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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May 03. 2021

엄마 같은어른이 되어야지.

화내지 않아도 화를 내는 노련함.

 



  


고등학교 시절에 어느 주말이었다. 점심 즈음에 하교를 했고 어김없이 엄마는 현관문 앞으로 마중을 나와 주셨다. 그런데 엄마가 나를 보더니 갑자기 어이없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 가슴팍에 달린 주머니를 가리켰다. 



"너 이거 뭐야?" 



담배였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소화전에 숨겼었는데, 그 날은 곧바로 밖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방심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소름 끼치게 창피하고 나조차도 어이가 없다. 교복을 입고 가슴팍에 담배를 꽂고 다녔다니. 나는 고작 나온다는 말이 '내 거 아니다, 친구가 잠깐 맡겼는데 내가 그냥 가져왔나 보다.'였다. 당연히 엄마가 믿지 않을 거란 걸 알았지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나에 대한 엄마의 실망감을 어떻게라도 줄여보고 싶었기 때문에. 또 앞으로 아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을 알았기에. 하지만 속상한 얼굴로 나를 혼낼 줄 알았던 엄마는 예상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엄마가 끊을 수 있게 도와줄까?"



나는 그 자리에 서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차라리 때려주지. 학생이 어디서 담배에 손을 대냐며 혼쭐을 내주지. 그 찰나의 순간에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철 없이 행동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뒤통수를 한대 후려 맞은 것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도저히 당장은 엄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밖에 친구가 기다린다는 거짓말을 하고 도망 나왔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버렸다. 나 자신이 너무 싫음과 동시에 엄마에게 한없이 미안해서.


 엄마는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더 이상 나에게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그때 참 많은걸 느꼈었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한마디로도 상대방에게 수많은 생각을 갖도록 할 수가 있다는 것. 화를 내는 것보다 더 치명적으로. 비록 초심을 잃고 다시 흡연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가끔 그때가 생각난다. 어른이 왜 어른인지 한 번씩 되새기며, 엄마 같은 어른이 되어야지 또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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