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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09. 2020

029. 의식 2 - 자신의 동물을 찾아 (2/2)

29. Finding your animal (2/2)

29. 의식 2 - 자신의 동물을 찾아서 (2/2)



다시 가을 의식을 시작했다.

"이거 얼마나 반복하는 거죠?"

"모두 4번 들어갔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두 번 했으니 반을 마친 셈이에요."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 줄로 토니를 따라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화방인인 달구어진 돌을 가지고 왔다. 제일 큰 돌을 가지고 왔는데 크기가 럭비공 만했다. 진행도 아까와 똑같았고 토니는 허브의 종류를 설명하면서 가을에 나는 열매와 허브라고 했다.

"여러분은 이제 중년이 되었습니다. 직장을 가지신 분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중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생각해보세요."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 중 반 이상은 중년을 아직 겪지 않은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무슨 상상을 할까? 성공한 자신의 미래 모습일까? 움막 안은 이제 엄청 더웠다.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각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고 오직 허브의 냄새, 흐르는 땀과 옆 사람의 살결의 미끌미끌한 느낌, 바닥에 있는 흙의 질감이 엉덩이와 발바닥에 닿는 거친 느낌, 숨 쉬는 소리만이 나의 감각을 채웠다. 

"이제 장년을 상상하십시오. 여러분은 인생의 최고점을 찍고 있습니다."

토니는 말했다. 

직장인이라면 아마 가장 많은 월급을 받을 때가 바로 장년이 아닐까? 경제적으로 가장 넉넉하고 기술이나 노하우가 쌓여서 전문가의 기품이 흘러 날 때가 아닐까?

"이제 가을이 끝났습니다. 밖으로 나가십시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갔다가 마지막 의식을 위해 다시 들어갔다. 

"화방인, 남은 돌을 모두 다 가지고 오십시오."

토니는 그렇게 말하고 전과 마찬가지로 움막의 문을 잡고 있었다. 돌들은 이제 움막 가운에 있는 구덩이를 다 채우고 남아서 위로 쌓였다. 돌은 여전히 은은한 뻘건 빛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움막은 왠지 아까같이 더워지지 않는 듯했다. 토니는 겨울의 허브를 태우고 불을 뿌렸다.

"겨울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도 종말을 향해 갑니다. 여러분의 노년기를 상상해 보십시오."

나의 노년기는 어떨까?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 했나? 나의 생활 습관이나 성격을 보면 왠지 치매나 암에는 안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든다. 그렇다고 마냥 건강할 것 같진 않다. 나는 투덜거리고 불평에 쩌든 늙은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혜롭고 존경받는 노신사가 될 것인가?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만들고 있다. 

"이제 여러분은 죽었습니다. 여러분이 죽고 난 후를 상상해 보십시오."

죽고 난 후라고 하면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유령이 보여주는 세 번째 환상을 보고서 회개를 한 스크루지처럼 죽은 나를 상상 함으로 나는 개과천선을 할 것인지? 나의 죽음은 혼자서 쓸쓸하게 맞이 할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나의 임종을 지켜봐 줄지? 나의 장례식에는 과연 누가 올까? 한때 임사체험 (Near Death Experience: NDR)에 관심이 많아서 그것에 관련된 서적은 모조리 사서 본 적이 있다. 죽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무지에 대한 두려움 - fear of unknown -이다. 

"여러분은 죽어서 마더 어스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동물로 다시 태어납니다. 당신은 어떤 동물입니까? 어떤 동물이 지금 당신 안에서 울부짖고 있습니까? 마음껏 표현해 보세요."

당시 토니가 했던 말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각자 동물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키안은 곰 소리를 냈다. 키안의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소리는 완전히 파묻혔다. 누구는 강아지 소리를 내고 누구는 호랑이 같은 소리를 냈다. 그렇게 동물 소리가 움막을 가득 채웠다. 나는 딱히 떠오르는 동물이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소리가 조금 잠잠해 지자 토니는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고 제단 주변에 다시 둥글게 모여 앉았다. 

