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의 첫 해외 공연 경험기 #1

공연 준비, 그 악몽과 괴담

by 핵보컬

세계적으로 메탈 씬은 침체기를 겪는 추세이다. 일본 역시 유명하지 않은 인디밴드의 멤버라면 돈벌이가 안 되어 다른 직업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점, 유명한 밴드로 거듭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비주류 장르인 메탈 밴드 중에도 애니메이션 OST나 기타 활로를 뚫고 메이저급으로 올라간 팀들이 분명히 꽤나 존재하며, 평일날의 라이브클럽을 찾는 관객도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많은 편이다. 역시 세계적인 추세를 꺾을 수는 없기에 그 인기를 점차 대중음악과 힙합, EDM 등에 뺏기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한국보다는 메탈 씬의 형편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메탈 밴드에게 일본으로 원정 공연을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꽤나 특별한 일이다. 우리나라보다 씬이 더 활발하게 발달되어 있는 타국에서 공연을 하고, 현지의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다는 것은, 비록 그 날 공연의 일회성 성과로 그친다 하더라도 스스로 하나의 성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하기 때문이다.

단,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여기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여행 겸 경험 쌓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충분한 준비 없이 가게 될 경우에는 연이은 고생, 푸대접과 냉대에 지친 나머지 스스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고 심하게는 멤버들끼리의 불화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밴드 해체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전에 투어를 갔던 밴드들의 일화에서 괴담에 가까운 무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며, 그들의 입에서 한결같이 나온 이야기는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대신에 최대한의 준비를 해서 가라."라는 메시지였다.


이전에 공연하러 갔던 밴드들의 끔찍한 경험담들은 다양했다. 변두리 구역의 어느 골목에 위치해 있는 공연장에 갔더니 소수의 취객들만 객석에 서 있고, 그들마저도 본인들의 순서가 되니 나가버리더라는 한 밴드의 이야기, 7~8시간 정도 진행되는 기획 공연 중 사람이 제일 없는 낮 시간에 배치되어 거의 빈 객석을 상대로 공연했다는 일화 정도는 가벼운 수준이었다. 공연 중간에 잠시 악기 쪽 앰프가 고장 나서 잠시 수리/수습을 위해 대기하던 중에 길어진 침묵에 성난 관중들의 야유와 비난으로 재앙에 가까운 분위기로 공연이 마무리되고, 이것이 불화로 이어져서 밴드 멤버들 중 반 이상이 탈퇴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실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국내 공연 중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단, 이러한 소소한(?) 일들이 해외 공연에서는 밴드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이유는 밴드 멤버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름에 있다. 무거운 악기와 짐을 짊어지고 행해지는 장시간의 이동과 피곤한 스케줄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낯선 환경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이 타국의 이들에게 당하는 조롱에 가까운 푸대접과 무시로 이어진다면 공연 전에 가졌던 최소한의 기대마저도 배신당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멤버들 간의 신뢰, 스스로의 확신과 자부심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대는 최대한 내려놓되 할 수 있는 가능한 한 많은 준비를 하기로 했다. 스스로 공부도 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상당수의 멘트를 일본어로 사전에 짜 놓았고, 주변의 친한 친구들을 현지에서 함께 동행할 우리의 스태프로 섭외했다. 공연 날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서 모든 장비/악기가 현지에서도 잘 가동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합주실도 잡아놓고, 이동 중의 피로는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 숙소는 무조건 교통이 제일 좋은 구역에서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공연 중의 사운드/조명 디테일을 요청하는 큐시트에도 분초 단위로 최대한 세세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미리 내용을 준비했다.

일본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보다는 아직도 트위터를 사용하는 이들의 비중이 높다고 하기에 밴드 공식 트위터 계정도 만들었다. 검색을 통해 양일 함께 공연할 밴드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많은 일본인 인디 메탈 뮤지션과 팬들을 팔로우하고 해당 공연에 대한 홍보를 했다. 그 과정에서 둘째 날 공연에 함께 설 밴드 중 한 팀의 보컬에게 우리의 노래 중 한 곡을 같이 불러보자고 제안을 하고 그쪽의 수락 하에 우리 곡 가사 중 일부분을 일어로 바꿔서 보내주는 등의 사전 작업도 이루어졌다.


공연이 이틀 연속으로 잡혀있기에 준비해야 할 것은 더 많았다. 첫날 온 관객이라면 둘째 날에 또 와도 질리지 않을 수 있게 양일의 곡들도 라인업을 다르게 잡았고, 겹치는 곡들은 일부 구성을 달리 하였다. 어떻게 하면 돌발상황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타국의 메탈 팬들에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고, 할 수 있는 한 방안을 마련했다. 비록 최악의 시기에 가는 공연이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미리 해놓을 걱정을 다 한 탓인지 정작 출발 직전이 되니 가방 속의 짐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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