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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Aug 02. 2023

길고양이의 한 끼 식사

아기 어린이집 여름방학이라 친정에 왔다.


연신 폭염 주의 문자가 날아와도

21개월 아기는 에어컨 튼 시원한 집 안 보다 푹푹 찌는 밖이 좋은가보다. 더운 걸 모르는지 결국 밖으로 나갔다.


친정집은 시골에 있는 주택으로 집 앞으로는 작은 도로가 나있다.


아기가 걱정된 아빠는 급기야 선풍기를 들고 나오셨다.



친정집은 골든레트리버를 키우는데 집 앞에 있는 살구나무 아래 작은 화단이 개가 낮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그 앞에는 개 사료를 두는 그릇이 있는데 우리 개는 입이 짧아 대부분 밥을 남긴다.


주변에 있던 길고양이가 배가 고픈지 내 눈치를 보며 사료 주변으로 슬그머니 다.


개 사료가 없어지는 걸 알지만 고양이를 쫓지는 않았다. 비쩍 마른 고양이가 안쓰럽기도 해서.


고양이는 열심히 사료를 먹고 옆에 있는 물까지 마시고 유유히 사라졌다.


내심 사료를 다 먹었다 생각이 드니 갑자기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 집 고양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가서 그릇을 보니 반도 안 먹었다. 아주 조금 먹은 것이다.


이렇게 적은 개사료도 나누기 아까워하는 내 옹졸한 마음이 순간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얼마 전 우연히 인도 여행 프로를 보았다. 여행자들은 여행을 하며 열악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다 재벌집 방문을 하게 됐다. 수영장 딸린 고급 주택에 들어선 그들은 고급 식사를 하고 신나게 수영을 즐겼다.


한 여행자는 이제야 컨디션이 돌아온다며 좋아했다.


프로는 나름 재밌었지만 가난한 자가 많은 인도에서 그 많은 재산을 누리는 재벌을 찾아가고 거기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마냥 재밌게만 보긴 힘들었다.


오전에 이런 생각을 한지 몇 시간이나 됐을까?


고양이가 먹는 조금의 사료도 아까워하는 내 모습이 참 우스웠다.


나눔은 좋은 일이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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