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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11. 2020

031. 진흙 레슬링

31. Mud Wrestling

31. 진흙 레슬링


안나의 집을 짓는데 필요한 진흙을 얻기 위해 찰리의 교회 근처에서 진흙을 퍼나 날라야 했다. 비가 온 뒤 구덩이에 물이 차서 작은 연못이 만들어졌는데, 진흙탕물이 되었다. 진흙을 푸러 들어가다가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운이 좋으면 균형을 잘 잡아서 무릎까지만 젖었지만, 언제 까지나 운이 좋았을 때 이야기고 하반신이 풍덩 빠지거나 심하면 온 몸이 진흙 투성이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 마치 진흙 축제장 같아."

내가 말했다.

"마치 진흙 레슬링장 같기도 해."

게일이 맞받아쳤다.

"나는 너에게 진흙 레슬링 도전을 하겠다!"

샨탈이 게일에게 도전을 했다.

"네가? 나한테? 도전을 한다고?"

게일이 놀라서 물었다. 

"그래 맞아. 내가. 너에게. 도전을 한다고."

샨탈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게일은 키도 크고 꽤나 힘 좀 쓰는 몸을 가지고 있는 반면 샨탈은 평균 키에 삐쩍 말랐고 어딜 보나 빈약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게일의 키는 170cm을 훌쩍 넘었고 몸무게도 60kg 중반이었다. 샨탈은 160 cm 중반에 몸무게는 40kg 중반 정도 많이 봐도 50kg을 넘지 않았다. 그 둘은 아예 체급이 달랐다. 차라리 샨탈의 친구 알렉스가 좀 더 어울리는 상대 같았지만 샨탈은 굳이 게일을 골랐다. 

"원한다면 상대를 해 주지. 그러면 언제 시합을 할 건데?"

"내일모레 목요일로 하자."

게일의 질문에 샨탈이 대답했다. 

"좋아. 준비 철저히 해 놓으라고."

그들은 공용 부엌에 있는 칠판에 '진흙 레슬링 : 아마존 vs 발키리'라고 적어 놓았다. 

샨탈은 자신을 아마존의 여전사라고 불렀고, 게일은 발키리가 되었다. 

"여자들의 진흙 레슬링이라니! 이 이벤트는 절대 놓칠 수 없어."

"이런 건 돈 주고 보기도 힘든 거야. 자주 있는 게 아니라고."

"이거 엄청 기대되는데."

솔박카의 사람들은 다들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 목요일이 되었다. 

막상 솔박카의 호스트들은 당일 약속이 잡혀서 다들 밖으로 나갔고 특별 이벤트의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샨탈은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팔을 걷어붙였고, 게일은 반바지에 스포츠브라 차림을 했다. 그들은 진흙을 위장크림처럼 얼굴에 찍어 발랐다. 그리고 경기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심판은 알렉스가 맡았다. 

"다니는 카메라를 맡아.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샨탈은 나에게 자신의 카메라를 맡기면서 신신당부를 했다. 

"선수들 입수."

심판 알렉스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선수들이 진흙 구덩이에 들어가자 심판이 선수들에게 질문을 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이 경기는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되는 것입니다. 체급부터가 아예 다르잖아요."
게일이 먼저 말했다.

"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술이 중요한 거라고요."

샨탈은 맞받아쳤다.

"할 말이 다 끝났으면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선수 다 준비되셨습니까?"

"항상 준비되어있어요."

"물론이죠."

"그럼 서로 인사."

둘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마치자 심판은 경기 시작을 알렸다.

"경기 시작!"

심판의 외침과 동시에 아마존이 발키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은 발키리였다. 발키리는 아마존을 옆으로 넘어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마치 유도를 하듯 상대방의 공격을 살짝 피한 후 오히려 발키리의 힘을 이용해 그녀를 잡아당겼다. 순간 발키리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듯싶었으나 곧바로 균형을 잡아서 똑바로 섰다. 이번에는 아마존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마존의 공격은 발키리를 넘어뜨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아마존은 다시 한번 공격을 시도했지만 발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영상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어서 사진도 찍었다. 

"딴청 부리지 말고 동영상에 집중하라고!"

진흙탕 속에서 싸움을 하면서도 샨탈은 나에게 소리쳤다. 

"알았어. 알았다고."





선수들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발키리가 아마존의 허리를 잡고 번쩍 들어서 내동댕이 쳤다. 아마존은 흙탕물에 풍덩 빠졌다. 

"괜찮아?"

발키리가 아마존을 걱정하면서 물었다.

"삼판 이승!"

아마존은 온몸이 흙탕물 투성이가 된 채로 일어서면서 말했다.

"괜찮겠지?"

아마존이 심판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는 어때?"

"얼마든지 환영이야."

심판이 발키리에게 묻자 발키리는 흔쾌히 대답했다.

이렇게 2회전이 시작되었다. 

"준비. 시작!"

두 번째 경기는 좀 더 신중하게 진행되었다. 아마존도 체급의 한계를 느꼈는지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그에 비해 발키리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다.

"어디 한 번 덤비려면 덤벼보라고."

발키리는 도발을 했지만 아마존은 넘어가지 않았다. 서로 이글거리는 눈빛만을 교환한 채 흙탕물 구덩이를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발키리가 아마존 쪽으로 걸어갔다. 아마존은 맞붙어서 싸웠지만 발키리는 다시 한번 아마존을 내동댕이쳤다. 오히려 첫 판보다 쉽게 승부가 싱겁게 끝나버렸다. 아마존은 체급을 격차를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패배를 순수히 인정했다. 그들은 흙탕물 속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촬영을 한 후에 웅덩이 밖으로 나왔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나오고 심판은 발키리의 손을 들어서 승자를 확인시켰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다 같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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