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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ul 07. 2017

인문의 세계에서 다시 출판을 만나다

독립출판 워크숍 1

예전엔 실용서, 자기계발서를 무척이나 많이도 읽었다. 아니, 다른 책은 전혀 읽지 않았으니, 차라리 실용서만 읽었다고 하는 편이 맞으리라.                  



▲ 자기계발서는 조금만 읽어도 파악이 될 정도로 내용이 간결하고 명료하다.




자기계발서에서 해답을 구하다

     

신박하거나 ‘아하’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으며 철저한 계획과 그 계획을 실행하려는 의지를 갖게 됐고,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당장의 작은 이익이나 편함을 추구하지 않고 견디다 보면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가르침을 알게 됐다. 그런 책들은 한결같이 ‘지금 애쓰고 노력하면 많은 부분이 바뀐다’는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고 열심히 살아오지 않은 적이 없고, 성실히 해오지 않은 적이 없지만, 막상 현실이란 완고한 벽에 부딪히자 무너지고 말았다. 더욱이 그 당시엔 중등임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절망감은 무겁게 나를 짓눌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이런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고, 그래서 읽게 된 것이 그런 류의 책들이었던 거다.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는 매우 명료하다. 늘 들어왔던 당연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여러 예를 통해 절실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그걸 보고 있노라면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주저앉을 수밖에 없구나’라는 깨달음을 주니 말이다. 그건 한 편으론 자책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론 자기를 부정함으로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동안은 그런 책들을 읽으며 의욕을 불태웠고, 그런 내용에 따라 살려 노력했던 것이다.                



▲ 그러다보니 내용이 바로바로 이해가 되고 꼭 실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기계발의 세계에서 나와 인문의 세계로 오라 

    

하지만 그런 노력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건 어디까지나 손쉬운 해답을 찾으려는 게으름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극적인 변화의 계기나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임용에서 수차례 떨어지고 결국 임용을 그만 두기로 맘먹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변화다. 

사람의 삶이란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극히 단순하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지극히 복잡하다. ‘그저 계획에 따라 열심히 살았기에 계획이 성취되었다’라고 말한다면 그만큼 단순한 것도 없으며, ‘뜻대로 되지 않아 여러 고민을 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말한다면 그만큼 아리송하며 애매한 것도 없다. 

전자의 생각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수많은 말들을 한 마디로 축약한 것과 같기에 그걸 ‘자기계발의 세계’라 부를 수 있다. 이런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결과로 모든 과정을 평가하며, 실패한 사람들에게 ‘계획대로 살지 못했다’, ‘노력하지 않았다’ 등으로 비난하기 쉽다. 그는 이미 결과를 직접 만들었고 그에 따라 성공한 삶을 살고 있으니, 그 기준에 따라 남을 재단하기도 쉬운 것이다. 

그러나 삶이 그처럼 간단명료하지만은 않다. 과정과 결과 사이엔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과정에 비해 결과가 좋을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삶은 복잡다단하니, 쉽게 살아선 안 된다’ 따위의 무책임한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처럼 삶에서 희망을 끊어내고 절망으로 뒤덮는, 그래서 부조리를 정당화하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삶은 언제나 내가 세운 계획에서 미끄러지며, 내가 살아온 방식이나 생각에서 끊임없이 도망친다. 그러니 살아온 방식은 때에 따라 바뀌어야만 하고, 생각 또한 변해야만 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런 삶이기 때문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점이며, 이미 알고 있어 시들시들해진 세계가 아닌 아는 게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에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걸 그 사람이 살아온 무늬라는 뜻으로 ‘인문의 세계’라 부른다.               



▲ 정도전은 글이란 인간의 무늬라 봤듯이, 사람에겐 각자마다 살아온 방식대로 독특한 무늬가 있다.




우연하게 출판편집자를 꿈꾸다  

   

두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장황하게 꺼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내 삶이 ‘자기계발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인문의 세계’로 넘어왔기 때문이며, 지금부터 꺼낼 ‘출판’이란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2011년 6월의 어느 날, 중등임용을 포기하고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직업을 찾아 전전하던 때의 일이다. 막상 임용공부만 하던 사람이 공부를 관두고 나니 할 만한 일이 없더라. 기간제 교사를 한다든지, 학원 강사를 한다든지 하는 미봉책도 있었지만, 그건 길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찾다 찾다가 결국 돼지농장에 들어가는 것까지 고민하던, 그런 별 볼일 없던 때였다. 

그때 우연하게 운일암반일암으로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출판사를 관두고 잠시 쉬고 있는 편집자를 만나게 된 게 계기가 됐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편집자는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과 책을 좋아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출판 편집자’를 꿈꾸게 됐다. 

이렇듯 출판이란 키워드는 나에게 바람처럼, 소나기처럼, 코끝을 스쳐가는 꽃가루처럼 우연하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 성심여학생들의 허기를 채우던 칼국수가 전주 대표음식이 되었다. 이곳에서 편집자에 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출판편집자의 꿈에서 미끄러지다

     

하지만 그저 뜻만 있다고, 생각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 어떤 기본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더욱이 출판사에선 ‘신입이’보다 경력자를 뽑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걸 알았다. 여러 채용공고엔 경력자를 뽑는다고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다. 그건 마치 ‘짱돌 하나든 다윗’ 같은 늠름한 기상과 거칠 것 없는 당당함이었는데, 현실은 결코 성경의 내용과 같지 않았다. 서류도 통과를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꼭 들어가고 싶었던 출판사가 있었다. ‘바다출판사’였는데 모집공고에 쓰여 있는 편집자에 대한 정의도 남달랐고 무엇보다도 공부를 하는 분위기라는 게 무척이나 맘에 들어서였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자기소개서를 썼고 조금이라도 빨리 보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보낸 소개서엔 오타가 즐비했으니 문제라고나 할까. 편집자의 기본은 글을 다듬고 오탈자를 구분해내는 능력이라던데, 바로 그런 기본이 안 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정말 들어가고 싶은 출판사였기에 부랴부랴 자기소개서를 수정해서 다시 보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뒷받침할 만한 실력이 없었기에 처절한 실패를 다시 맛봐야만 했다. 역시나 취업은 쉽지 않다.                



