 슬퍼하는 상철이의 모습도 상상해 보라고!"
나는 이 말을 듣고 장난감으로 향하던 내 손을 거두어들였다. 만약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그날 장난감을 손에 넣고 마당을 나왔다면, 그날 이후의 나는 남의 물건을 쉽게 탐하는 손버릇 나쁜 아이가 되었거나, 최소한 그날 내 행동을 자책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갈등과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거친다. 그러한 과정들이 모여 한 개인을 현재에 이르게 한다.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은 명료하고 신속한 결정의 내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늘 복잡한 고민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날 나는 그것을 훔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록 짧은 순간의 결정이었지만 내 인생에 중요한 선택의 날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나는 그 후로도 많은 선택을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어떠한 선택이 되었든 후회 없는 삶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