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했던 2021년을 반성하며 새로 세우는 새해 계획
2019년에 브런치를 시작하고 3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지나갔다. 본래 예전부터 글 쓰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었으면 했다. 주변에서 누군가 플랫폼으로 브런치를 추천했기에 지원하였고, 얼떨결에 작가로 선정이 되어 시작했다. 원래는 이것저것 다양한 주제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처음에 지원할 때 소재의 폭을 좀 좁혀야 선정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당시에 종종 갔던 일본 지역 여행에 대한 글, 밴드 생활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들에 대한 글들을 쓰기로 계획을 잡았다. 그 두 가지 주제가 내가 남들에 비해 더 잘 쓸 수 있고, 나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조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은 좋았다. 글은 술술 잘 써졌고, 처음 시작하는 것치고는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연재를 시작한 지 몇 개월 만에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일본을 포함한 모든 곳으로의 길이 뚝 끊어졌다. 연재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초반에 가닥을 잡은 두 가지 주제 중에 하나를 잃게 된 것이다.
밴드 생활에 대한 글들은 여행을 다룰 때보다 더 조심스럽고, 쓰는 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현재 내 주변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과 필드를 다루고 있기에, 나름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 와중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내가 무언가를 왜곡하지 않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게 된다. 똑같은 분량의 글을 쓰더라도 더 많이 검토하게 되고, 쓰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지는 소재도 많다. 솔직히 같은 상황을 다루더라도 어떻게 쓰면 더 멋있어 보이게 포장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안 한다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시간 순서대로 어떤 큰 이벤트에 대해(나의 밴드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발자취, 해외 투어 등) 주로 다루려고 하다 보니 초반에는 잘 쓰다가도 중간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면서 뒷마무리가 흐지부지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쓰는 것이 재미가 없어지고 부담스러워지다 보니 지난 한 해에는 1년 동안 글을 5개도 쓰지 못했다. SNS에 짧은 토막글을 쓰다가도 조금 길어질 것 같으면 '아 이건 브런치를 위해 아껴둬야지'라고 생각해서 올리지 않았다가 나중에는 그냥 어디에도 쓰지 않게 되고, 정작 브런치에 뭘 쓰려다 보면 '아 내가 평소에 쓰던 거랑 주제가 너무 따로 노는데 올려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쓰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보다도 글을 쓰지 않게 되어버렸다.
나는 사실 좋아하는 게 많다. 음악과 여행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영화도 좋아하고, 추리소설도 좋아하고 만화와 게임도 즐긴다. 평소에 공상이나 잡생각도 많이 한다. 그런 것들에 대해 그때 그때 이걸 글로 정리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초반에 잡아놓은 틀에 어긋날까 봐, 막상 썼는데 아무 재미가 없을까 봐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적이 수두룩하다.
2022년에는 어렵더라도 1주일에 한 번씩 글을 연재할 생각이다. 주제는 이전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그 주에 생각나는 것, 쓰고 싶은 것을 쓰려고 한다. 이전에 쓰던 대로 밴드나 음악에 대한 얘기가 주가 되긴 하겠지만, 때로는 그 주에 먹은 음식이나 본 영화,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잡다한 일상에 대한 얘기, (아마도 쓰지 않겠지만) 정치나 사회에 대한 짧은 생각이나 견해에 대한 서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