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
햇볕을 받네
나무들과 나란히
오름에 서서
지난주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후, 다시 운동을 해서 체력을 끌어올리겠단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주 휴일을 맞이하여 오름에 다녀왔습니다. 생각해보니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후로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걷다 보니 꽤 시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길 위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부서진 잔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다시 새로운 가지가 나고 잎이 나기까지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테지요.
오랜만에 등산을 해서인지 다리 힘이 약해져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너무 움직이지 않았고 우울감에 빠져있기도 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오르막길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윗옷은 이미 땀으로 가득 젖어버렸습니다. 잠시 숨을 고를 겸 쉼터에 앉아 배낭을 내려놓았습니다. 꼴각꼴각 물을 마시고 나니 그제야 하늘을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참 날 좋다..!'
쉬고 나니 문득 예전처럼 빠르게 걸을 욕심을 버리고, 지금 몸 상태에 맞춰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무와 나무 사이로 햇볕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가가 나무 위에 손을 얹으니 따스하고 기분이 편안해지더군요. 햇볕을 받고 있는 나무들 곁에 나란히 서서, 저 또한 햇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태풍에 꺾여버린 가지와 잎이 새로 나기까지,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하기까지 나무에게도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새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