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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18. 2016

역사를 찾아 떠나는 이유

군산기행 1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본다는 건, 단순히 공간적인 이미지로만 본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본다는 뜻이다. 

도보여행을 하며 느꼈던 건, 그냥 걷기만 해서는 그 공간에 대한 어떠한 느낌도 남지 않는다는 거였다.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기 때문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그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이유도,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찾게 될 일도 없다. 하지만 그 장소에 사람이 더해지면 그 의미는 남달라진다. 산이 단순한 산이 아니라 특별한 나만의 산으로, 물이 그냥 물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물로 느껴지는 것이다.                



▲  2012년도에 단재학교 영화팀과 찾은 전주. 전주는 고향이어서 특별할 게 없다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오니 특별한 곳이 되었다.




사람의 이야기가 담길 때공간의 의미는 달라진다

     

말을 비비 꼬아서 그렇지, 복잡할 거 전혀 없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을 떠올려보자. 그 길은 보통 때도 걸었던 길이었겠지만, 그 사람과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느껴지니 말이다. 같은 공간도 그 곳을 함께 한 사람에 따라 느낌이 180도 달라진다. 이처럼 장소에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보태질 때 그 장소는 ‘특별한 역사가 스민 나만의 장소’가 된다. 

하지만 어느 공간엔 이미 무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며있기도 하다. 역사의 주무대였던 곳들이 그런 곳인데, 그런 곳에 가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그 장소는 특별해진다. 그게 바로 과거와의 교감이며, 그곳에 살았던 옛 사람과의 대화다.           



맹자가 만장에게 “한 고을의 좋은 선비라야 한 고을의 좋은 선비를 벗할 수 있고, 한 나라의 좋은 선비라야 한 나라의 좋은 선비를 벗할 수 있으며, 천하의 좋은 선비라야 천하의 좋은 선비를 벗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천하의 좋은 선비를 벗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여겨지면 또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 사람을 논하는 것이다. 옛 시를 읊고 옛 글을 읽으니, 그 사람을 모를 턱이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옛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니, 이것이 바로 ‘옛 사람을 벗하다尙友’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孟子謂萬章曰:“一鄕之善士, 斯友一鄕之善士; 一國之善士, 斯友一國之善士; 天下之善士, 斯友天下之善士. 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頌其詩, 讀其書, 不知其人, 可乎? 是以論其世也. 是尙友也.” - 『孟子』 「萬章章句下」 8       


   

역사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위에서 인용한 구절처럼 ‘옛 사람을 벗하다’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에 교감하게 될 때 그 장소는 비로소 ‘삶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탈바꿈 된다.                



▲ 건물엔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에야 건물은 시멘트 더미가 아닌 삶의 장소로 바뀐다.




똑같다고그럼 역사를 배워봐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옛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 장소에서 교감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지금 어느 도시든 가보라, 그 도시의 특색이 보이는지. 빌딩숲에 무수히 많은 건물, 그리고 많은 사람들까지 어느 도시할 것 없이 천편일률적인 모양새여서 그 도시의 특색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니 어찌 보면 ‘어딜 가든 똑같으니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분명히 맞는 얘기다. 한국처럼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개성이 없는 나라도 드물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역사성을 제거하고 현재만을 본다는 가정 하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현재의 꼴만 봐서는 어떠한 차별점도, 그 곳의 의미도 찾기 힘들다. 이를 테면 일란성 쌍둥이를 외모만 보고서 애써 구분하는 것처럼 허무한 일이란 말이다.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가 자라온 역사를 통해 그들을 보면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눈에 보일 것이다. 이처럼 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외형 속에 감추어진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그 공간을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 서울과 도쿄. 아무런 생각 없이 두 사진을 보면 똑같아 보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보면 다른 게 보인다.




옛 사람의 이야기그리고 나의 이야기 

    

군산은 나에게 『아리랑』이란 책을 통해 인식된 도시다. 그 당시엔 전주에 살고 있어서 그다지 먼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찾아가고 싶던 곳도 아니었다. 군산에 대한 매력을 몰랐을 뿐더러, 무엇보다 여행 자체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백산맥』을 읽고 나서 불연 듯 벌교에 가게 되었듯이, 『아리랑』을 보고 나선 째보선창, 정미소, 전군간도로 등을 보고 싶어졌다. 언제고 시간이 나면 가서 보겠노라고 맘먹었다.



▲ 선배가 선물을 준 덕에 읽기 시작한 [태백산맥]은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짧게 시간이 남아 잠시 둘러볼 수 있었다. 유심히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기록을 남길 수는 없지만 ‘옛 사람의 이야기’에 덧붙여 그 당시에 느꼈던 ‘나의 이야기’를 곁들여 남기고자 한다.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 나의 이야기도 풀어놓는 순간부터 과거의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옛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거기에 나의 이야기를 덧붙여야 한다. 과거는 탐구의 대상이라기보다 대화의 상대라 할 수 있다. 과거에 나의 이야기를 보탬으로 과거는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된다. 옛 사람과 나눈 이야기를 나의 언어로 풀어냄으로 옛 이야기는 지금의 이야기가 된다. 

그럼 지금부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공간에 스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시간이다.







목차     


1. 역사를 찾아 떠나는 이유

사람의 이야기가 담길 때, 공간의 의미는 달라진다

똑같다고? 그럼 역사를 배워봐

옛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2. 군산에 담은 역사 이야기        

군산역과 도깨비 시장

째보선창과 군장대교

구 군산세관 1 - 아는 만큼 보인다

구 군산세관 2 - 군산세관과 제2롯데월드

장미동 1 - 장미동엔 장미가 없다?

장미동 2 - 장기18은행과 조선은행 군산지점의 흥망성쇠

쇠락한 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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