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찾아 삼만리

나에게 맞는 의사 찾기

by 검질

사실 좋은 정신과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인터넷에 병원진료에 대한 후기가 거의 없고, 아직 정신과 진료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수소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인지 2년이나 치료를 받았지만, 첫 번째 병원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번에는 좋은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꾸준히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없는 정보지만,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고, 그나마 의지 할 수 있는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신촌에 어느 한 병원에 가게 된다. 신촌 세브란스 대학병원에 있다가 개업을 했다는 1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는데, 남자의사라서 그런지, 아니면 나랑 맞지 않아서 그런지 대화를 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그 병원에는 한 세 번쯤 가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는 3차병원(대학병원)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3차병원의 의사는 판단력도 있고, 친절했다. 문제는 예약을 하고 가도 항상 1시간이상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1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운이 나쁘면 2시간도 기다려야 하는 이상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 계속 다니는 것은 너무 힘이 들었다. 사실 병원에 오고 가는 길만해도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병원에 가서 1시간을 또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끔찍하기만 했다.


그렇게 한 3개월 정도 3차병원을 다녔다. 친언니는 3차병원보다는 1차 병원(개인병원)에서는 한명의 의사에게 꾸준히 진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조언을 하였다. 그동안 3차 병원의 많은 절차에 지쳐 있기도 한 터라, 1차 병원을 찾기로 한다. 인터넷을 폭풍 검색한 끝에,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다는 병원에 가게 되었다. 병원은 홍대 전철역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번화가에 있는 병원이라서 그런지, 인테리어도 세련되었고, 대기실에는 각종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원할 경우 책을 빌릴 수도 있다고 안내되어있었다. 그렇게 젊은 여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00님'께서는 이라며 굉장히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단발머리에 마른체형, 깔끔한 금테 안경을 쓰고 환자에게 '님'이라는 존칭을 쓰며 환자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태도에서 선생님이 만화 속 의사선생님처럼 여겨졌다. 인터넷에서 본 후기대로 의사선생님은 친절했고 병원도 편안한 분위기였다. 다만 의사 선생님이 나보다 어려서 대화가 어긋날 때도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었다. 좋은 진료를 받은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고, 그런 진료를 약 6개월간 받았다. 그러면서 또 다른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년을 넘게 다닌 병원은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발견한 병원이었다. 서촌 지역을 산책하다가 한옥으로 된 병원건물을 보고, 건물에 반해 진료를 문의하고 진료를 받게 되었다. 의사선생님은 중년의 여의사였다. 무언가 첫 인상이 좋았던 이곳에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그렇게 나의 병원 유람기는 끝이 나는 듯했다. 병원을 옮길 생각은 없었지만, 중간에 한 번 다른 병원을 찾아간 적도 있다. 협동조합형식으로 운영하는 정신과였는데, 운영방식과 병원의 취지가 맘에 들어 진료를 한두 번 받아보았다. 하지만 서촌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에 만족하고 있었던 터라, 병원을 옮기지 않았고, 지금까지 진료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실 정신과 병원을 찾는 일, 특히 나와 맞는 의사를 찾는 일을 어렵다. 검사가 따로 없다는 점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물론 검사지를 통한 데이터가 수치로 나오기는 하지만, 다른 병의 수치처럼 완벽하지 않다. 수치나 통계 같은 것도 단순한 보조 수단이라고 생각된다. 힘든 과정임에는 분명하지만, 임상적인 치료가 우선시 되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내게 맞는 의사를 꼭 찾아야 한다. 물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에게 의사까지 찾으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요구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2년간의 약물치료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의사를 찾을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심각한 우울 상태에서 좋은 의사를 찾을 의지가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버겁고, 귀찮고, 힘들고, 그렇겠지만 몇 군데의 병원을 방문해서 자신과 맞는 의사를 찾길 바란다.


- 정신과 병원을 찾아 갈 때 주의할 점 -

정신과는 초진예약이 어렵다. 전화로 미리 방문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예약도 몇 주에서 몇 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몇 군데의 방문 예약을 한 후, 병원 탐방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병원을 찾도록 한다. 그리고 몇 달 후로 병원예약이 된 경우라도, 갑자기 예약 취소로 인해 진료가 가능해지기도 하니, 가끔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앞당길 수 있는지 알아보거나, 미리 취소한 자리가 나면 알려 달라고 얘기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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