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빵 Aug 22. 2018

아스타나에서 국방부와 한국문화원을 둘러보다

2013년 6월 20일(목)

국방부 청사의 건물도 화려하기는 매한가지다. 위에서 살펴봤다시피,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의 석유 발굴로 원하든 원치 않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사태와 같이 그 나라 자체의 잠재적인 성장요인은 있지만, 자국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열국의 각축장角逐場이 될 수 있다는 사례도 볼 수 있다.                



▲ ① 한샤뜨르(종합쇼핑몰)  ② 카즈무나이가스  ③ 카작오일  ④ 위: 바이테렉, 아래: 국방부  ⑤ 대통령궁  ⑥ 모스크  ⑦ 피라미드



국방부안전하다는 부적

     

중국은 자국의 힘을 바탕으로 옆 동네인 카자흐스탄을 호시탐탐 노리고, 러시아는 구 소비에트 연합의 동맹국들이 여전히 자신의 힘 안에 있기를 바라며, 미국은 소련의 붕괴로 혼란기에 빠진 중앙아시아 독립국들에 자신의 힘이 미치길 원하고, 터키는 형제국이라 외치며 동맹을 강조하지만 민족의 뿌리를 투르크계 국가에서 찾으며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기를 바란다. 한반도가 강대국에 둘러싸여 언제든 일촉즉발一觸卽發이 될 수 있는 화약고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하는데, 카자흐스탄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어진 국방부 건물은 왠지 모를 부적처럼 든든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른 건물들이 휘황찬란한 디자인이나 황금빛의 유리창으로 화려함을 강조한데 반해, 국방부 건물은 전통적인 방식의 단단하고 위엄 있는 느낌을 강조했다.                



▲ 저 멀리 국방부가 보인다. 이 사진을 찍을 때 국방부가 찍히는 줄도 몰랐는데...




한국문화원컨텐츠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 

    

종합쇼핑몰인 한샤뜨르(허쉬스 초콜릿을 닮음) 최상층의 푸드코트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한국문화원에 갔다. 



▲ 한샤뜨르는 작은 놀이공간이었고 종합쇼핑몰이었다. 한국 여느 아울렛 같은 느낌.



아이들은 “왜 카자흐스탄까지 와서 한국 문화를 체험해야 해요?”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럴 듯한 말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자국의 문화라는 것은 다양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어떤 문화를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고민하는 것도 좋은 공부거리이기 때문이다.  



▲ 한국문화관으로. 근데 우린 한국사람인데요???



최근에 문을 연 ‘대한민국박물관’은 문제의 중심에 있다. 현대사를 어떤 시선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 안에 내용을 채워 넣는 데엔 분명히 누군가의 일방적인 시선이나 논리가 들어간다. 그런데도 박물관을 보거나 교과서를 본 사람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게 정설定說인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왜곡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진영의 논리에 따라 역사왜곡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발견한 재밌는 자료.



이처럼 한국문화원에서 어떤 컨텐츠로 한국을 소개하느냐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문화원에서 소개된 내용만으로 한국을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문화원장이라면 어떤 내용으로 문화원을 꾸며 카작인들에게 어떤 한국을 소개시켜줄지 고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화원 안은 잘 꾸며져 있었다. 최첨단 스마트 기기들도 사용할 수 있었고 여기 저기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과 알마티에 있는 교육원과의 차이를 물으니, 이곳은 문화관광부 소속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일이 주 업무이며 교육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으로 교육하는 일이 주 업무라고 한다. 

하지만 내용면에선 약간 실망스러웠다. 대부분 카작인들이 한국에 관심 갖는 계기가 드라마나 K-Pop을 통해서라고 한다. 아마도 그런 현실에 맞게 드라마 광고판을 배치되어 있고 TV에선 소녀시대의 뮤직 비디오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거대자본이 이루어놓은 이미지일 뿐이지, 한국적인 이미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은 입구에 배치해놓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용도로만 쓰면 되지, 문화원 전체를 도배하는 것은 좀 그랬다. 그러지 말고 각 홀마다 전통문화, 한국의 십경十景, 한국의 십미十味 등과 같이 좀 더 한국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 너무 K-POP이나 한류스타 위주로 꾸며진 곳이라 많이 아쉬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