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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06. 2019

단일민족설을 넘어

2013년 7월 4일(목)

우슈토베에 온 지 4일째 되는 날이다. 우슈토베는 고려인들의 초기 정착지로 그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며 그들의 후손이 여전히 살고 있는 곳으로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한국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에 선조들의 아픈 역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가슴 아팠다. 

하지만 우슈토베만 그러한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우슈토베가 있는 카자흐스탄, 거기서 범위를 더 넓혀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한민족韓民族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 말이다.                



▲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꽤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공통점을 많이 지니고 있다.




한민족과 바이칼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인 연관성만큼이나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역사적인 연관성도 깊다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의 시원始原을 알기 위해서는 바이칼 호수로 시점을 돌려야 한다. 

바이칼 호수는 한민족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바이칼의 바이는 ‘크다’는 뜻이고, 칼은 ‘물’이란 뜻으로 우리말로 풀면 ‘큰 물’이란 뜻이 되며, 한반도의 1/3의 크기다. 이 호수 근처에 사는 민족들은 특히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다. 일본학자의 체질인류학적 연구에 따르면, 몽골로이드는 유일하게 ‘ab3st’라는 감마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바이칼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몽골ㆍ만주ㆍ한국을 비롯한 동시베리아인들이 지니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학계에선 시베리아 원주민들의 유전자와 한국인의 유전자를 분석하였더니 70% 가량이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유전자의 유사성과 함께 문화적으로도 공통점이 많다. 바이칼 근처의 소수민족은 신을 불러들이는 무당을 통해 병을 고치거나 운명을 점치는 샤머니즘Shamanism을 믿으며 전통복식에서 앞섶이 열려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에벤키족Эвенки’은 지금도 ‘아리랑Alirang’과 ‘쓰리랑Serere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리랑은 ‘맞이하다’란 뜻으로, 쓰리랑은 ‘느껴서 알다’란 뜻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과학적인 증명과 함께 문화와 언어의 유사성을 통해 바이칼이 한민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 같은 시각으로 카자흐스탄을 살펴보면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된다.                



▲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에벤키족의 모습.




단군이란 공통점

     

바이칼이 그렇듯, 카자흐스탄도 한국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단군檀君의 나라’로 불린다고 한다. 알마티에 가면 천산산맥을 볼 수 있는데, 천산산맥을 이곳 사람들은 ‘단군왕산HAN Tengri Mt’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군’이란 단어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단군은 우리에게 ‘예수’나 ‘부처’처럼 하나의 고유명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광신도들은 단군상檀君像(단군상을 만들었다는 것도 단군을 고유명사로 사유하고 있기 때문임)의 목을 치러 다니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단군은 만주ㆍ몽골ㆍ터키 등에서 ‘TANGRI’로 불리고 있으며, 우리말에도 ‘탱글탱글하다’라는 말로 쓰이고 있다. ‘tan’은 하늘을 뜻하며, ‘gunㆍkanㆍkhan(칭기스‘칸’, 신라의 마립‘간’)’은 임금이라는 뜻이기에, ‘tangun’은 ‘하늘의 왕天王’이란 뜻이 된다. 즉, 단군은 한 명의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대통령’, ‘천황’과 같이 직책이나 지위를 표현하는 단어였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단군’이란 단어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 더 이상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이해해야 맞을 것이다. 

단군은 만주나 한반도를 지배했던 왕이 아니라, 알타이어족Altaic languages 전체를 지배했던 최고 지도자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천산 산맥에 ‘HAN Tengri Mt’이란 명칭이 붙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곧 ‘tengri khan’을 뒤집은 말이며, 단군의 얼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이름을 붙인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 알마티 어디서나 만년설을 지닌 단군왕산을 볼 수 있다.




황금인간과 신라금관

     

이뿐만 아니라 여러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몇 해 전에 발견된 유적지의 벼랑엔 칼을 차고 갑옷을 입은 사람들의 그림과 ‘신라新羅’라는 국명이 함께 적혀 있었다는 것과 카작인과 한국인의 외모가 많이 비슷하며 언어 또한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것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연관성은 여러 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들과 우리를 동포라고 부르기엔 과한 측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란 삼류드라마의 장치처럼 한국인의 시원을 역추적하다 보면, 언젠가 카자흐인과 한국인이 함께 단군의 지배를 받으며 살았던 때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주 먼 옛날엔 동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동포를 이런 기회를 통해 만나고, 다시 고려인이란 연계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  카자흐스탄 황금인간상과 신라 금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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