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카 Apr 07. 2021

[JY님 사연] 3분의 귀적

사연 제공: JYP 님


사람이 죽기 전 가장 마지막까지 깨어있는 감각기관은 무엇일까? 눈도 코도 혀도 아니란다. 바로 ‘귀’다. 나는 오늘 귀를 통해 얻은 귀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이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기에 남들은 가볍게 지나가는 감기몸살에도 학교에 못 가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링거 수액을 맞던 중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 링거 쇼크로 인해 혈압과 맥박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 것이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죽기 전엔 지난날의 기억들이 편집된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걸 말로만 들었는데 나에게도 생기니 실감이 났다. 이대로 죽는가 하며 의식이 저절로 놓아지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수렁 속에 빠져가는 나를 잡아당겼다. 엄마의 목소리였다.


 **아! **아! 정신 차려야 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엄마의 목소리는 멈춤 없이 이어졌고 나는 그때부터 어떻게든 깨어나 엄마의 부름에 답을 해줘야 한다는 목표를 갖게 된 것 같다. 의사의 응급처치까지 더해져 의식을 찾고 안정되었지만 만약 엄마가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거나, “이를 어째?” “내 딸 살려내!” 같이 감정적이고 불안한 말들을 들려주었다면 과연 내가 깨어날 수 있었을까?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살아갈 이유가 생기고, 그 목표는 꼭 거창한 계획이나 슬로건으로 포장될 필요는 없다. 나의 소중함과 존재가치를 알아주는 진정성 있는 말이 삶의 이유를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의식을 잃어가던 3분 동안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들려온 엄마의 목소리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앞으로의 나를 있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난 이 날 이후 살아가는 방식 또한 바뀌었다. 사람이 살다가 어느 순간에 어떤 이유로 떠나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의 눈치를 보거나 일희일비하며 살아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나의 밝고 낙천적인 성격은 결국 엄마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작품이고 나는 그 목소리를 영원히 저장·재생하며 살아갈 것이다.


-JYP-     


많이 고마워요

이토록 불안한 날 견뎌줘서

-이민혁 <기적> 중에서-    


-김작카-

작가의 이전글 진짜최최최종.doc...인생에 최종이 어딨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