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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ug 20. 2018

바이테렉에 담은 카자흐스탄의 꿈

2013년 6월 20일(목)

신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말 그대로 ‘신세계’가 펼쳐졌다.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딕양식의 건물들과 높디높은 빌딩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강남이 ‘한국 속의 뉴욕’을 꿈꾸며 건설된 곳이라면, 아스타나의 신도시는 ‘카자흐스탄 속의 유럽’을 꿈꾸며 건설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무리 화려한 건물이 들어선다 해도 내용을 갖추지 않으면 상징성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야말로 사람이건 사물이건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화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카자흐스탄만의 이상을 어떻게 담을지 그게 관건이다.                



▲ 아스타나는 신 수도다. 에실강(이심강)이 흐르는 소도시에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수도로.




이상과 종교그리고 신비를 품다

     

바이테렉 근처에서 내렸다. 여기서 아스타나 여행을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유라시아 한국어과 학생 4명이 기다리고 있더라. 바이테렉에 먼저 들어가려 했는데, 10시부터 입장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까지 대통령궁 근처를 구경하기로 했다. 

여긴 카자흐스탄의 상징이며 아스타나의 중심이다. 대통령궁과 주요 관공서, 공기업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도록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아스타나 여행의 80%는 했다고 볼 수 있다. 



▲ 유라시아 대학 학생들의 안내로 아스타나를 구경했다.



한샤뜨르라고 불리우는 종합쇼핑몰에서부터 이심강 동편의 모스크까지 대통령이 생각하는 카자흐스탄의 이상, 그리고 미래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번에 32주년 518 전야제 여행기에도 썼다시피, 518 국립묘지 상징물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탑신이 당간지주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이편의 세계는 세속의 세계로, 저편의 세계는 신성한 세계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통적인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면, 성당 출입구에 있는 성수대聖水臺를 떠올리면 된다. 성수대는 손을 씻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손가락 끝에 물을 묻히고 성호를 그으라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 의식을 행하는가? 그건 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이며 세속에 물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성화聖化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마치 제사를 지내기 전에 목욕재계齋戒를 하듯이 말이다. 



▲ 518 민주묘지의 상징탑. 성과 속을 나누며 죽은 영령들이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왜 아스타나를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을 자질구레하게 하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바로 우리가 둘러보는 이곳이, 건물만 휘황찬란하고 보기 좋게 꾸며놓은 곳만이 아니라, 어떤 종교적인 비의秘意, 즉 성스런 이상이 녹아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막상 아스타나에 가서 이곳저곳 둘러볼 때는 몰랐는데,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정리하다 보니, 숨겨진 내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스타나를 여행하려 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 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많은 것을 보고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하나 건축물을 둘러보며,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정말 거대한 상징물이다. 과연 여기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카자흐스탄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다

     

바이테렉은 아스타나, 아니 카자흐스탄의 상징물이다. 일본의 도쿄타워, 프랑스의 에펠탑, 한국의 남산타워 등이 그 나라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되었듯이 바이테렉도 그와 같은 상징물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예로 든 세 나라와 다른 점은, 세 나라는 타워나 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냥 높이 솟아오른 공간만 추구한데 반해, 바이테렉은 의미까지 부여했다는 것이다. 

바이테렉을 처음 본 건, 잡지를 통해서였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탑이 평지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때론 사진이 현실을 왜곡하기도 하지 않던가. 그냥 보면 별 것 없이 보이는 것도 사진의 각도를 어떻게 하느냐, 빛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엄청난 사진이 찍히기도 한다. 

그처럼 바이테렉도 현실에서 보면 별 것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보는 바이테렉은 사진으로 봤던 것 이상으로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어찌 보면 518 국립묘지의 상징탑처럼 하나의 알을 품은 신성한 상징물처럼 보여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 바이테렉이 개장하는 시간까지는 신도심 주변을 돌아다녔다.



아스타나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바이테렉의 높이를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아스타나가 수도로 지정된 해를 알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바로 97m인 것이다. 상징물은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드는 일이 없다고 하더니, 높이마저도 이렇게 상징적일 수가.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떤가? 당신은 이 거대한 탑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했는가? 난 이게 어떤 사물을 본뜬 게 아닌, 가장 기하학적인 모양을 보기 좋게 형상화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바이테렉’은 ‘삼룩SAMRUK’이라 불리우는 카자흐스탄의 불사조가 황금알을 낳는 나무의 이름이라고 한다. 황금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바로 국가의 부를 통한 미래 발전의 초석이 되길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다. 바이테렉은 그저 주위를 조망하기 좋도록 만든 건축물이 아니라, 카자흐스탄이 ‘길이 보전’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상징물인 것이다.                



▲ 대통령궁을 배경으로.




아스타나의 랜드마크

     

우리들이 바이테렉에 갔을 땐,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만큼 카자흐스탄의 상징물이란 홍보가 잘 된 때문이리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꼭 새롭게 지어진 서울시민청의 하늘공원에 올라갈 때의 느낌이 났다. 하지만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거의 철근으로 가려져 밖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반해, 여긴 그래도 밖을 충분히 내려다보며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 서울시민청 엘리베이터와 바이테렉 엘리베이터의 차이. 외부가 확연히 보이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올라가면 황금알을 표현한 원형구에 도착한다. 여기는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에선 360°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며, 2층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동판으로 제작된 핸드프린팅이 있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소문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이곳에 온 기념으로 손을 얹고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솔직히 그걸 미신이라고 욕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절에 가면 당연히 대웅전을 둘러보고 들어가 절이라도 한 번 하고 나오듯, 그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이니 말이다. 

사진을 찍고 전망대로 내려와서 여기저기 둘러봤다. 아직도 수도 이전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지만, 모든 게 다 완벽하게 건설되고 나면 아스타나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의 상징적인 도시가 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바이테렉은 당연히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 도심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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