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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Jun 15. 2020

[우린 꽤 괜찮은 사람이야]    서운해하지 말아

멀리한다고 멀어지지 않는다.


‘난로처럼 대하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인간관계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해봤었다. 어느 하나 잘못한 것도 없고 별다를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한 발자국 멀어진 느낌에 섣불리 다시 다가가지도 못할 때가 은근히 있어서.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집착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왠지 특정 지인들 앞에선 마치 그런 사람인 것처럼 된다. 이것 또한 너무나 싫어서 하나씩 거스르며 문제를 찾다 보니 소름끼치는 이유가 있었다.


난 ‘적당한 거리’를 몰랐다. 다들 각자의 삶에 치열하게 사느라 정신없을 텐데  그 와중에 내 일상을 바라봐주길 원했다. 아니 사실 그들도 나처럼 본인들의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놔주길 바랬다.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걸 증명받는 것 같아서, 괜한 욕심을 부리고 있던 거였다.



모든 사람들은 ‘Personal Space’, 임의로 정해둔 자신만의 공간을 꾸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 울타리를 누군가 허락 없이 넘어오면 굉장히 불편해한다.


앞서 설명한 나의 모습은 울타리가 없는 것처럼, 혹은 내 울타리 안으로 지인들을 억지로 들어오라고 하는 꼴이었다. 그러니 원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 밖에.


일상속에 ‘personal space’ 침범 사례를 보자.

가까운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왠지 모를 어색함에 층수 올라가는 숫자만 올려다보게 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겪어봤을 거다. 의도치 않게 서로의 울타리를 침범하게 되는 경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침묵으로 불편함을 이겨내려 하는 행동 중 하나다.


또 다른 상황을 보면, 어느 누가 됐든 간에 본인의 신체를 예고 없이 만지는 행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 심지어 여자 친구가 갑자기 몸에 손을 대도 버럭 화부터 내는 수준. 이 친구는 ‘personal space’를 침범당했을 때 느껴지는 불쾌감이 상당히 높은 케이스다.


이처럼 개개인마다 그 공간의 크기와 불쾌함의 정도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어느 누구를 대하던지 항상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차츰 그 사람의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나가는 것이 건강한 인간관계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나는 매번 내 일상의 이벤트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데 그들은 언제인지 모르게 머리를 하고, 새 옷을 사고, 여행을 다녀왔고...그렇다.


그 사람들이 매정하거나 날 싫어하는 게 아니다.

난로에 너무 가까이 가려하니 뜨거울 뿐이다.

적당한 거리감은 기분 좋게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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