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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06. 2019

모두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쁠까

닫는 글3

개인이 피폐해지면 공동체가 불안정해지며 결국 사회 전체가 붕괴된다. 이젠 밑도 끝도 모르는 지옥으로 치닫는 이와 같은 현실을 반성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을 되찾아야 한다. 적어도 50년 전만해도 ‘나만 잘 산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았고, 지금도 자본이 미처 이르지 못한 사회엔 그와 같은 사회 형태가 남아 있으니 말이다.                 




인해질 때내가 살고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된다

     

아래에 나와 있는 예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유형무형의 삶들은 여전히 볼 수 있다. 우리 또한 이러한 마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 것이다. 짐짓 ‘그런 마음은 불필요하다’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 게 아닐까.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어린이들을 모아 놓고 게임을 제안했습니다. 

나무 옆에 싱싱하고 달콤한 과일들로 가득 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노라 한 것이다. 

인류학자의 말이 통역되어 전달되자마자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입 안 가득 과일을 베어 물고 키득거리며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인류학자가 아이들에게 누구든 일등으로 간 사람에게 과일을 몽땅 주려 했는데 왜 손잡고 함께 달렸느냐고 물어보자, 아이들의 입에선 UBUNTU(아프리카 코사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임)라는 단어가 합창하듯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가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 있나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정서를 현대인들이 보면 ‘미개한 나라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거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그와 같은 정서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미개한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와 전혀 다른 사회체계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정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인간이 하나로 뭉쳐 공동체를 형성하면서부터 원초적으로 가졌던 정서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당연히 ‘남’이라는 의식이 아닌, ‘우리’라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 니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마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이다.




우리가 지우고 싶었던 우리라는 정서

     

이와 같은 정서야말로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온 정서이며 급격한 사회 변화로 잃어버렸던 정서다. 조선시대의 대문호인 연암의 글을 보더라도, 이런 정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옛적에 벗을 말하는 사람은 혹 ‘제2의 나’라 일컬었고, 혹은 ‘주선인’이라 일컬었다. 이런 까닭으로 글자를 만드는 사람은 ‘羽’에서 빌려 ‘朋’이란 글자를 만들었고, 手와 又로 ‘友’를 만들었다. 그래서 새에게 양 날개가 있다는 것은 사람에겐 두 손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 박지원, 「회성원집발

古之言朋友者, 或稱第二吾, 或稱周旋人. 是故造字者, 羽借爲朋, 手又爲友. 言若鳥之兩翼, 而人之有兩手也.   -朴趾源, 「繪聲園集跋」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너와 나’를 분리하지 않았다. 연암의 글에서 나타나듯이 친구를 ‘두 번째의 나’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얘기할 정도로 연대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것이다. 그런 의식은 지금 우리의 국어 속에서도 살아있다. ‘우리나라’, ‘우리집’처럼 공동체를 나타내는 ‘우리’라는 낱말이 들어간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한 존재’가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슬픈데, 어찌 나만 기쁘랴?’라고 따질 수 있어야 하며, ‘벗을 두 번째의 나’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가 살 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살만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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