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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Aug 06. 2020

아빠와 아들

Day 6 / 당신처럼 살지 않을거에요.

 



26년만에 아버지가 오열하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그러고 계셨습니다.

친할아버지께서 많이 위독하셔서

며칠 못사신다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누워계시는데,

거기 다녀오셨던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친할아버지를 평생 미워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단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 준 적도,

따뜻한 눈길조차   없다

약주 한잔 하실 때마다

늘 하소연 하듯 말씀해주시곤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같이 슬퍼해  

마음이 전혀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게 그렇게 속상하고 이제까지 담아 둘 것이었으면

적어도  아들한테는 

똑같은 마음이 들지 않게 했어야 했으니까요.


저의 아버지 역시 저에겐 

아직까지도 너무나 어려운 존재입니다.

지금보다  어릴땐 말한마디조차 

제대로 붙이기가 힘들었고,

지금까지도 아버지와 함께 있을때면 

안절부절 못하곤 합니다.


반면에 제 여동생에겐 더 없이 좋은 아버지입니다.

유치하지만 동생이 아버지에게 반말하는  

그렇게 부럽더군요.

아무렇지 않게 짜증내고 투정부리는 것도,

사소한 말장난도 그렇고 

 부녀의 모든 행동들을 볼때면

가끔서럽기까지 합니다.

남매 사이에서 이런 걸 느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참하고 속상해서 

동생마저 너무 밉고 을 때가 많네요.


그래서 아버지의  오열에 

저는 공감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는 순간에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할아버지가 너무 밉고 싫은데 그렇게 아파서 누워있는 모습은 보기 싫었나보다.' 라고.


그렇게 이야기 하시는데 눈물이 터지더군요.

저도 아버지랑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당장 아버지 앞에 

서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얼굴만 보면 

눈물이 터질  같아서 

말도 없이 그냥 집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이틀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전화를 받고 

 몸이 바르르 떨린 상태로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무 말씀도 없이 창백해진 할아버지와

'미안해요' 라며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열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저에게 너무나도 슬픈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들이 

 미래의 저를 보는  같아서

  느꼈습니다.


'나는 아빠처럼 살지 말아야지.

 이상 미워하지 말아야지.'


내 아버지를 미안한 아버지로 만들기 싫어졌고

또 아버지에게 미안한 아들이 되기 싫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안해주고 떠나신 할아버지도,

이제서야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아버지도

분명히 말하고 싶었을거고 지금도 그럴겁니다.

'아들아,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라고.


저도 언젠가는 꼭 말하고 싶습니다.

' 아빠여서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왜 이제야 조금씩 아빠를 알 것 같은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빠를 이해할만큼

무언가를 책임지고 살아본 적 없지만,

점점 그 곳에 가까워질수록

아빠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지를,

또 힘들면서 내색 한번 할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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