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문 밖에 세워둔 세발자전거 안장 위에 하얀 종이가방이 놓여 있었다.
'뭐지?'
가방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선물상자가 놓여 있었다.
'남편이 서프라이즈 선물 준 건가? 그런데 아무 날도 아닌데?'
가방을 집어 들어 올리자 의문이 풀렸다. 흰 종이가방 아래쪽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위에 이사 온 세입자입니다.
떡을 돌리려다 날씨가 더워져
음식은 조심스러워서 작은 소품을 샀습니다.
앞으로 지내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솔직히 글을 읽으며 떡이라고 할 때 조금 실망했는데 음식이 아닌 작은 소품이라니 기대가 되어 선물을 들고 나왔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자주 이용하는 카페로 갔다. 커피를 시킨 후 종이가방에서 선물상자를 꺼내 찬찬히 살펴봤다. 포장이 꼼꼼하게 돼 있었다. 리본을 풀고 테이프를 뜯으며 내용물이 무얼까 생각해 봤다. 바라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도 행복이라고 했던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쁨을 좀 더 오래 누리고 싶었는지 선물을 조금은 천천히 뜯어봤다. 안에는 땅콩색 머그컵이 들어 있었다. 컵을 들어보니 유리로 된 것으로 꽤 묵직했다.
내가 사는 집은 한 건물에 3세대가 산다. 1층이 우리 집, 2층은 주인집, 3층이 이번에 새로 이사 온 세입자이다. 몇 달 전에 살던 세입자가 이사 간 후로 아직 세입자를 못 찾고 있었는데 얼마 전 집주인에게 물으니 젊은 청년이 이사를 왔다고 했다. 아직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고 가끔 우편물로 이름만 대략 아는 정도였다. 그리고 전 세입자도 그렇고 가끔 만나도 인사조차 한 적 없으니 지금 세입자도 '새로 이사 왔나 보다' 하는 게 다였는데 이렇게 선물을 받으니 참 마음이 새롭다.
요새 보기 드물게 바른 청년일 것 같기도 하고.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선물 받았다고 이렇게 관대해진다. 일상적인 하루에 특별한 기쁨을 준 청년에게 조만간 우리 가족도 환영 선물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