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빵 Jul 11. 2016

남이섬으로 간다 간다 뿅간다

 남이섬 & 춘천여행 4 (16.05.11~13)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남이섬가평 선착장으로 걸어간다. 선착장 주차장엔 관광버스들이 즐비하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된다. 선착장에 들어서니 한옥풍의 건물이 보이고 ‘사람떼’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역시나 유명 관광지답게 내국인부터 외국인까지, 여행객부터 수학여행을 온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 지금 시간은 평일 2시 40분인데, 사람들이 많기도 많다.




남이섬이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이섬은 겨울연가로 유명해진 곳이다.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로 인해 일본에 한류 열풍이 불었다. 그 당시 일본의 중년 여성들은 배용준에게서 ‘일본 남성’에겐 느끼지 못한 부드러운 남성미와 사르르 녹일 듯한 감미로움을 느끼며 그를 추앙하여 ‘욘사마’라는 별명까지 붙여줬고, 그런 흐름은 드라마 촬영지로의 방문까지 이어져 남이섬은 일약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이런 광경이 얼마나 이채롭게 느껴졌으면 일본이 저명한 학자인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나 한국의 고전평론가인 고미숙 선생도 ‘욘사마가 열풍인 이유?’에 대해 분석하기까지 했을까. 



▲ 겨울연가와 남이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남이섬은 더욱 유명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2002년에 반영한 겨울연가의 인기가 아직까지 남아있기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거라 볼 수 있을까? 물론 14년이나 흘렀다고 해서 그 드라마의 영향력이 하나도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에서야 그 드라마를 보게 되어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예전에 남이섬에 찾았다가 느낌이 좋아서 다시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고 지금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건 서울 근교에서 가장 쉽게 올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라는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애초에 남이섬은 지금과 같은 운치가 있는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랜 작은 봉우리에 불과한 곳이었고 인적도 드문 외진 곳이다 보니, 남이장군은 유배를 왔고 이곳에서 죽게 된 것이다. 그러던 곳이 청평댐으로 인해 북한강 상류의 수위가 올라가며 잠기면서 섬이 되었고, 유원지로 개발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선 쫙 펼쳐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걸으며 운치를 맛볼 수 있고, 넓지는 않지만 잘 꾸며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더욱이 바로 옆엔 번지점프와 짚와이어, 웨이크보드와 같은 레져생활을 즐길 수도 있으니, 사람들에게 한 번 정도는 가보고 싶은 곳으로 떠오르지 않았을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가철엔 이곳을 찾아오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여행을 간 날은 평일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 짚와이어 타는 곳과 번지점프대가 보인다.




남이섬은 한국 내의 외국?

     

선착장에 들어서자마자 ‘나미나라공화국 입국을 환영합니다’라는 이상한 문구가 보이고, 여권 운운하는 말들도 보인다. 그 순간 ‘여기에 들어가려면 여권이 있어야 하나?’라는 우스꽝스러운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분명히 한국 땅이지만, ‘혹시나 여기만 외국령인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이섬’을 특별한 곳으로 꾸미려는 스토리텔링에 불과했다. 한국의 땅이지만 외국에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꾸며놨던 것이다. 그러니 남이섬에 배를 타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외국의 섬에 놀러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에 따라 저절로 기대감이 싹트게 된다. 



▲ '나미나라공화국 입국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이채롭다.



단재학교에서 섬으로 여행을 간 적은 두 번 있었다. 완도에서 보길도로 들어갈 때도,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들어갈 때도 당연히 배를 타고 갔지만, 어느 곳도 여기처럼 선착장에서부터 뭔가 다른 이미지를 느끼게 해주는 곳은 없었다. 그런 곳은 너무도 익숙한 여객터미널의 모습이었고, 그곳의 사람들도 여행객과 주민이 섞여 아주 일상적인 풍경으로 배를 탔으니 말이다. 



▲ 해남 화흥포항에선 보길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아주 평이한 여객터미널이다.



이렇게 이채로운 광경을 보면서 ‘왜 그런 같은 차이점이 생겼을까?’를 생각해보니, 그 까닭은 섬의 역사와 관련이 있겠더라. 보길도나 석모도 같은 곳은 원래부터 사람이 살던 유인섬으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발달되다가 점차 관광지로 유명해진데 반해, 남이섬은 무인섬이었던 곳을 관광지로 꾸몄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로 그런 고민의 결과가 ‘나미나라공화국’이란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남이섬’은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이니, 그런 식의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이지만 그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했음에도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섬이 되었다면, 이렇게 기획한 사람은 얼마나 몸 둘 바를 몰랐을까. 어찌 보면 결과적으로 잘 되었기 때문에 ‘나미나라공화국’이란 스토리텔링이 괜찮아 보이는 것일 뿐, 그렇지 않았다면 ‘유치하니까 사람들이 안 오지’라는 비아냥을 듣게 되었을 것이다.  



▲ 배를 타러 가는 입구엔 전통양식의 건축물이 있고, 꼭 거란문자 같은 문자가 쓰여 있다.



