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압박 살인

14화 금요일

by 건포도

실실 웃으며 일어나는 미친놈.

수술실의 인물 구도는 대대장이 뉘어진 베드 앞에 방 씨와 미친놈이, 건너편 수술실 출입구 쪽엔 얼타는 무병이가 서 있다. 방 씨와 미친놈 앞에 수갑이 채워진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건 아버지와 나.

도망칠 수는 없다.


"순전히 호기심에 묻는 건데 언제 저 미친놈을 구슬렸지?"

"질문은 내가. 상황 파악이 된 거 같으니 빠르게 끝내자고, 대대장이 빼돌렸던 마약은 어딨어?"

"네가 가지고 있는 마약으로 나를 마약 사범으로 몰고, 대대장이 빼돌렸던 마약으로 원래 하려던 마약 유통 사업을 진행하려고?"

"개수작을"


퍽! 하는 소리보다 발로 차인 충격이 먼저였다. 이번엔 등으로 넘어졌기에 다행히 시야는 그대로다.

방 씨도 나도 아버지도 다 아는 상황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 발로 차인 데엔 이유가 있었다. 아직도 뒤에서 상황 파악을 하나도 못한 무병이가 이걸 듣고 사태 파악을 하길 기대한 것.

문제는 나의 맘도 너무 급해서 이 의도가 티가 났나 보다.


벌레처럼 몸을 뒤집고 꿈틀대어 겨우 다시 무릎 꿇어 앞을 보니, 날 발로 찬 방 씨가 바로 총구를 돌려 무병이에게 겨누고 있던 것이다.


"병사, 너도 공범의 용의 선상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총기 버리고 이 자들과 같이 무릎 꿇어"

"어어... 네? 아니, 그니까... 방금 군의관님 말씀으로는"

"하 이 병신 폐급 새끼 눈치 뒤지게 없네"

"쯧, 얼타기는. 야! 데리고 나가서 기다려"

"네네~ 그럴게요"


무병이가 머뭇거리자 미친놈이 기절한 척은 그만두고 일어나더니 무병이에게 다가가 강제로 끌고 나간다. 어어 하면서 끌려나가는 무병이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데 미친놈이 수술실의 문을 닫고 나가기 직전 날 보고 비웃으며 한마디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병신 새끼, 지만 잘난 줄 알지. 사람을 병신으로 보고 있어"


내 패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셈이다. 지난 며칠간 나의 감정에 취해 주정뱅이처럼 행동했다. 모두 나름의 계산과 의도,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들이라 생각하고 두었던 거지만, 돌이켜보면 주정뱅이의 발걸음처럼 위태롭게 비틀거리고 휘청거리는 전개였다.


반성하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되새겼다.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밀려왔지만, 굳이 피하려 들지 않는다.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을 자학에 가깝게 마음을 찢어버리고 혹사시켜야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니까. 또 그래야 다음이 있는 법이다.


"자, 그럼 이제 편하게 이야기해 보자... 어차피 다 끝났으니 시간 끌지 말고, 적당히 협조하면 나도 굳이 너네한테 힘을 빼진 않을 테니까"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 거라고 완벽하게 예상하고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무릎 꿇고 있고, 방 씨가 서서 여유를 부리는 거다. 그러나 이 명제는 나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기에 아직 희망은 있다.

정말 끝의 끝까진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는 거니까.


"... 어떤 점의 협조가 필요한 건지 들어보죠"


그렇게 다짐하자 우월감과는 전혀 다른 결의, 정반대의 방향이나 그럼에도 그 힘과 여파가 못지않은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절박함. 무엇을 위한 절박함일까, 살기 위해?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방 씨에게 지기 싫어서?


굳이 지금 정의 내리지 않는다. 어떤 감정이든 간에 결국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인한 신체 증상은 똑같다. 나의 온몸에, 사지 말단의 끝에서도 나의 심장의 격동이 느껴진다. 귓가에서도 울리는 쿵쿵 소리. 워낙 커서 방 씨와 아버지가 협상하는 소리와 어렴풋이 들리던 수술실 밖의 미친놈과 무병이의 언쟁도 묻힌다.


"... 근데 이놈은 끝까지 입을 닫고 있네"


이번엔 툭 하고 발로 살짝 찼지만, 일부러 뒤로 넘어진다. 그 반동으로 뒤로 채인 수갑을 골반 밑으로 넣어서 걸쳐 놨다. 이제 수갑 차인 양손을 발 밑으로 넘기기만 한다면 앞으로 뺄 수 있다. 그리고 앞에 위치한 두 팔은, 서로 묶여 있을지언정 강력한 무기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오만방자한 저 방 씨의 목을 감아 그 숨통을 끊을 수 있을 거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또 대가리 굴린다, 또"


차가운 수술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 내게 다시금 이마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 어차피 날 당장 죽일 수는 없을 거다. 필요한 것을 아직 못 얻었으니까. 자신의 욕심을 아직 못 버렸으니까.

