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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Sep 13. 2016

‘개풍관’이 만들어진 이유?

 우치다 타츠루의 ‘개풍관의 교육실험’ 2

학교가 비효율적이라며 효율적인 공간으로 바꾸자고 하면 할수록, 교육공간인 학교의 의미는 희미해져간다. 더 이상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그저 학점을 따고 졸업장을 받기 위한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 학교를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하면 할 수록,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의미는 희미해진다.



         

교육계를 끊임없이 공격한 매스컴과 미디어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일교조가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였기에, 급격한 ‘학교의 기업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30년간 꾸준히 미디어의 공격을 받으며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학력이 떨어지거나,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면, 미디어에선 그걸 모두 일교조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한때 90%의 조직률에 이르던 일교조는 이제 20%도 조직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상황이야말로 일본의 ‘대단한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매스컴의 낙인은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종복세력이란 낙인까지 붙일 정도다.



여기에 덧붙여 재계의 공격은 더욱 더 노골화되었다. 일본의 글로벌 기업은 ‘지금 바로 명령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하루에 15시간 일할 수 있고, 회사의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 해외로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을 ‘글로벌 인재’로 규정하고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재계의 요구를 문부성이 받아들여 대학에 그와 같은 인재를 육성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 각 CEO들의 이야기를 듣고 별로 불편하지 않다면, 우치다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공격에 모든 것을 맞추려 노력하게 된 교육기관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글로벌인재=일회용 인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종신고용을 사라졌다. 지금 대부분의 회사는 정년을 40살로 정하고 있다. 월급이 비싸기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해서 계속 새로운 멤버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젊은이들은 보통 3년 정도 일하면 이직해야 한다. 더욱이 회사 오너 입장에선 ‘일을 시킬 때 제대로 뽕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잦은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여러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야근으로 12시에 퇴근하여 집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에 5시에 일어나 회사에 나와야 하며 10명이서 하던 일을 5명이서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살인적인 근무 환경에 몇 만 명의 아이들을 밀어놓으려 하는 것이다. 



▲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보여준다.



보통 이런 식의 살인적인 근무환경을 가진 직장이라면 안 가야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은 오히려 못 들어가서 난리다. 이렇게 자발적이고 복종적이며 순종적인 인재를 만들기 위해 학교에선 ‘일을 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고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취업박람회’란 이름으로 대학을 찾아가 “예스맨이 되어라”, “영어를 잘 해야 한다”, “참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로 학생들에게 겁을 준다. 이런 현실이기에 학생들은 3학년이나 4학년이 되면 학교에 가지 않고 취업준비를 위한 공부만을 하는 것이고 대학은 커리큘럼을 짤 때 기업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 한국 대학생들은 스펙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취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른 채 불안하기에 매달린다.




성숙한 인간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학교

     

그런데 교육을 하는 이유는 ‘주위 사람들에게 보탬을 줄 수 있는 존재’, ‘그 사람이 없으면 곤란한 유일무이한 존재’로 키우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너에겐 너만의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치가 활짝 피어나도록 교육을 통해 돕겠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교육의 이상이 완전히 무너져 ‘언제든 교체 가능한 인간’을 키우는데 몰입하고 ‘주의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무관심하며 자기 일만 신경 쓰는 인간’을 키우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런 고립된 인간을 만들기 위해 재계, 정치, 미디어가 합심하여 학교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학교는 그 요구를 수행하는 부속기관쯤으로 전락했다. 



▲ 그런 배움터가 되었기에 김예슬씨는 박차고 나왔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의 본래의미를 망각한 이와 같은 상황을 돌파하고자 여러 사람들은 전혀 다른 형태의 교육기관을 만들었다. ‘개풍관’과 같은 무도관을 만들거나 사숙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예전의 사숙은 입신양면을 위한 공간이었던데 반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사숙은 전혀 다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학교교육의 대안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학교가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기르는 것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건실한 어른’, ‘성숙한 어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사회와의 상호부조가 바로 이런 사숙의 목표라 할 수 있다. 