"이 의식을 도와주신 화방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의식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는 땅과 둘이 아님을 항상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토니는 마무리 말을 한 후 의식이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돌을 달구던 모닥불은 장작이 거의 다 타고 허옇고 뻘건 재만 남았지만 여전히 뜨거웠다. 화방인은 모래를 덮어서 불씨를 마저 껐다. 

의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옷을 입고 하나둘씩 움막을 떠났다. 나도 옷을 입고 떠나는 데 무의식 중에 움막과 제단을 연결하는 꽃길을 넘어갔다. 

"잠깐. 안돼!"

키안이 소리쳤다. 

"거기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나는 이미 그 길을 넘어간 후였다. 키안은 무척 화가 난 것 같았고 말투는 꾸짖는 말투였다. 그의 눈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했고 또 미안했다. 할 말이 없어서 우물쭈물하는 동안 토니가 끼어들었다.

"의식이 끝났으니까 괜찮아."

토니는 제단에 있던 물건들을 치우면서 이야기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할게요."

나는 대답하고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공용 부엌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과 방금 있었던 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각자 자신이 느꼈던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왜 그런 동물이 나왔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자신만의 철학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거의 다 떠나가자 게일과 샨탈이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의식은 처음이야. 무척 신기했어"

샨탈이 말했다.

"나는 이런 것 몇 번 해 봤어. 사실 이것에 관심이 많아서 여기에 관련된 책도 많이 읽어 봤어."

게일은 자신이 뭐 좀 안다는 듯 대답했다.

"원래 이런 거야?"

"아니 내가 했던 것은 좀 달랐어. 알다시피 아메리카에는 많은 종류의 토착민들이 있잖아. 예를 들면 나바호, 모히칸, 체로키, 아파치 등등 말이야. 너도 들어봤지?"

"응."

"토착민마다 의식이 다 달라. 그리고 부족마다 또 조금씩 다르고. 이런 식으로 동물을 흉내 내는 것은 나도 처음이야."

"토니는 아메리카 원주민일까?"

"생긴 걸 봐서는 백인 같은데, 미국에서 왔다니까 원주민일 수도 있겠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부엌에는 샨탈과 나만 남게 되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의 두상이 조금 바뀐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 내가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아니 어쩌면 그보다 조금 전 일지도 몰라. 나의 두상이 바뀌었어."

"두상이 원래 바뀌는 거야?"

"내가 알기론 안 그런데. 두개골의 형태가 바뀐다는 것은 이상하잖아."

샨탈과 내가 이야기를 하던 도중 토니가 언제 옆으로 왔는지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생각하는 것이 바뀌면 두상이 바뀌기도 해."

토니가 말했다.

"정말로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응. 혹시 여행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거나 하지 않았어?"

"글쎄요.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바뀌었는데?"

샨탈이 나에게 물었다.

"정수리 부분이 튀어 올라왔어. 원래 좀 뾰족하긴 했는데, 생긴 모양은 굴곡이 없고 부드러웠거든. 그런데 지금은 더 뾰족하게 불쑥 튀어나오면서 마치 머리에 혹이 난 것처럼 변해 있어. 그래서 면도할 때도 면도날이 안 닿는 부분이 생겼어."

"그거 진짜 이상하네."

샨탈이 말했다.

"부처도 머리가 튀어나왔다고 하지."

토니가 말을 이었다. 토니는 부처의 육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머리를 묶어서 위로 올리는 상투의 풍습이 원래 인도에도 있었다. 부처는 출가를 하면서 삭발을 했다고 하지만 불상을 조각할 때 당시의 유행대로 고귀한 신분임을 반영해서 상투를 만들었다. 그것이 중국과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지혜의 상징인 육계로 변했다고 한다. 

토니의 말을 듣고 보니 여행을 시작하기 조금 전부터 나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았다. 원래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또 사후 세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나의 두상이 바뀐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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