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왜 지금 이 글을 쓰는가
2019년 여름, 내가 속해있는 밴드 뉴클리어 이디엇츠는 처음으로 해외 공연의 문을 열었다. 즐거운 공연이었고, 값진 경험이었으나, 공연에서 돌아온 직후에 이와 관련해서 사진을 올리는 것도,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는 당시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해외 공연 장소는 일본 도쿄였고, 공연을 가게 된 시기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공연을 가기로 결정된 시기는 이보다 1년 반 전인 2018년 초였고, 이 당시의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취소 이야기도 당연히 오갔고 고민했으나, 그쪽과의 약속이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계되었기에 무리해서라도 강행하기로 결정을 했다. 다행히 공연은 무사히 잘 치러졌고,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쪽 관객과 관계자들의 따뜻한 배려도 고마웠지만, 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렇다면 굳이 지금 글을 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그때보다 양국 사이의 갈등이 옅어졌는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단지, 지금 시점에서 이를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해외로 갈 수 있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끊긴 것이나 다름없는 지금, 밴드가 공연을 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 이 시점에서 그렇지 않았던 시기에 우리가 느꼈던 기분과 쌓았던 경험, 그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 더 흐려지고, 더 아득하고 모호한 과거에 방치되고 잊히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무거운 서론으로 시작하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글은 좀 더 즐겁고 가벼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조심스러웠지만 실제로 행복한 경험을 했고,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들을 마주하고 함께 즐거움을 맛보았기에 이 나날들의 기록은 밝은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단,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기에 서론은 무거운 투로 씀을 밝힌다.
우리가 공연을 위해 출발을 강행하기로 결정했을 때에, 우리 역시 취소까지 염두에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확실히 밝히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나를 포함해서 관계자 누구도 일본의 정치적 스탠스에 동감하지 않으며, 역사적인 과오 역시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취소를 하지 않은 이유는 위에 기술한 대로 일단 관계자들끼리의 신뢰가 걸린 약속이었기에 강행한 것이고, 그쪽에서 우리가 만나고 접촉할 사람들 역시 그러한 정치적인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지 않을 것임을 믿었기에 간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당시에 우리는 친절한 이들을 만났고 온전한 호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여전히 당시의 관계자들 중 상당수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많은 따뜻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서로 짚고 넘어갈 것은 당연히 따지고 지나가야 하고, 해결할 것은 반드시 풀어야 한다. 단, 서로 간의 갈등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관계를 단절하고 상대를 무조건 냉대하는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개인 간의 교류, 양쪽의 문화적인 교류는 지금으로도, 앞으로도 쭉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나 개인의 생각임을 밝히며, 서론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은 즐거운 경험의 가벼운 기록일 뿐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가급적이면 따뜻한 시각으로 앞으로의 기록을 봐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