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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12. 2020

032. 핀란드에서 만든 한국 음식

32. Korean Food in Finland

32. 핀란드에서 만든 한국 음식


안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점심 준비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발가락을 다친 이후 진흙을 발로 섞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서 진흙을 바르는 일 등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차라리 부엌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나에게 더 잘 맞았다. 부엌의 식재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사 오는 것이 아니라 덤스터 다이빙을 통해 얻어 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있는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바나나는 항상 넘쳐났고, 당근과 양배추도 거의 항상 있었다. 감자와 양파도 종종 발견했다. 단 감자의 경우 이미 초록색으로 변한 것이 많이 섞여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감자에 싹이 난 것에 독이 있다고 배웠는데, 서구권에서는 싹 보다도 초록색을 더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자는 감자 껍질 벗기는 칼로 껍질을 벗겨내는데, 그래도 초록색이 있으면 한번 더 깎아내고, 초록색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그래서 감자 깎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요리를 자주 하지만 한식 요리는 나의 강점이 아니다. 한 번은 안나가 시내가 갔다 오면서 봉지 가득 식재료를 들고 왔다. 김도 있었고, 단립종 쌀인 Sushi Rice, 연어, 코코넛 밀크를 비롯해 여러 가지가 봉지에서 나왔다.

"오늘 아시아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좀 사 왔어. Red beans이라고 있더라고, 처음 보는 것이라 한번 사봤어. 다니는 이것을 요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맞지?"

"저도 팥을 요리해본 적은 없는데 한번 해볼게요."

처음 보는 식재료를 무턱대고 사 오는 용기는 어디서 나는 걸까? 인터넷을 뒤져서 팥 요리법을 찾아도 팥죽과 앙금 외에는 별다른 요리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팥죽을 쑤기로 결정했다. 일단 팥을 한번 끓인 물을 버리고 다시 한번 끓여서 버린 다음 세 번째 끓였다. 다 익은 팥은 채판을 이용해 껍질을 걸러내면 더 부드럽고 맛있어진다고 예전에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 팥을 다시 한번 끓였다. 소금과 약간의 설탕으로 간을 했고 계핏가루를 조금 넣어서 마무리했다. 

내가 팥죽을 만드는 동안 찰리의 집에서는 안나가 사 온 연어, 김과 밥으로 김밥과 연어 초밥을 만들고 있었다. 안나에게는 프랑스어로 된 초밥요리책이 있었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진을 보면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 책은 초밥 셰프가 만든 책이 절대 아니었다. 한눈에 봐도 그 책에 나온 초밥은 엉터리였다. 쌀밥을 소금, 식초, 설탕과 섞을 때 스테인리스 그릇에서 섞는 것부터 밥을 너무 꽉 쥐어서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그랬다. 하지만 핀란드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일본식 초밥에 가장 가까운 접점일 것이다. 

"솔박카에서는 가끔씩 초밥을 만들어 먹어."

안나가 초밥이라고는 하지만 안나가 말하는 초밥은 김밥을 말했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한 번 만들 때는 솔박카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만들지."

김밥을 만들 때 나의 노하우를 전해 주고 싶었지만, 그들이 찰리의 집에서 김밥과 초밥을 만드는 동안 나는 부엌에서 팥죽을 만들어야 했다. 팥죽이 완성이 되고, 나는 그것을 들고 찰리의 집으로 갔다. 김밥도 이미 다 완성되어 있었다.  

"취향에 따라 계피 가루를 조금 뿌려서 드세요. 설탕을 넣어도 돼요."

나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다.

하지만 루크는 팥죽에 사워크림과 차이브를 얹었다.  

"앗. 그건 좀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내가 루크를 말렸다. 

"일단 한번 먹어볼게."

루크는 내가 했던 말을 무시하고 서양식으로 수프를 먹는 방식으로 팥죽을 먹었다.

"음. 너 말을 들을걸 그랬어. 이렇게 먹으니 확실히 맛이 없네."

루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요리를 해도 아마 이것과 비슷하게 했을 것 같아."

안나가 말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팥을 달게 해서 먹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보통 빵에 들어가거나 얼음 위에 얹어 먹죠."

"콩을 달게 해서 빵에 넣어 먹는 다고? 그거 진짜 이상하네."

"생각보다 맛있어요. 꽤 인기도 많다고요. 초콜릿 크림 대신 달콤한 팥을 넣었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고 보니 서양 음식 중 콩 종류를 달게 먹는 것은 없다. 빵이 넣어 먹는 것도 채식 햄버거를 만들어서 먹을 때 외엔 생각해 볼 수 없었다. 

"초밥을 만들 때 쌀밥과 식초를 섞잖아요. 그때 밥에 금속이 닿으면 밥이 안 돼요. 그래서 초밥집에서는 나무 밥통과 나무 주걱을 사용하죠."

나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다. 

"금속이 닿으면 왜 안되지?"

"밥에서 김이 나오다가 차가운 금속을 만나면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거든요. 그 물이 다시 밥 속으로 섞이면 밥도 질척해지고 끈기를 내는 녹말 성분이 씻겨나가요. 초밥을 만들 때 단립종 쌀을 사용하는 이유가 녹말이 많아서 그런 거예요. 녹말 성분이 사라지면 밥이 잘 안 뭉치고, 결과적으로 꽉 쥐어서 만들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딱딱한 초밥이 만들어지죠."

"그렇군 다음에 만들 때 참고할게."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야?"

"만화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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