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0일(목)
바이테렉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아파트들과 대통령궁, 그리고 이심강 너머엔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정원 한복판에 놓인 피라미드가 있고, 왼쪽엔 카자흐스탄이 이처럼 부강해질 수 있었던 원천인 원유와 관련된 일을 하는 카작오일과 카즈무나이가스라는 공기업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너머엔 한샤뜨르라는 전통가옥인 유르타 모양을 본뜬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 우린 대통령궁 쪽으로 걸었다.
조선엔 육조六曹거리라는 대로가 있었다. 육조거리는 이吏, 호戶, 예禮, 병兵, 형刑, 공조工曹의 여섯 개 중앙관청 뿐 아니라, 서울 시청격의 한성부漢城府, 검찰청격인 사헌부司憲府, 행정기관인 의정부議政府 등등의 많은 관청이 모여 있던 곳이다. 권력 기관이 모여 있다 보니, 이곳에서 의례적인 행사들이 주로 이루어졌던 것이고 이곳을 걷는 양민들은 조선의 권위를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광화문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의미는 바뀌지 않았다. 2008년엔 이곳에 촛불집회가 연일 열렸을 정도로 여전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간이니 말이다.
그처럼 아스타나의 대통령궁과 그 앞의 정원은 어떤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듯 했다. 철저한 인공의 공간이니만치, 이 모든 것을 디자인한 사람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권위를 극대화하며 최첨단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궁 바로 앞엔 금색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건물이 대통령궁을 중심으로 좌우로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그 옆에는 호텔 같은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정면으론 분수가 솟아나고 그 옆으로 들어가면 투명 유리판에 물이 쏟아져 내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이야말로 카작인들에게는 카작의 발전과 대통령의 업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타국인에게는 카작의 저력을 인상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촘촘히 구획되고 권력의 징표들이 새겨져있다.
아스타나가 이렇게 초호화 도시로 건설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유 생산국이라는 이유가 있다. 흔히 ‘오일달러oil dollar’라고 불리는 마법의 항아리가 있었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와 같은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했던 것이다.
저 멀리 육중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건물이 카즈무나이가스KazMunaiGaz라는 송유관 관련 기업이며, 그 오른쪽에 금빛으로 밝게 빛나는 건물이 카작오일kazakh oil이라는 미국 자본의 카자흐스탄 석유 회사이다. 1990년대 카자흐스탄 영역의 카스피해에서 석유가 처음으로 발견되었고, 그 때 접근한 나라가 미국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Chevron Texaco라는 회사는 향후 30년간 맘대로 캐낼 수 있는 계약을 카자흐스탄과 맺음으로 석유는 거의 외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저번에 원장님에게 말을 들어보니, “그렇다고 모든 석유를 맘껏 외국으로 빼돌리진 못하게 해놨어요. 국내에도 몇 퍼센트 의무적으로 줘야한다고 계약을 한 것이죠. 그 때문에 국내에서 기름은 꽤 싼 편입니다.”라고 했었다. 우리나라는 1.900원대를 넘어선지 한참이나 되었지만, 이곳은 800~9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원유 생산국에서 이 정도라도 유지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되는지, 아니면 자신의 자원을 강대국에게 빼앗겼다고 한탄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카자흐스탄의 석유에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많다. 일본은 카스피해 대륙붕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중국 국영석유 회사도 꾸준히 카스피해유전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과연 카스피해 유전이 광활한 대지를 맘껏 누벼온 카자흐스탄 민족에게 복일지, 화일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