내가 동요하지 않자 방 씨는 헛웃음을 짓더니 총구를 돌려 아버지의 옆머리에 댄다. 여전히 나도 아버지도 무반응을 고수하자 방 씨는 혀를 찬다.


"둘 다 아주 쌍으로... 어휴, 총을 쏴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데 확인해볼까 싶어"

"상황 파악은 얼추 됐습니다만, 의아하긴 하군요. 이런 도박수 말고도 본인의 이득을 최대화할 방법들이 수없이 많았을 텐데, 굳이 이곳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는 이 행동이라니"


수갑에 채인채 무릎을 꿇고 총구까지 겨눠진 채 내뱉기에는 너무 한가한 말투다. 직업병 때문인지 그마저도 의도인지 언듯 듣기에는 한심하게까지 느끼는 듯한, 가르치는 어투. 그에 방 씨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아하, 보아하니 아버지께서는 사건 전말을 잘 모르시나 보군 그래?"


비릿하게 웃으며 날 쳐다본다. 나한테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 건지 몰라 대꾸를 안 해주자 바로 성질을 내더니 말을 이었다.


방 씨가 떠드는 내용의 요지는 일요일 자신이 보게 된 광경. 내가 대대장을 죽인 살인자라는 것. 의도적으로 대대장을 오랜 시간 동안 구조요청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심폐소생술을 가장한 폭행으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


그에 따른 아버지의 반응을 나도 보기 위해 눈을 옆으로 굴려 보니, 예상했듯 무반응이다. 그도 그럴게 이미 부검을 하면서 이미 반쯤은 의심했던 바이니까. 그래도 의심이 사실로 판명난 지금 아버지는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 이번엔 고개도 살짝 돌려 옆을 보자, 아버지의 시선은 방 씨에게서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은 듯 부동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 다 의도된 바였나 보다. 일부러 방 씨를 떠들게 한 거다. 상황의 우위를 점한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하찮게 보자, 욱해서 자신이 왜 더 유리한 상황인지를 표출하게 만드는 것. 그럼 왜?


"이제 알겠지? 당신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마약으로 안 잡아넣어도 어차피 살인자야, 그걸로 잡아넣으면 그만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던 방 씨는 헛웃음 한 번에 상태가 깨졌다. 문제에 대해 학생이 멍청하게 답을 냈을 때 교수가 보일 법한 반응,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고개를 살살 좌우로 흔드는 모습에 방 씨가 발끈하는 게 보였다.


화를 숨길 생각도 없이 뭐가 문제인지 따지는 방 씨에게 대충 어영부영 그래 너 말이 다 맞다 해주는 아버지. 방 씨를 도발하고, 시간을 끄는 걸로 추정했다.


무얼 기다리기에 시간을 끄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난 이 틈을 타서 조금씩 적정량만의 움직임으로 누운 상태에서 일어났다. 팔은 골반과 발 사이, 무릎을 꿇으며 발끝을 수갑에 걸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 순간에 방 씨가 시선을 내게 돌렸다. 그 순간


"우선!"


아버지가 운을 띄운다. 확신이 들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외인사로 판명할 수는 없지요"

"... 내가 목격했으니 그런 부검 결과 기다릴 필요도 없어"

"그 목격담에 대한 진위여부도 의심해 봐야겠죠. 녹화된 내용이나 명확한 증거물 없이 한 개인의 목격담만으로 어떻게 살인을 확정 지을 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그 한 개인이 형사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 형사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시민을 강제로 억류, 협박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 그 말에 신빙성이 실릴 거라 생각하십니까? 애초에 목격 당시에 바로 체포 안 하고 뭐 했나요? 그 시간에 그곳엔 왜 있었던 거죠? 그것도 우연인가요? 본인 증언이랍시고 떠드는 말에 허점이 이렇게나 많은데..."


퍽!


제 분을 못 이기고 방 씨가 총으로 아버지의 턱을 후려쳤다. 아버지는 옆으로 날아가듯 쓰러졌고 그 소란 속에 나는 겨우 수갑을 앞으로 빼낼 수 있었다.

