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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13. 2020

33. 세계 음식의 날

33. International Food Day

33. 세계 음식의 날


"우리 각자 자기 나라 요리를 하는 건 어떨까?"

게일이 제안했다.

"그거 재미있겠다."

알렉스가 맞장구를 쳤다. 

나는 한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고 있는 식재료로 한국 전통 음식을 만들기는 힘들 것 같았다. 

"나는 아무래도 한식은 힘들 것 같아. 그냥 중국식이나 일본식으로 할게."

내가 대답했다.

"나는 독일 요리를 준비하겠어."

알렉스가 말했다.

"나도 프랑스 음식은 고민 좀 해봐야겠네."

게일도 나처럼 난감해했다.


게일은 부엌의 칠판에 "International Food Day"라고 적어놓았다. 

드디어 대망의 세계 음식의 날이 열렸다. 

"다니. 어떤 요리를 할 거야?"

알렉스가 물었다.

"나는 아직 못 정했어. 너는 어떤 거 만들건대?"

"감자가 많이 있으니 감자로 요리를 하려고 해. 게일은?"

"나는 프랑스 음식을 만들 자신이 없어서 멕시코 음식을 만드려고."

"멕시코 음식 뭐?"

"엔칠라다."

"뭐야? 그럼 나도 한국 음식 안 만들고 중국음식 만들래."

"그럼 뭐 만들건대?"

"양배추가 많으니까 양배추 샐러드. Chinese Chicken Salad without Chicken. 이름이 좀 길지? 하지만 다른 표현 방법이 없네."

"그거 중국식 샐러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음식이지? 포춘쿠키처럼 말이야.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라고."

"맞아. 미국에서 만들어진 외국 음식들이 많지. 사람들이 멕시코 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나쵸, 부리토, 파히타를 비롯해서 치킨 파미잔, 시저 샐러드, 캘리포니아 롤 등."

"그래도 엔칠라다는 오리지널 멕시코 음식이 맞지?"

"아마 그럴 거야. 자 그럼 요리를 시작해 볼까?"

그렇게 우리는 각자 주방의 한 구석을 맡아서 자신만의 요리를 시작했다. 나는 양배추를 잘게 썰고 당근을 채 썰은 다음 파와 섞었다. 소스는 식용유, 간장, 생강, 참기름, 깨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나의 요리만 너무 일찍 끝나버렸다. 

"악!"

갑자기 알렉스가 소리를 질렀다.

"왜?"

"감자를 자르다가 칼에 베었어."

칼이 깊게 들어갔는지 피가 좀 많이 나고 있었다. 알렉스는 일단 수돗물을 틀어서 상처 부위를 물에 헹구었다. 

"괜찮아?"

"응. 이 정도는 별거 아니야."

다들 알렉스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러다가 알렉스가 새파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무슨 일이야?"

"저 감자요리는 더 이상 비건이 아니야."

상상치 못했던 대답에 우리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샨탈을 마리나의 집으로 가서 구급약품상자를 가지고 왔다. 알렉스의 손가락에서 나는 피는 멈추지 않았지만 다행히 철철 흘러내릴 정도는 아니었다. 샨탈이 알렉스의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알렉스는 요리를 마저 했다. 

게일의 엔칠라다는 오븐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양이 좀 적어 보이는데. 모자라지 않을까?"

내가 게일에게 물었다.

"응 조금 적긴 한데 또띠야가 이것밖에 없어."

"아무래도 음식을 좀 더 준비해야겠어."

나는 남은 채소를 웍에 넣고 볶았다. 마늘, 생강, 파, 간장을 넣어서 조금은 중국식으로 만드려고 했다. 알렉스는 감자를 메달 모양으로 잘랐다. 감자를 다 자르고 나서 냄비에 기름을 조금 붓고 감자를 튀기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을 안 쓰고 냄비를 쓰는 이유가 있어?"

내가 알렉스에게 물었다.

"냄비에서 튀기면 기름이 덜 튀어."

"오.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구나."

알렉스는 큰 냄비를 사용했지만 냄비에는 한 번에 감자 5~6 조각 밖에 안 들어갔다. 그 와중에 게일의 엔칠라다도 완성이 되고 나의 채소볶음도 완성이 되었다. 

"어떻게 하지? 사람들을 부를까? 아니면 알렉스를 기다릴까?"

"일단 시작해. 사람들이 오는 중에 완성되겠지."

알렉스의 대답에 나는 찰리의 교회로 가서 종을 쳤다. 

"점심 준비됐어요."

사람들이 식당으로 모이기 시작하고 우리들은 음식을 뷔페식으로 나열해 놓았다.

"알렉스의 요리는 완성이 안 된 거야?"

"네. 아직이요. 일단 먼저 완성된 것부터 드세요."

사람들은 각자 접시를 가지고 와서 음식을 접시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금년에는 식사 전에 노래를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어요."

"그럼 한번 불러볼까?"

나의 제안에 찰리가 동의했다.

"무슨 노래?"

알렉스가 궁금해서 물었다.

"응. 솔박카에서 식사 전에 부르는 노래가 있어."

찰리의 시작에 따라 노래를 아는 사람들은 제창을 했다.

"Thank you for the food, thank you for the food (x2)

It's healing, healing, healing us (x2)"

음식에 감사하는 짧은 노래가 끝나자 게일이 한마디 했다.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었네. 왜 지금 까지 우리는 이 노래를 안 불렀을까?"

"그러게 말이야. 다음부터라도 종종 부르자."

알렉스가 게일의 말에 동의했다. 

사람들의 식사가 반쯤 끝나도록 알렉스는 여전히 감자를 튀기고 있었다. 

"감자가 너무 안 익네."

"감자는 물에는 잘 익는데, 기름에는 잘 안 익어."

"아닐 거야. 익는 시간은 비슷한데, 물에 삶으면 한 번에 끝낼 수 있고, 튀기면 한 번에 하기 힘들어서 그럴지도 몰라. 감자튀김은 금방 되잖아."
"그게 맞는 말 같아."

알렉스, 게일과 나는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받았다. 

사람들이 식사를 다 마칠 때가 돼서야 알렉스의 요리가 끝났다. 하지만 사람들이 중간중간 와서 알렉스의 음식을 집어 갔기 때문에, 다행히 남은 음식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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