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적기> 2014년12월23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3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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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어제까지만 해도 초가을처럼 포근한 날씨를 보여주다가, 오늘은 단 하루 만에 거센 바람과 함께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아마 내일은 더 추워지겠지요.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뒤적뒤적 예전에 쓴 글을 찾아보다가 영화를 보고 적은 하이쿠 3편을 발견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요. 전 4년 전 이 맘때 즈음 이 영화를 보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상을 3편의 하이쿠로 적었습니다.
1.
사진 속 두울
다시 눈은 오는데
어디로 갔나
"..내 책상 위의 명함들 그 중 어떤 이는 벌써 죽었다.." <여름바람>, 백현진
동창의 부고를 듣고 난 후 졸업앨범을 찾아 그의 사진을 찾아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영화를 보고 나면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의 삶을, 마치 저도 이웃집에서 지켜본 듯한 기분 혹은 착각에 빠집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 다시 이 두 분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저의 두 발 중 하나는 현실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2.
던져보아도
맞아줄 이 없어라
녹는 눈덩이
눈이 내리면 가장 행복해 보이는 '둘'이 있습니다. 하나는 어린이이고, 또 하나는 연인입니다. 그리고 눈은 혼자도 좋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갖고 놀기에 더욱 즐거운 자연물인 것 같습니다. 서로 눈덩이를 던지며 웃음을 터뜨려본 지가 언제련지요.
3.
돌아온 겨울
눈을 내려도 홀로
눈 쌓는 의자
화장대 앞에 앉아 외출을 준비하며 곱게 단장을 하던 어머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식탁 위에 앉아 TV를 보며 어린 저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시던 아버지, 노래 소리와 기타 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면 역시나 오늘도 대학교 수업을 빼먹고 누군가 오길 기다리며 놀고 있던 형,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형. 빈 화장대 앞, 빈 식탁, 이젠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 공간.. 그 사람이 늘 있던 공간. 그리고 이제는 비어있는 공간... 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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