▲ 원하는 인재상이 정말 맘에 들었다. 그래서 꼭 들어가고 싶었지만, 맘처럼 되지 않더라.




꿈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한 순간에꿈이 다가왔다 

    

그런 상황에서 서서히 다른 꿈도 꾸기 시작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배운 게 교육이니, 이걸 풀 수 있는 곳도 찾기 시작했다. 당연히 임용은 그만뒀으니 제도권 학교엔 들어갈 수가 없었고, 좀 더 자유롭게 교육관을 펼칠 수 있는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찾기 시작했다. 

이땐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단재학교에 붙게 됐고, 2011년 10월부터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 일엔 두 가지 아이러니가 함께 있다. 하나는 교사가 되길 포기한 순간 교사가 됐다는 아이러니이며, 다른 하나는 편집자가 되길 포기한 순간 편집자가 됐다는 아이러니다. 뭐 교사에 대한 이야기야 학교에 취직했다고 했으니 이해가 바로 될 테지만,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의아할 것이다. 여기엔 단재학교만의 비밀이 숨어 있다. 단재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단재골목’, ‘일본여행기’ 등 여러 책을 만들었고 내가 들어갔을 당시엔 『다르다』라는 학교 잡지의 창간준비호가 나온 상황이었다. 그래서 창간호를 만드는 일을 해야 했으니, 이런 이유로 편집자의 꿈이 무너진 순간에 다시 편집자가 됐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문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우연하게 편집자에 대해 알게 되어 편집자가 되려 도전했지만 떨어졌고, 그럼에도 돌고 돌아 교사가 됨과 동시에 편집자까지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도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나 또한 생각도 못해봤다. 그만 둔 순간에 찾아온 기회들, 이것이야말로 ‘삶은 도무지 알 수 없다’를 보여주는 예이지 않을까.                



▲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잡지가 바로 [다르다] 창간호였다.




출판이 다시 나를 찾아오다 

    

‘인문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단편적으로 삶을 바라보고 삶을 계획하며 살진 않는다. 미끄러질 것을 알기에, 어긋날 것을 알기에 그저 순간순간에 몸을 맡긴 채 신나게 살아갈 뿐이고 또 어떤 우연과 마주쳐 변하게 될지 기대할 뿐이다. 

이번엔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름하야 ‘독립출판 워크숍’이 그것이다. 우연처럼 6년이 흐른 지금 ‘출판’이란 키워드는 다시 나를 찾아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 않는다고 늘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그것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두고 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내가 신청하기 전에 지원센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들엔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교사들 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신청하게 되었다. 



▲ '출판'은 잊혀질 만하면 나를 찾아온다. 그래서 가슴 한복판의 열정을 불태우며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러고 보니 2012년에 출판인협회에서 주관하는 ‘편집자 입문’ 과정을 다녔던 적이 있다. 실컷 공부하고 싶었고 ‘서울에 가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배워야지’라는 마음으로 신청했지만,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 학교에 적응하며 일도 해야 하고 밤엔 편집자 교육까지 받아야 하니, 제풀에 지쳐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런 저런 개인사정과 학교 일정으로 여러 번 교육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집중도는 현격히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번엔 그때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확 부여잡고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 그리고 해볼 수 있는 것을 성실히 해보려 한다. 과연 교육일정을 잘 따라가다 보면 4주 후에 책이 만들어질지, 또 제풀에 지쳐 말만 번드르르하게 뱉고서 흐지부지 끝낼 지 지켜볼 일이다.  



▲ 지금부터 4주간의 일정 속으로 함께 따라가보자. 책이 만들어져 나올지, 깊은 한숨만 나올지.




목차     


1. 인문의 세계에서 다시 출판을 만나다

자기계발서에서 해답을 구하다

자기개발의 세계에서 나와 인문의 세계로 오라

우연하게 출판편집자를 꿈꾸다

출판편집자의 꿈에서 미끄러지다

꿈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한 순간에, 꿈이 다가왔다

‘출판’이 다시 나를 찾아오다     


2.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꺼져가던 열정을 불태우게 되다

낯선 익숙함이 있던 강의실

책을 내는 건 어렵지 않아요

나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다

7월의 무더위를 뜨거운 열정으로      


3. 책을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와 강의 뒷풀이 후기

원고가 바뀌다

책을 만들기 위해선 기초공사가 필요하다

실패할지라도 일을 만들어서 하는 자세

힘내라, 힘내자!     


4. 책엔 고민의 흔적이 스며 있다

and님이 출판의 세계로 초대해주다

창조하기 위해선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인디자인은 배치 프로그램

책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편집 방향

편집엔 고민이 담겨 있다


5. 살아가는 것그 자체만으로도 공부다

신나게 한바탕 잘 공부했다

박스를 보면 인디자인이 보인다

역시 기능을 알면 더 편하게 편집할 수 있다

7월이 강의와 함께 훌쩍 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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