방 씨는 날 바로 발견했지만, 아버지를 때릴 때 강하게 힘을 실어 휘두른 탓에 그의 몸은 나와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몸을 제자리로 돌려 날 총으로 제압하기 직전, 찰나의 순간에 내가 먼저 그를 덮칠 수 있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나와 방 씨가 포개진 채 수술실 베드에 부딪히고 대대장의 시신 위에 눕혀지게 되었다.


신장이 내가 더 큰 탓에 부딪힐 때 충격으로 난 거의 넘어갈 뻔했지만 운 좋게 대대장의 남은 갈비뼈에 무릎이 걸리며 버틸 수 있었다.

중심을 잡고 아래를 보니 대대장의 열린 복강 안에 방 씨의 상반신이 그리고 그 위에 내가 좌우에 무릎을 대고 앉아있는 상황이다.

재빨리 무게를 싣고 방 씨의 상태를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그의 상완은 내 골반에 눌려있고 아래쪽 팔은 내 몸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총을 들고 있는지도.

그의 허리는 베드 때문에 꺾여서 다리가 뜬 채, 내 뒤쪽 허공을 바둥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런 씨ㅂ... 컥!"


난 양손에 채워진 수갑으로 방 씨의 목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자세에서 하체나 허리의 힘을 못 받아서 그런지 날 위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을 흔들어 저항할 뿐이었다.


아쉽게도 곤란한 상황인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대장의 소장과 대장이 워낙 유동적이라 방 씨의 고개가 고정되지 않았고, 무게를 더 싣고 누르자니 방 씨의 저항으로 인해 내 몸이 앞으로 쏟아져 베드를 넘어갈 지경이었다.


"크윽... 컥! 흐으윽!!"


몇 초도 안 되는 이 짧은 순간은, 체감상 지난 몇 시간보다도 길고 고되게 느껴졌다. 수술실엔 잠시 내가 내뱉는 거친 숨소리와 방 씨가 목 졸리는 소리만으로 가득 찼다. 둘 모두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신경은 쓰였다. 만약 이 소란을 듣고 밖에 있는 미친놈이 들어온다면?


딴생각 때문에 잠깐 내가 힘을 덜 줬던가, 방 씨와 나 각자 서로 반대되는 목적을 가지고 행한 최선을 다한 발버둥이 이뤄낸 몇 초간의 평형 상태는 방 씨가 손으로 내 골반을 자신의 위쪽으로, 수술베드 반대편 쪽으로 밀어 버리면서 깨졌다.


쿵! 하는 충격이 내 오른쪽 면을 강타하며 난 다시 수술실 바닥에 쓰러졌다. 곧바로 일어났지만, 뒤이어 방 씨도 베드 건너편에서 일어났다. 총을 들고.


"콜록콜록, 이... 씨발놈, 어쩐지 쉽게 넘어간다 했다"

"하하, 나도 발버둥은 쳐봐야지 않겠어?"

"그냥 죽어라, 뒤처리는 걱정하지 말고"


하고 총구를 겨누는 방 씨.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려있는 게 보이고 그다음에 검고 작은 구멍이 내 시야 전체를 메운다.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의 경종을 울렸지만, 빌어먹을 몸은 순간적으로 굳어서 그 명령을 즉시 수행하지 못했다.


너무 늦었다.


타아앙!


총의 발포음은 수술실의 벽과 천장 바닥에 부딪혀 다시 반사되고 반사되어 그칠 줄 모르고 울려 퍼졌다. 귓속엔 이명과 찢어질 듯한 통증이 엄습해 왔다.


그러나 내 몸 어느 한 구석에도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다.

빗나갔다. 원인은 아버지. 나와 방 씨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어느새 나처럼 수갑을 앞으로 빼고는, 방 씨를 뒤에서 덮쳐 총의 조준이 마지막 순간에 빗나갔고, 그 수갑을 이용해 다시 방 씨의 목을 조르며 뒤로 누웠다.


"케엑..."

"어서!"


완벽한 조르기였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이대로 방 씨는 죽을 것이다. 문제는 방 씨의 손엔 여전히 권총이 들려 있었다. 아버지도 그것을 알았는지 나에게 외쳤고, 나는 즉시 굳은 몸을 억지로 깨워 둘이 누워있는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내 등 뒤에서 수술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무슨 일이야! 하고 외치며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베드를 잡고 달려온 몸의 관성을 죽여 둘이 누워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내가 뭘 하기도 전에 이미 방 씨는 목이 뒤에서 졸리는 와중에도 총을 아버지의 관자놀이에 겨누고 있었다. 다시 또 총성.


콰아아아앙!