               

남이섬에 들어가는 갖가지 방법 

   

남이섬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은 총 세 가지가 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배를 타는 방법, 짚와이어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 모터보트(4~5인승)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 기본 가격은 일인당 만원 씩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 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은 1인당 만원의 요금이 들어간다. 만원엔 남이섬 입장료와 배를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배는 세 대 정도가 번갈아 가며 운행을 하기에 우리가 갔을 때는 많이 기다리지 않고 배가 올 때마다 바로 바로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엔 배를 탈 때까지 꽤 많은 시간과 번잡함을 감수해야 할 듯했다. 



▲ 가장 많이 애용하는 배를 타고 가는 방법. 저렴하지만 대기인원에 따라 시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기다리기도 싫고 번잡함도 싫은 사람이라면 모터보트를 타는 방법도 있다. 인원은 최대 5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며 인원에 상관없이 한 대를 이용하는데 2만원 또는 4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물론 남이섬으로 들어갈 때 1인당 만원의 요금을 냈으니, 추가로 돈을 더 내는 것이다. 2만원은 선착장에서 바로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4만원은 남이섬을 한 바퀴 돈 후에 들어가는 것이다. 추가로 돈이 들긴 해도 너무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하고, 인원이 4명 이상이라면 한 번 정도는 타볼 만하다고 할 수 있다. 



▲ 돈이 있으면 모터보트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은 짚와이어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가격은 1인당 38.000원이어서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 가격엔 짚와이어로 들어가는 비용과 입장료, 나올 때 선박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짚와이어로 스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배를 타려는 번잡함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청은 인터파크에서 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 사람이 많을 땐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계획을 짜서 가는 거라면 인터넷으로 미리 티켓을 끊고 그 시간에 맞춰 가는 게 나을 것이다.                



▲ 스릴 있는 입국을 원한다면, 짚와이어. 가장 비싸지만,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드디어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가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찾아가는 남이섬은 그렇게까지 번잡하지 않았다. 평일치고는 사람이 많은 정도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일 기준으로 그랬다는 것일 뿐 바로 바로 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였다. 



▲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정말 많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까지 보인다.



물살을 가르며 가는 기분은 상쾌했다. 더욱이 지금은 봄의 끝자락이니 여행을 다니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5분 정도 배를 타면 북한강을 지나 나미나라공화국에 도착한다. 너무도 배를 타는 시간이 짧기에 아쉬움이 감돌지만, 남이섬에 처음 가보는 나로선 빨리 남이섬을 돌아보고 싶을 뿐이었다. 

입구에서 내려선 각자 남이섬을 둘러보면 된다. 남이섬은 넓지 않으니 천천히 유유자적하게 거닐다가 쉬다를 반복하며 한 바퀴 돌아봐도, 중간 중간에 있는 미술관 같은 곳을 들어가도, 그늘에 앉아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누려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거닐며 겨울연가의 한 장면을 따라 해도 좋다. 우린 ‘다알리아’라는 콘도를 예약했기 때문에 바리바리 싸온 짐을 풀기 위해 먼저 콘도부터 가야했다.                




▲ 남이섬에 입국 해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나미나라공화국에서 하룻밤 자기

     

입구 쪽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우릴 픽업하기 위해 차가 오더라. 우린 무려 12명이나 되다 보니, 한 차에 모두 탈 순 없었다. 그래서 나와 준영이, 상현이는 다음 차에 타기로 하고 먼저 탄 인원들만 보냈다. 



▲ 호텔과 콘도를 예약한 사람은 픽업을 해준다.



차가 갔다가 올 동안 우린 입구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위에서도 잠시 말했다시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왔는데, 그들 표정은 한결 같이 다들 밝았다. 하긴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왔든, 시간을 내어 놀러왔든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걸 보고 있으니, ‘즐거운 여행하는 날 아침에 괜히 부산을 떠느라 일상에 푹 빠져 어쩌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이 날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편히 먹으려고 노력했다. 



▲ 사람은 많았지만, 각자마다 모두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조금 있으니 차가 다시 왔고 우린 그 차를 타고 콘도에 도착했다. 콘도는 생각 이상으로 넓고 깨끗했다. 14인실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큰 방이 두 개가 있고, 욕실은 3개가 갖춰져 있으며, 단체로 어떤 게임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거실이 있고, 그 옆엔 북한강을 바라보며 고기파티를 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콘도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으니, 은근히 ‘깊은 어둠이 내린 남이섬의 밤이 어떨지?’ 기대가 됐다.



▲ 가격은 꽤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매우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남이섬에서 숙박하기 위해선 정관루라는 호텔이나 우리와 같이 인원수에 맞도록 만들어진 콘도를 예약해야만 한다. 호텔은 콘도에 비해 약간 저렴한 편이고, 콘도는 하나하나 개별 건물이기에 조금 비싼 편이다. 

드디어 남이섬에 들어왔으니, 이곳에서 우린 둘도 없는 추억을 만들고 가면 된다. 과연 이곳에서 우린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 남이섬의 숙소에 입성. 이제 신나는 시간을 보내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춘선은 상봉역에서만 떠나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