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Missing my toenail
호수에서 수영을 마치고 솔박카로 돌아오는데, 찰리가 발가벗고 숲 속을 달리고 있었다. 나와 라몬은 솔박카에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벌거벗은 남자가 숲 속을 뛰어다니고 있어요. 처음 봤을 때는 미친놈인 줄 알았다니까요."
"찰리지? 찰리는 옷 입고 벗기 귀찮다고 가끔 그럴 때가 있어. 하하."
잠시 후 찰리는 수영을 마치고 솔박카로 돌아왔고 여전히 벌거벗은 채로 철봉 운동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옷을 입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부엌으로 왔다. 그런데 때마침 솔박카에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이 오시는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옷을 입고 올게요."
찰리가 사과를 했다.
"괜찮아요. 편한 대로 하세요."
손님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찰리는 급하게 집으로 가서 반바지만 챙겨 입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숲 속에는 벌레들이 많았기 때문에 수영을 하고 돌아오다가 벌레에 물리는 것이 가장 짜증이 났다. 특히 왕개미가 많아서 개미에게 물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마리나의 딸은 초등학생이었는데, 마리나를 닮아서 키가 컸다. 그래서 나이도 많아 보였다. 한 번은 그녀가 수영을 하고 돌아오다가 흡혈진드기에게 물렸다. 그녀는 부엌에 있던 나에게 와서 진드기를 빼 달라고 부탁했다. 흡혈진드기는 전염병을 옮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한번 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손으로 잡아떼면 몸통만 떨어지고 머리가 계속 붙어 있는데, 그러다가 염증이 생겨서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솔박카에는 진드기 제거 전용 도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보는 도구라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진드기에게 물린 곳이 사타구니라서 남자인 나로서는 무척 난감했다. 결국 독일에서 온 알렉스가 그녀를 도와주었다.
샤비에는 수영을 하고 돌아오다가 뱀에게 물렸다. 처음에는 조금 따끔해서 개미한테 물린 줄 알았는데, 점점 발에 마비가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숲 속에서 걷지고 못하고 혼자 남게 되었다. 다행히 다른 사람이 그를 발견해서 그를 업고 돌아왔다.
"이번으로 뱀에 물린 게 세 번째야."
샤비에가 말했다.
"두 번째야."
페트라가 정정했다.
"세 번째인데."
"두 번째가 언제였는데?"
"음. 기억이 안 나는데. 두 번째가 맞나 보다."
사람들은 그를 응급실에 데려갈지 말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뱀에게 물린 적이 있어서 면역력이 생겨서 상태가 첫 번째만큼 심하지 않아."
페트라의 말에 따라 샤비에는 병원으로 가지 않았고, 다행히 저녁이 되자 발이 회복되었다.
호수에서 조금 수영을 하면 약 3 미터 정도 높이의 바위 암벽이 있었고 그 위로 쓰러진 나무가 호수를 향해 삐죽 튀어나왔다. 마빈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서 나무 위를 걸어서 나무 끝까지 갔다.
"애들이 나 봐라."
마빈이 소리를 쳤다. 그리고 곧 호수를 향해 다이빙을 했다.
"우와 대단하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감탄을 했고 그를 따라서 암벽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나무 위를 걷지는 않고 그냥 바위 위에서 다이빙을 했다.
이듬해에는 루크가 먼저 시작을 했고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따라 했다. 나도 따라 하려고 암벽을 올라가는데 그만 미끄러지는 바람에 물에 빠지면서 왼쪽 엄지발가락을 바위에 부딪혔다. 그러면서 왼쪽 엄지발톱이 거의 빠졌다. 나는 도저히 헤엄을 쳐서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날 마리나의 딸은 호수에 고무보트를 가지고 와서 놀았는데, 막 수영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샨탈이 수영을 해서 호수의 반대편으로 가서 마라나의 고무보트를 빌려왔다. 나를 고무보트에 태우고 자신은 물장구질을 하면서 보트를 호수 반대편으로 끌어주었다. 독일 미녀 아가씨가 발 벗고 나서서, 아니 발가벗고 나서서 나를 위해 고생을 해주었다는 사실에 너무 고마웠다.
호수에 도착하고 나는 바위에 앉아있는 사이 사람들이 솔박카에 가서 피아를 불러왔다. 피아는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30분 정도 기다리는 것이 나에게는 하루 종일 같이 느껴졌다. 피아 대신 마리나가 응급처방 상자를 가지고 와서 나의 발톱을 붕대로 꽁꽁 감아주었다. 겨우겨우 걸어서 솔박카로 돌아 간 후에 피아는 나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 병원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문 닫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는 병원이 무료이지만 나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병원의 간호사는 붕대를 풀고 내 발톱이 헐렁거리는 것을 보고 그냥 가위로 잘라버렸다. 그렇게 왼쪽 엄지발톱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간호사는 다시 붕대를 감았는데, 마리나 보다 더 대충 감았다. 진료와 치료는 모두 다 해서 5분 만에 끝났다.
피아와 나는 마을에 오면 빠질 수 없는 의식을 치렀다. 그것은 바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이었다. 솔박카로 돌아올 때 바다 위로 소나기가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때마침 노을이 지고 있어서 태양은 구름과 비를 분홍색으로 물들여놓았다.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분홍색 버섯 같았다.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의 분홍색 버섯이 있었다. 태어나는 처음 보는 너무 멋진 광경에 나는 감탄을 했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원래 솔박카에 4주 정도 머무려고 했는데, 발톱이 좀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6주를 머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