▲ 6월 29일에 있었던 포럼은 한국에서의 대안교육운동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자기 돈으로 공간을 열어서 하는 것이지만, 비즈니스가 아니기에 교육상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와라! 와라!’하는 심정으로 문을 연 것이다. 처음 학교를 만들었을 때 ‘줄 것이 있으니 와라’라는 심정으로 열었던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시민교육의 기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숙 외엔 어떠한 교육기관도 이런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은 없다. 학교나 학부모와 학생들은 모두 돈 이야기만 하느라 바쁘기에, 지금의 교육은 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 초당이 초당이 아니지만, 조선의 학자들은 유배를 가면 그곳의 마을 아이들을 모아 사숙 아닌 사숙의 공간을 열었다.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그래서 만든 곳이 개풍관이라 할 수 있다. 개풍관을 만들기 전에 공립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다. 체육관은 시설은 좋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 처음엔 체육관에서 했지만, 여러 문제로 개풍관을 열게 됐다. 그곳으로 들어가 보자.



합기도는 전신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공기의 청결정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 하면 합기도는 불교명상과 비슷하여 오감을 민감하게 해야 하기에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의 기본 원리이며 학교나 절, 도장 같은 곳은 자극이 적은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합기도는 서서하는 운동이라 다다미의 촉감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지 걷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굴러간다는 느낌, 다다미와 하나가 된 느낌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다다미는 끈적끈적해선 안 되며 항상 청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악취가 난다던지, 소리가 난다던지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무도관은 종교시설이자 교육시설이라 할 수 있다.                



▲ 무도를 하려면 오감이 민감해져야 한다. 그러니 공간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그건 곧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개풍관은 자연의 힘을 신체에 흘려보내는 곳

     

공립체육관은 종교적인 장소여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일본은 법적으로 ‘모든 공공시설에선 종교적인 행사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다. 그래서 제도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보통 ‘깨닫는다’, ‘돈오점수頓悟漸修’와 같은 말은 종교적인 행위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 무도라는 게 흔히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적인 것과의 마주침을 말한다. 인간이 도저히 낼 수 없는 힘 같은 것을 자연으로부터 빌려와서 나의 육체를 통해 현현해 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칼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철로 만든 갑옷을 밴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옛이야기를 듣다보면 ‘칼로 갑옷을 뚫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힘을 넘어선 초인적인 힘이 바로 자연으로부터 빌려온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자연과의 유기적인 흐름을 타는 것이 무도라 할 수 있다. 



▲ 자연의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흐르게 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수업修業’이란 단어의 修는 ‘닦는다’는 뜻으로, 파이프에 물이 흘러가듯 자연의 힘을 우리의 신체에 흘려보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나는 무도를 합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신체를 단련하고 있군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전혀 그런 의미는 아니다. 파이프는 물을 흘려보내는 게 목적이며, 가능한 한 많은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파이프=몸’, ‘물=초월적인 의미’라고 도식화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무도는 반드시 초월적인 것과 연결될 수 있도록 모든 감각이 열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인간의 몸이 기의 흐름을 흘려보낼 수 있는 파이프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공립체육관에선 그런 초월적인 힘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체육관에 들어가자마자 신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체육관에서 마음가짐을 바로 잡고 신에게 예의를 차린다 해도 공간 자체가 지닌 무종교성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개풍관을 만들어 신전화神殿化한 것이다. 벽면에 쓰여 있는 ‘합기도’라는 글씨는 미대 교수가 이런 정신을 오롯이 담아 썼는데, 이런 영성적인 부분을 통해 도장 전체를 정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이곳 다다미를 드러내면 강연장이 될 수도, 가부키나 능악을 위한 무대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용 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목차     


1. 학교에서 효율을 중시하면 생기는 문제

점차 교육의 다양성을 파괴해 나가다

학교의 기업화는 교육의 자살행위

소비자 마인드는 필연적으로 학력저하로 이어진다     


2. ‘개풍관이 만들어진 이유?

교육계를 끊임없이 공격한 매스컴과 미디어

그런 공격에 모든 것을 맞추려 노력하게 된 교육기관

성숙한 인간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학교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개풍관은 자연의 힘을 신체에 흘려보내는 곳     


3. 교육상식 전복하기

최초의 학교가 만들어질 때 모습 상상하기

교육은 다양한 가치를 지닌 교사집단 속에서 이루어진다

교육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것이다     


4. 개풍같은 교사되기

교육운동의 시작은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교육이란 가르쳐 주는 게 아닌, 자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같은 교육을 꿈꾸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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