총성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그 근원지는, 다시 사정없이 수술실 육면을 다 부딪히고 튕기며 메아리치는 탓에 소리로 판단할 수 없었다. 대신 볼 수 있는 건 폭발하듯 터진 아버지의 머리와 흩뿌려지는 두개골, 뇌조각 그리고 흘러내리는 뇌수가 아닌, 방 씨의 가슴에서 피가 울컥울컥 하고 분수 터지듯 뻗쳐 나오는 광경이었다.


방 씨의 몸엔 조금의 생기도 없이 늘어졌고, 그의 권총도 텅! 하는 허탈한 소리와 함께 수술실 바닥에 떨어졌다. 아버지는 그런 방 씨의 목을 조금 더 몇 초 세게 조이다가 풀고, 옆으로 뿌리치고 일어났다. 시선은 나에게가 아니라 내 대각선 뒤, 수술실의 출입구 쪽. 나도 아버지를 따라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허억...허억..."

"..."


우리의 눈앞에 보인 건 무병이었다. 그는 발포한 자세 그대로 굳은 채 서있었다. 흔들리던 동공이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제자리를 찾더니 나를 쳐다봤다.

마주치는 시선, 나도 모르게 본능적인 긴장이 내 몸을 사로잡았다.


"... 군의관님"

"... 무병아"

"괜찮으십니까?"


이제야 긴장이 풀렸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고 무병이도 긴장이 풀렸는지 총구를 내리다가 자신이 저지른 짓을 보고 다시 어어 하고 공황에 빠지려고 한다. 난 무병이가 수렁에 빠지기 직전에 주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미친놈은 어딨어, 어떻게 된 거야"

"... 어어, 그게 말입니다..."


하고 뒤를 돌아보자 그제야 무병이에 가린 뒤의 풍경이 보였다. 출입구 쪽에 바닥에 얼굴을 박고 쓰러져 있는 군복 차림의 한 인영, 미친놈이었다.


"... 안 쪽이 소란스러워서 저랑 같이 들어왔는데, 그, 갑자기 군의관님을 향해 총을 들킬래 제가 그만..."

"죽인 거야?"

"아아아 아닙니다!!! 그냥 개머리판으로 때린 겁니다!"


하고 미친놈에게 서둘러 다가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무병이었다. 이후 안심하는 것을 보니 죽은 건 아닌 모양. 그 허술한 무병이의 모습을 보고 나도 이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이명을 뚫고도 들리던 심장의 박동 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원래의 주기와 진폭을 찾아간다. 잔뜩 흥분했던 몸에 공급되던 혈류량이 줄어듦에 따라 극심한 탈력감이 따라온다.

그래도 이 난리통을 수습하기 전에 잠깐의 안도는 괜찮겠지.


"이곳 수술실 근처에 사람은 없니?"


어느새 방 씨의 품 안에서 열쇠를 찾았는지 나에게 다가와서 건네주며 아버지가 나와 무병이에게 물어봤다.


"어어... 그, 아까 둘러봤을 땐 아무도 없었습니다"

"늦은 시각이라 당직 제외하고는 병원에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있더라도 폭설과 바람을 뚫고 여기서의 소리가 들릴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을 거고요"

"몇 시니?"


아버지가 지시하자 무병이가 미친놈의 품 안에서 내 폰을 꺼내든다. 화면을 켜자 보이는 시간은 자정을 넘은 시간, 금요일이다. 확인하고 잠금화면을 열어 보이는 녹음 화면을 종료하고 저장했다.


"그래서... 이번엔 확실하니?"


아버지의 수갑을 풀어드리자 내게 열쇠를 건네받은 아버지가 내 수갑을 풀어주며 물어봤다. 온갖 난장판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두리뭉실한 질문, 그리고 수갑이 풀리자마자 수술실 구석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폰을 꺼내 들며 녹음을 끄고 저장하는 아버지.

그 일관성과 나와의 공통점에 이번엔 미소가 아니라 웃음이 나왔다.


"네"

"그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정리해 보자"


그래, 결국 중요한 건 늘 다음이다. 지난 일요일 대대장과의 우연한 조우에서도, 방 형사와의 대면에서도, 정작과장을 설득할 때도 늘 그 순간을 즐기거나 위기를 모면했던 경험들. 그 모든 시간이 내게 가르쳐준 깨달음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됐을까?' 하는 후회 섞인 복기는 지나온 길에 남겨두기로 했다. 대신, 앞으로의 여정을 위한 다음 질문을 골랐다. 이에 대한 답이 이제부터 다가올 파문들에 대한 나만의 돛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요?"



압박, 살인


에필로그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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