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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04. 2020

024. 게임

24. Games

24. 게임


솔박카에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이야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냈다. 게임은 카드게임, 보드게임, 트럼프 등을 즐겼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게임은 바로 <카탄의 개척자>였다. 

<카탄의 개척자>는 독일에서 만든 보드게임으로 시판 때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유럽의 각국 언어로 번역돼서 판매되었다. 그 이후 2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4명까지 같이 플레이할 수 있고 게임의 진행은 1~2시간 정도 걸린다. 자신의 땅을 확장하고 그곳에서 나는 자원을 이용해 철도와 건물을 만드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땅마다 다른 자원이 나는데, 무역을 자원을 통해 교환해서 자신의 발전에 필요한 자원으로 바꿔야 한다. 발전을 하거나 철도를 늘이면 점수를 얻는데 총 20점을 얻으면 승리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2인 1조가 되어서 8명이 4 팀으로 나뉘어서 게임을 했다. 또한 금광이 있는 땅을 처음에 차지하면 거의 우승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인위적으로 땅의 자원을 재배치했다. 게임이 막판으로 갈수록 정치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현재 이기고 있는 팀을 방해해야 했다. 필요한 자원을 구걸하면서 상대방을 구슬리는 상황이 무척 재미있었기 때문에 게임은 종종 두 시간을 훌쩍 넘어서 4시간까지 이어졌다. 찰리는 해맑은 미소와 타고난 말재주로 다른 참가자들을 현혹하는데 능숙했고, 게임의 승자는 거의 항상 찰리였다. 

이듬해에는 <카탄의 개척자 : 확장판>을 사 와서 6팀이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다 바뀌어서 게임이 별로 인기가 없었다. 

트럼프를 사용한 게임은 쉽게 시작해서 쉽게 끝나기 때문에 가장 자주 가지고 놀았다. 트럼프는 주로 텍사스 홀뎀을 했다. 샤비에서 집안에서 동전을 끌어 모아 오거나 아니면 바닥의 돌을 가지고 돈처럼 사용했다. 키안은 포커페이스를 아주 잘 유지했다. 자신의 나쁜 패를 가지고도 블러핑을 해서 상대방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좋을 패를 가지고 있을 때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못 이길 것 같이 아쉬운 말을 많이 뱉었다. 또 그것을 적절히 섞어 가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헛갈리게 했다. 텍사스 홀뎀의 승자는 언제나 키안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다들 키안과 같이 텍사스 홀뎀을 같이 하지 않게 되었다. 

역사 카드 게임도 있었다. 카드의 한쪽 면에는 역사적 사건과 그림이 있었고, 뒷면에는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과 날자가 적혀있었다. 한 사람당 5장의 카드를 가지고 시작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역사 사건의 순서에 맞추어 카드를 한 장씩 놓는 것이다. 맞추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고 틀리면 덱에서 카드를 한 장 가지고 와야 한다. 자기 앞에 있는 카드가 다 없어지면 이기는 것이 기본인데 중간에 여러 가지 자잘한 법칙이 있어서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했다. 아쉽게도 카드게임 설명서가 없어서 정확한 법칙은 기억에 의존해야 했다. 원래 게임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게임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정말 재미있게 놀던 카드게임이다. 

카드게임이라면 빠질 수 없는 <우노>도 있었다. 나는 <우노>를 아주 잘했기 때문에 거의 항상 이겼다. 카드 몇 장이 없었지만 게임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샤비에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카드게임 외에 모든 카드게임은 공용 부엌의 냉장고 위에 놓여있어서 언제든지 가지고 놀 수 있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없으니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원봉사자들은 짧은 시간에 무척 친해졌다. 여기 쓴 글의 대부분이 겨우 3주 동안 있었던 일이다. 인생에서 굵게 산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페이스북은 멀리 있는 얼굴을 쉽게 보여주지만 대신 실시간 표정, 얼굴에 튀는 침, 감정이 섞인 목소리, 입에서 나는 방금 먹은 음식 냄새 등을 표현해 주지 못한다. 이메일은 소통을 편하게 해 주지만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물론 이렇게 하소연을 하더라도 그때 만난 친구들과의 소통을 하려면 다시 페이스북을 써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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