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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정리한 <킹덤 시즌2>
:④왕vs왕비vs세자

by 궁궐을 걷는 시간



― <킹덤 시즌2>에 대한 리뷰입니다. ④편은 ‘왕vs왕비vs세자 이창’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 스포일러가 넘칩니다.

― 정확하지 않은 내용은 계속 수정, 보완하겠습니다.



왕vs왕비vs세자 이창


임진왜란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습니다. 전쟁이 터지자 선조는 북쪽을 향해 피난을 가면서 세자와 ‘분조(分朝)’를 합니다. 분조란 쉽게 말해, 정부를 둘로 나누는 겁니다. 왕과 세자가 함께 있다 둘 다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둘을 떼어 놓는 거죠. 이때 선조는 북쪽으로 도망을 치지만, 세자 광해는 전쟁에 참여해 왜군과 싸웁니다. 백성들 사이에서 세자의 인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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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있습니다. 백성들은 하루하루 좀비의 습격을 받아 죽는데, 왕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하지만 세자는 자기 목숨 아까워하지 않고 백성을 구하겠다고 좀비와 대결에 나서죠. 게다가 백성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좀비들을 뚫고 들어가 쌀을 구해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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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이창은 좀비가 된 부왕(父王)과 대결하다 예전의 인자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잠깐 떠올리기도 합니다.


다시 임진왜란 이야기. 선조는 전쟁이 끝난 후 자기 대신 전장을 누빈 세자 광해를 칭찬하기는커녕 의심하고 시기, 질투합니다. 게다가 갓 태어난 늦둥이 왕자(영창대군)를 세자로 삼고, 그때까지 고생만 했던 광해는 폐세자하려 했어요. 조선시대 때 자신의 친아들을 ‘정적(政敵)’으로 여겨 제거한 왕이 여럿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가 있고요. 장남인 소현세자를 독살했다는 설이 거의 확실한 인조도 있죠. 이때의 일은 매우 복잡한 사건이니 생략합니다.


25.JPG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정자는 왕과 세자가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장소입니다.


<킹덤 시즌2>에 나오는 왕도 아들인 세자 이창을 공격합니다. 이때 왕은 좀비가 되어 이미 왕으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있었어요.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죽일 듯 달려들다 오히려 세자에게 죽임을 당했죠. 실제 역사와 비슷한 듯 다릅니다.



26.JPG <킹덤> 속 왕은 이미 자기 능력을 잃은 채 좀비가 되어 누워만 있습니다.


또 다시 조선시대 이야기. 광해는 몇 가지 점에서 세자로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왕비가 아니라 후궁의 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 후궁의 장남도 아니고, 차남이었어요. 왕위는 적장자에게 이어진다는 원칙이 있었던 조선시대 때 광해는 정통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선조 자신도 적장자 출신의 왕이 아니었거든요. 조선 최초로 방계 출신의 왕이었으니, 자신의 다음만큼은 왕비에게서 낳은 장남이 권력을 이어받기를 바랐습니다.


27.JPG 자신의 아버지이자 나라의 왕을 제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던 세자 이창.


선조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다음 권력은 영창대군에게 돌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창대군이 만 두 살 때 선조는 세상을 뜨고 맙니다. 드디어 광해가 다음 왕위를 물려받았죠.


새로 왕이 된 광해와 이복동생 영창대군. 그리고 새 어머니 인목대비(영창대군의 친어머니)의 이후 삶은 매우 파란만장합니다. 광해는 영창대군을 ‘서인(庶人)’으로 강등시키고 강화도로 유배를 보내 결국 죽입니다. 인목대비는 ‘서궁(西宮, 지금의 덕수궁입니다.)’에 가두고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도 죽이죠.




결과가 궁금하시겠죠? ‘서인(西人)’ 세력은 광해군이 ‘(새)어머니를 폐하고, (이복)동생을 죽인’ ‘폐모살제(廢母殺弟)’의 죄를 저질렀다는 명분으로 반정을 일으켜 왕을 내쫓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인조반정(仁祖反正)’입니다. 이때 왕이 된 인물이 바로 16대왕 인조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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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왕비와 조학주 대감은 세자를 몰아내고 권력을 접수하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왕위에서 쫓겨난 광해군은 강화도로 유배를 떠납니다. 광해군의 아들 이질은 폐세자 되어 아버지와 함께 강화도로 유배되었습니다. 이질은 유배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담장 밑으로 땅굴을 파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되어 결국 사약을 받고 죽었고요. 이때의 충격을 견디지 못한 폐세자빈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광해군의 왕비였던 폐비 유 씨도 강화도에서 세상을 뜨고 말았고요.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광해군은 다시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 이곳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광해군의 악행에 대한 인과응보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복동생을 무참히 죽이고, 새어머니마저 가둔 행동만 봤을 때는 말이죠. 한때는 광해군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를 한 적도 있습니다. 광해군 앞에는 늘 ‘폭군(暴君)’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했고요. 그러나 복잡한 당파 싸움 과정에서 권좌를 지켜내야 했다는 정치 현실과 실리외교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광해군에 대해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킹덤> 속 왕과 왕비, 세자 이창, 새로 태어나는 (이창의 이복동생) 왕자, 조학주 대감의 관계가 선조부터 광해군, 인조에 이르기까지 실제 역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 정리해봤습니다.

<사극을 보니×역사가 보이네>는 역사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 등을 얘기하는 매거진입니다. 사극에 나오는 장소와 인물, 사건 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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