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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ul 14. 2020

34. 피아와 피자와 파이

31. Pia, Pizza, and Pie

31. 피아와 피자와 파이 


부엌에 있는 식재료 만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양을 맞히는 것이었다. 간혹 솔박카 호스트들이 다 시내로 나가고 키안의 가족마저 따로 식사를 하면 부엌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5명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호스트들이 다 모여있고 동네 친구들까지 오면 거의 30명 가까이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 식사를 하는 사람의 숫자는 대충 짐작할 수 있어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오는 날이면 음식이 모자랄까 봐 내심 걱정을 했다. 피자를 만든 날도 그랬다. 


"전에 당신이 글루텐을 못 먹는다고 했죠?"

내가 피아에게 말했다.

"응. 맞아. 밀가루 음식은 못 먹어."

"그래서 제가 오늘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피자를 만드려고 해요. 오늘 점심에 합류할 수 있나요?"

"오늘 시내에 가야 하는데, 아마 점심시간까지는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알았어요. 그럼 기대하라고요."


전날 덤스터 다이빙에서 엄청나게 많은 콜리플라워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어떻게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콜리플라워를 빵 대신 사용한 피자를 생각해 냈다. 밀가루로 만드는 피자 도우는 발효를 기다리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콜리플라워 도우는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먼저 콜리플라워를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쌀알 만한 크기가 될 때까지 갈아준다. 그러면 콜리플라워 라이스가 만들어진다. 생채식을 하는 사람은 이것을 쌀밥 대신 먹기도 한다. 콜리플라워 라이스에 소금을 조금 치고 기다리면 삼투압 작용에 의해 물기가 빠져나온다. 그러면 면포에 싸서 짜서 물기를 최대한 많이 빼준다. 모양을 만들고 오븐에 한번 구워주면 콜리플라워 피자 크러스트가 완성된다. 바삭하거나 폭신 폭신하지는 않지만 미국 마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Boboli 피자 크러스트와 비슷한 질감이 된다. 요즘에는 아예 콜리플라워로 만든 피자 크러스트를 팔기도 한다. 크러스트 위에 소스와 토핑만 얹어서 살짝 구우면 피자가 완성된다. 하지만 물기가 빠진 콜리플라워는 양이 많이 줄어들었고, 결국 크러스트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양이 적었다.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가 무척 초라했다. 

그 날 따라 점심시간에 사람이 많이 모였다. 준비한 피자의 양은 너무 모자랐다. 게다가 피아는 점심시간에 맞추어 시내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샐러드도 있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턱 없이 부족했다. 

"이게 다야?"

샤비에가 나에게 물었다.

"미안하지만 콜리플라워 피자 도우가 생각보다 적게 나왔어."

"여전히 배고픈데."

페트라도 말했다.

"어제 덤스터 다이빙에서 구해 온 냉동 피자가 우리 집 냉동실에 있는데 가지고 와야겠다."

샤비에는 집으로 가서 냉동피자를 들고 뛰어왔고, 나는 바로 오븐에 넣어서 구웠다.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샐러드를 더 만들게요."

나는 샐러드를 조금 더 만들었다.

"여기 부엌 구석에 있는 피자는 뭐지?"

내가 피아를 위해 조금 남겨둔 피자를 보고 페트라가 말했다.

"피아를 위해 남겨둔 거예요."

"이거 먹어도 돼?"

"이번 피자는 글루텐을 못 먹는 피아를 위해서 만든 것이라 아무래도 피아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할 것 같아요."

나의 대답에 페트라는 무척 실망한 것 같았다. 

사람들의 점심 식사가 거의 끝나서야 피아가 식당으로 왔다.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식사를 마쳤어요."

"그러게. 일이 조금 늦게 끝났어."

"그래도 제가 피자를 조금 남겨두었어요."

나는 남겨두었던 글루텐 프리 피자를 피아에게 주었다. 

"날 위해 남겨 둔 거야?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하여튼 고마워."

"생각보다 양이 적게 나와서 많이 남기지 못했어요."

"이런 피자는 처음 먹어봐."



그리고 나는 솔박카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솔박카를 떠나는 기념으로 내가 파이를 사줄게."

피아가 말했다.

"근처에 유명한 파이 가게가 있어."

"작년에 자전거 여행을 갈 때 가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아쉽게도 파이가 다 팔리고 없더라고요."

"그럼 이번에 가서 먹어 보면 되겠네."


8월 말에는 슬슬 겨울이 시작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도 거의 다 떠났다. 남아있는 자원봉사자는 게일과 나 밖에 없었다. 예정대로라면 나도 진작에 떠났어야 했지만, 발가락이 어느 정도 아물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남쪽으로 피신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는 게일과 나를 데리고 동네의 카페로 갔다. 작년에 한 번 와 보고 일 년 만에 다시 온 것이다. 빨간색 페인트에 하얀색 창문은 정겨운 채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늘은 파이가 있네요. 지난번에는 없어서 못 먹었거든요."

"잘 되었네. 여기 사이더 먹어봐. 이 동네에서 만든 거야. 이 동네를 벗어나면 찾기 힘들어."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피아는 각자 파이 한 조각과 사이더 한 병씩을 주문했다.

"이런 건 처음 먹어봐요."

게일이 말했다.

사이더는 사과즙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이 근처에서 나는 엘더베리 꽃향기가 섞여있었다. 사과를 발효시켜서 만든 평범한 사이더와 확실히 달랐다. 레이블에는 '알코올 0.5%'라고 적혀있었다.

"알코올이 조금 들어가 있어요."

내가 살짝 놀라서 말했다.

"원래 발효 음료에는 어쩔 수 없이 알코올이 조금 생겨나. 그것 때문에 탄산음료가 되는 거니까. 하지만 0.5% 가지고 취할 정도까지는 아니야."

피아가 대답했다.

파이가 담겨 나온 접시는 무척 일회용이라서 조금 실망이었지만, 파이의 맛은 정말 좋았다. 너무 달지도 않고, 신선한 베리의 향이 가득했다. 

"알다시피 이 파이에 들어가는 베리는 모두 이 동네에서 딴 거야. 그래서 베리의 향이 살아있어."

피아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맛있는 간식을 먹고 나서 솔박카로 돌아왔다. 나는 게일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게일은 망가진 폭스바겐 버스 위에서 무릎까지 오는 검은 부츠를 신고 작별인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잽싸게 짐을 챙겨서 안나의 차에 올라탔다. 안나는 피스카르로 가는 길에 나를 카리스의 기차역에 내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두 번째 솔박카 방문은 마무리를 했다. 카리스로 가는 길에 마리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떠나면서 작별 인사를 못 해서 아쉽네. 그리고 빨랫줄에 너의 빨래가 하나 걸려있어. 아름다운 하늘색인데, 조만간 찾으러 오길 기다릴게."

솔박카를 떠날 때는 항상 날씨가 흐리고 가랑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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