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 Apr 22. 2024

손재주가 없으면 벌어지는 일?

냉동홍게를 쪄라.

나는 손으로 하는 건 거의 다 못한다. 보통 쓰는 표현으로 '손재주가 없다'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물건을 손만 대면 떨어뜨리거나 깨트리기를 여러 번. 할머니와 엄마는 그런 나에게

'손이 얼었다.'라고 하시곤 했다.

초고추장을 만든다며 고추장 담은 그릇 위로 설탕을 뿌리려다가 통째로 설탕이 쏟아져 그릇 위로 설탕산을 이룬다거나, 어릴 적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오줌 가득한 요강을 비운다며 들고나가다가 방에 떨어뜨리는 등. 그런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인가 엄마는 나에게 집안일을 거의 시킨 적이 없다. 엄마가 무언가 할 때 옆에 있으면

'저것 좀 가져다줄래?' 정도가 전부다.


어느 날 여동생은 엄마가 나를 걱정하며 동생에게 한 말을 들려주었다.

"엄마가 언니 걱정 많이 하더라."

"무슨 걱정?"

"엄마가 그러던데. OO이 어떡하냐. 프라이팬 닦는다며 철수세미로 다 긁어났어. 그리고 빨래한다며 온갖 빨래를 한꺼번에 다 집어넣고 돌리고. 빨래 색이 물들었어. OO이 어떡하냐."

여동생은 이 말을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듯 킥킥 웃으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친정을 갔는데 언니와 초등 조카 두 명도 왔다. 4살인 내 아이를 포함해서 조카들이 와서 그런가 여동생은 냉동해 놓은 홍게를 찌자고 했다. 아이들과 놀아주기 바쁜 동생은 나에게 냉동홍게를 주며 찌라고 했다.

'찜기에 찌면 되겠지?'

머릿속에는 가끔 엄마가 옥수수나 만두를 찔 때 사용하는 찜기가 생각났다. 부엌에 가보니 그 솥에 미역국이 끓여져 있었다. 미역국을 다른 솥으로 옮기고 솥에 물을 채운 후 위쪽엔 냉동 홍게를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이란 말인가. 냉동으로 모양이 틀어지고 굳어진 홍게는 찜기에 다 들어가지 않았다.

'이걸 어쩌지?'

나는 당황하여 이리저리 홍게를 넣고 위치를 바꿔가며 뚜껑을 닫으려 애썼다. 하지만 뚜껑은 닫히지 않고......


여동생을 불러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싱크대 옆에 커다란 찜기가 보였다.

'아. 여기에 하면 되겠다.'

커다란 찜기를 보며

'휴. 다행이다. 또 여동생에게 한소리 들을 뻔 했네'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선물을 보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